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왜 힙해졌을까?

이 사진을 보라.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뉴진스님이 헤드셋을 낀 채 EDM에 맞춰 디제잉을 하는 모습이다. 불교 또 나 빼고 재밌는 거 한다는 반응과 함께 ‘뉴진스님’의 인기는 사그라들 줄을 모르는데 유튜브 댓글로 “요즘 스님들이 눈길을 끄는 마케팅을 많이 하는데 이유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불교계가 젊은 세대를 위주로 마케팅을 하는 이유는 젊은층의 종교 외면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성인 중 종교인은 37%, 무종교인 63%정도인데 1998년 이후 종교인 비율이 30%대로 감소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불교계는 20대가 불교를 이끌어나갈 중요한 세대로 보고 이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활발히 하는 거다.

특히 엄근진한 불교의 이미지와 기발한 마케팅의 괴리에서 오는 ‘신선한 충격’이 오히려 불교를 힙한 종교로 인식하게 해 하나의 밈으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

[김보과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박사]

“SNS와 유튜브를 통해 새롭게 불교의 모습을 접하면서 자신들이 생각했던 불교와 좀 다른 모습에서 오늘 그 사이에서 신선함을 느꼈다고 생각을 합니다. 불교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어떤 산속 사찰의 고요함 또는 엄숙함 같은 이미지인데 갭 차이에서 느껴지는 그런 모습들에서 어떤 힙합 불교의 이미지를 형성하게 된 이유도 있지 않을까 …”

뉴진스님의 공연은 조계종에서 주최하는 만큼 스님들의 동의하에 진행되고 있는데 ‘극락도 락이다’, ‘부처핸섬’ 등 밈들도 생성되고 있다. 힙합 공연처럼 손을 들고 위아래로 방방 뛰는 사람들, 불교 행사가 아닌 마치 힙합 페스티벌을 연상케 한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도 참가자 80% 이상이 2030이었다고 하는데 지난해 템플스테이 참가자에서도 20~30대가 40.7%를 차지했다. 절은 2030의 ‘힐링처’로 주목받으면서 SNS에 템플스테이 관련 게시물과 브이로그 영상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불교계는 ‘먹방’, ‘음식’ 등에 관심이 큰 2030을 대상으로 식품 출시에도 나서고 있다. 화엄사는 사찰 이름을 딴 햄버거를 출시하기도 했는데 고기를 먹지 않는 절에서 왜 고기를 연상시키는 햄버거를 선택했을까?

[우의수 그린마타 대표]

"젊은 사람들의 어떠한 공통적인 글로벌 문화잖아요 햄버거라는 게... 아무래도 젊은이들이 중요한 어떠한 타겟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정한 거죠. 보통 햄버거라는 것은 이제 패티 자체가 소고기 등으로 구성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러한 것을 좀 역발상으로 부합을 해서 어떠한 채식 건강 문화와 이 제품을 조합한 제품을 선택을 하게 된 거죠“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은 ‘나는 솔로’를 패러디한 ‘나는 절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센스있는 작명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남녀 248명이 참가를 신청했고 최종 참가자 30명 중 7쌍의 커플이 탄생했다.

뉴진스님의 디제잉 내용을 보면 ‘이 또한 지나가리’ ‘극락왕생’ ‘여러분도 깨닫는다면 부처가 될 수 있습니다’ 등 불교의 중요 문구들이 담겨 있다. 옛날 당나라 시대에도 지금처럼 대중적인 불교의 모습이 있었다고 하는데

[법담 스님]

“당나라 시대에 강경법회라고 하는 게 유행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제일 처음에는 경을 이야기하고 그다음에 이제 그 경에 대해서 이제 설명을 하고 그다음에 했던 것이 노래예요. 경의 내용을 완전히 각색해버리는 거죠. 그러고 이제 그거에 그 내용을 가지고 다시 노래를 불렀단 말이에요. 이것을 소위 말해서 이제 속강이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그 당시에 그 장안에 있는 이 유흥업소들이 문을 닫을 정도로 전부 속강으로 몰려가버려가지고 그랬던 적이 있었답니다.”

사실 몇 년 전에도 반야심경 리믹스 영상이 엄청 유명했었는데 신명나는 반야심경을 듣다보면 잠시나마 해탈에 이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다만 불교계에서는 불교가 흥미 위주로만 소비될 수 있다는 걱정도 하지만 일단 지금처럼 사람들이 호응해주는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다고 보는듯하다.

[법담 스님]

“뉴진스님 흥미 위주로 그렇게 흘러가니까 이게 과연 이제 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거든요. 이게 진짜로 이게 불교냐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야기하는 거냐 아니면 흥미 위주냐. (속강도) 세속에 있는 그런 잡다한 이야기로 이제 변질이 되고 그래가지고 그게 이제 금해져버렸다는 그런 기록이 있어요 ... 그래도 어차피 이제 젊은이들이 거기에 열광을 하니까 이제 이걸 어떻게 이걸 방향을 잘 잡아줄 것이냐 하는 것은 이제 우리들의 고민이겠죠”

당나라 시기 고승이었던 조주선사라는 분은 ‘끽다거’라는 화두를 남겼다고 한다. 여기서 ‘끽다’는 차를 마신다는 뜻인데 깨달음이 뭔지를 묻는 이들에게 “응, 차나 한 잔 마시고 가”라고 했다는 거다. 깨달음을 굳이 여기와서 찾지 말고 나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찾으라는 가르침인데 명쾌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주는 이런 매력은 종교의 의미를 새롭게 바라보게 해 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