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그늘]② 학자금 대출에 ‘마통’까지… 불장에 벼랑 끝 ‘빚투’ 나선 20대

권우석 기자 2026. 5. 1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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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모’에 학자금 대출부터 마이너스 통장까지 증시 베팅
20대, 빚투 열기는 ‘최고’·수익률은 ‘최저’

증시가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이자 대학가에서도 ‘포모(FOMO·소외 공포)’ 심리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용돈을 쪼개 투자하는 수준을 넘어 학자금 대출과 마이너스통장까지 동원해 증시에 베팅하는 20대 ‘빚투(빚내서 투자)’ 족이 급증하는 추세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모(25)씨는 올해 초 생활비 명목으로 받은 학자금 대출 일부를 주식 계좌에 넣었다. 처음엔 삼성전자 같은 대형주를 두세주 사는 수준이었지만, 주변에서 하루 수백만원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김씨의 투자도 점점 과감해 졌다.

김씨는 이후 아르바이트로 번 돈과 인터넷 은행에서 받은 ‘비상금 대출(마이너스 통장)’까지 동원해 현재 약 2200만원을 주식에 쏟아부었다. 특히 지수가 하루 5% 이상 급등락하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자, 지수 등락폭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와 곱버스(인버스2X) 상장지수펀드(ETF) 등 고위험 상품에 양방향 베팅을 감행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중동 리스크 당시에는 일시적으로 수익을 냈으나, 이후 코스피 지수가 7000포인트와 8000포인트를 연이어 돌파하는 폭등장 속에서 방향성을 잘못 잡는 바람에 현재 약 600만원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김씨는 이제 전공 수업 시간 중에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다.

김씨는 “처음에는 졸업 전에 종잣돈 마련해보자는 생각이었다”며 “손실이 커지면서 고민이 커지곤 있지만, 다른 사람은 다 주식으로 돈을 벌고 있는데 나만 안하면 뒤처지는 느낌이 든다”며 “어떡해서든 손실을 만회하고 주식으로 돈을 벌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서울 성북구의 한 카페에서 정모(22)씨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권우석 기자

서울 성북구의 대학생 정모(22)씨도 편의점과 카페 아르바이트로 모은 600만원을 최근 주식에 투자했다. 당초 생활비와 여행 자금으로 사용할 목적이었으나, 연일 증시 폭등 뉴스가 쏟아지고 주변의 수익 인증이 잇따르자 조급한 마음에 투자 행렬에 동참했다.

정씨는 주식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오픈채팅방 정보를 따라 단기 매매를 반복했고, 한때 투자금 절반 가까이를 잃어 MTS를 삭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며칠 만에 다시 앱을 설치했다. 정씨는 “열심히 일해서 돈 모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압박감이 크다”며 “계속 불안한데도 다시 들어가게 된다”고 했다.

이 같은 20대의 주식 투자 열기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KB·NH·신한·메리츠·키움·하나·대신증권)의 20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달 둘째 주 기준 4239억원으로, 전년 동기(1888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대신증권 분석에서도 지난 4월 20대 신규 계좌 개설 증가율은 올해 1월 대비 308.4%로 전 연령대 가운데 30대(352.6%) 다음으로 가장 높았다.

문제는 빚까지 동원한 투자 열기에 비해 실제 성적표는 초라하다는 점이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개인 투자자 평균 수익은 848만원이었지만, 20대 평균 수익은 143만원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았다.시장 전문가들은 20대 투자자들이 정보력이 취약한 상태에서 레버리지 상품이나 테마주 등 고위험 단기 매매에 치중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가 투자 동아리의 풍경도 변하고 있다. 투자 동아리들은 증권사 애널리스트처럼 기업·산업 리포트를 작성하거나 팀을 꾸려 실전 투자 대회에 나가기도 한다. 특히 최근엔 ‘포모’ 심리가 확산되면서 진로와 무관하게 투자 자체에 관심을 갖고 유입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동국대학교 금융투자학회 활동 모습./동국대학교 금융투자학회 제공

동국대학교 금융투자학회는 2024년만 해도 15명 모집에 약 30명이 지원했지만, 지난해 하반기에는 43명, 올해 상반기에는 약 50명이 지원했다. 학회장을 맡았던 남주호(25)씨는 “예전에는 금융권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투자 자체에 관심을 가진 초보 투자자 유입도 많아졌다”며 “최근 장이 워낙 좋다 보니 가치투자보다는 단기 흐름을 따라가려는 분위기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가치투자·핀테크연구회 회장 류민준(26)씨 역시 대학가에 퍼진 포모 심리를 경계했다. 류씨는 “‘지금이라도 진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 ‘남들은 다 수익을 내는데 나만 소외된 것 같다’는 식의 불안감을 호소하는 대학생들이 부쩍 늘었다”며 “특정 섹터나 테마주가 단기간에 폭등하면 그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추격 매수 심리가 팽배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대학생들의 투자 경험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최근 대학가 투자 열풍은 장기 투자보다 고위험의 단기 매매에 치우쳐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기초 자산 변동성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인버스 ETF 상품에 대출금까지 쏟아붓는 행태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증시는 하루에도 5% 이상 급등락할 정도로 변동성이 크다”며 “근로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대학생들이 빚을 내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면 회복이 매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 전체적으로도 과도한 투기성 자금이 확산하면 자본시장의 건전성이 훼손되고 변동성만 키우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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