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문기업인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가 미국 정부의 규제를 피해 중국에 공급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향 AI 반도체 성능은 기존 제품 절반에 불과해, 수출 규제에 저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로이터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생성형 AI 반도체인 H800을 중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H800은 고사양 AI 반도체 H100의 성능을 낮춘 버전으로, 미국의 대 중국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개발됐다. H800은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인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H100은 엔비디아 개발한 최신 GPU로 대규모 AI, 고성능 컴퓨팅(HPC) 워크로드를 지원한다. 생성형 AI을 위한 추론 플랫폼의 핵심으로 꼽히는 ‘호퍼’ 아키텍쳐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AI 개발에 필수적인 반도체로 평가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오픈AI의 초거대언어모델(LLM) AI 서비스 ‘챗GPT’에 H100을 활용한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H100과 이전 버전 반도체인 A100에 대해 중국 수출을 금지한 바 있다. 미국의 고성능 반도체가 군사 등에 사용되면서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 정부는 강력한 연산 능력과 ‘칩 간’(chip-to-chip) 빠른 데이터 전송속도를 갖춘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전송속도는 AI 학습 모델 훈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속도가 느릴수록 훈련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AI 개발에서는 전송속도가 중요하다. 엔비디아는 H100의 중국 수출길이 막히자, 저성능 버전인 H800으로 수출 규제 우회에 나선 것이다.
엔비디아가 성능을 떨어트린 수정 모델로 중국에 AI 반도체를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직전 모델인 A100 수출이 금지되자 성능을 떨어뜨린 A800 반도체를 작년 3분기부터 생산해 중국에 수출한 바 있다. 중국 수출용 모델인 A800은 초당 400기가바이트(GB) 연산이 가능한 데 비해 오리지널 모델인 A100은 초당 600GB 연산이 가능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H800의 칩 간 데이터 전송 속도는 H100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보도됐다.
엔비디아 대변인은 H100과 H800가 정확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답변하지 않았지만 “H800시리즈 제품은 수출 당국의 규제 기준에 완벽하게 부합한다”며 중국 “알리바바와 바이두, 텐센트의 클라우드 컴퓨팅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프로TV 이주호 기자 6illionaire@3pro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