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CEO 인선]③ '대출비리'에 연체율 상…우리은행·우리카드 대표 연임 '안갯속’

9월부터 돌입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조망해 봅니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우리금융그룹의 다수 계열사에서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정대출 사실이 드러나면서 우리은행과 우리카드 최고경영자(CEO)의 연임도 '안갯속'이다. 우리금융 전반의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면서 올해 말 임기를 마치는 계열사 사장에게 불똥이 튄 형국이며, 특히 금융당국이 주시하는 우리은행장 연임은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기업영업왕' 조병규 행장, 지우지 못한 손태승 그림자

/그래픽=박진화 기자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목표로 내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에게 적격인 인물이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조 행장은 취임사에서 우리은행이 '기업과 같이하는 은행'이라고 강조하며 기업금융 강화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조 행장은 지난 1992년 상업은행에 입행한 뒤 줄곧 우리은행에서 기업영업을 맡아 성과를 냈다. 첫 지점장 부임지였던 상일동역지점을 1등 점포로 만들었고, 본점 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 시절에는 우리은행에 핵심성과지표(KPI) 1위의 영예를 안겼다.

중소기업 역량 제고도 조 행장이 꿈꿔온 기업금융 강화의 중요 채널이었다. 행장 취임 이전에도 팬데믹 시기 경기침체와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다양한 정책을 시행한 공로로 2022년 12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중소벤처기업 금융지원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행장 취임 직후 '비즈(BIZ)프라임센터'를 구축해 1년여 동안 전국에 10개 센터의 개설을 완료했다.

조 행장 취임 이후 우리은행의 기업대출은 꾸준히 우상향을 그렸다. 기업대출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161조원에서 연말 170조원으로 증가했고, 올해 1분기 175조원, 2분기 183조원을 기록했다. 시중은행 '당기순이익 1등' 목표는 이 같은 성과를 근거로 하며, 조 행장은 올 7월26일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2024년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에서도 "선택과 집중으로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내자"며 1등 목표를 재확인했다.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를 앞둔 시점에 조 행장은 "우리은행은 그룹과의 시너지를 통해 더 큰 성장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장밋빛 꿈은 그로부터 정확히 2주 후 산산조각이 났다. 8월11일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손 전 회장 관련 부정대출 사실을 언론에 대대적으로 알렸고, 이후에는 이 사실을 알고도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현 경영진에 책임을 물었다. 6월 대리급 직원의 180억원 횡령 이후 준법감시인을 전격 교체하는 등 해당 사고와 관련된 전현직 결재라인에 강력한 인사상 책임을 물었던 노력은 한순간 물거품이 됐다.

특히 당국은 조 행장이 지난해 9~10월경 부정대출 사실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리금융의 아킬레스건인 내부통제 부실이 급부상하면서 현 경영진의 조기퇴진설로까지 확산됐지만,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임 회장보다는 임기 만료가 코앞으로 다가온 조 행장의 연임 불가 시나리오가 더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 내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의 고질적인 계파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고도 나왔다. 조 행장은 지난해 선임 당시 '계파 갈등을 종식할 인물'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직원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중재안을 도출하는 등 중도 성향의 포용력 있는 리더십을 가졌다고 정평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 또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자금세탁방지센터'와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을 위한 '준법감시실' 승격은 그가 사실은 팔방미인격 리더였다는 점을 인식시켜주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조 행장은 우리금융에서 손 전 회장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했고, 결국 내부통제 이슈로 임기를 연장하지 못하게 생겼다. 역대 우리은행장이 2020년 이후 단 한 번도 연임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도 조 행장의 연임을 가로막는 '관행적인' 요소다.

오는 10일로 예정된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손 전 회장 친인척 부정대출 사건의 증인으로 임 회장이 채택된 가운데, 우리은행 최고경영자(CEO) 인사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캄캄'하다. 지난달 27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조 행장 연임과 관련해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예 회의 안건으로 올리지도 않았다고 전해진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일정대로 자추위는 열렸고 향후 일정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안다"며 "(조 행장의) 연임 여부와 관련해서는 들은 바가 없고 후보자조차 거론되지 않았다. (내부 분위기는) 감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익성 회복 vs 금감원 감사,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그래픽=박진화 기자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는 조 행장과 함께 연임에 도전하는 우리금융 내 유일한 CEO다. 그룹 내 부정대출에서 비껴간 우리카드는 현재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회사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2+1' 관행대로 연임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의 주요 업적은 독자가맹점 구축이다. 우리카드는 그간 BC카드 결제망을 이용해 가맹점 모집과 운영업무 등을 위임 운영했고, 지난해 3월 박 대표 취임 이후 넉 달 후인 7월부터 독자적인 결제망을 선보였다. 올 8월에는 독자 출범 1년 만에 독자가맹점 수 190만개, 독자회원 수 230만명을 확보했다. 올해는 독자가맹점 210만개와 독자카드 400만좌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박 대표는 임기 동안 영업수익 및 이익을 만회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우리카드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결제 부문의 수익성이 저하됐으며 이에 카드론, 할부, 리스 등 여신성 자산 중심의 영업자산 확대로 대응했다.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820억원) 대비 2.3% 증가한 83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22년 2767억원, 지난해 1399억원으로 큰 폭 하락했지만,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며 올 상반기만 1063억원으로 지난 한 해의 수익 이상을 벌었다.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연체율도 박 대표의 연임에 부정적인 이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우리카드 연체율은 1.73%로 전 분기 대비 0.27%p, 전년동기 대비 0.58%p 올랐다. 이는 수익성 회복을 위해 카드론을 많이 판매한 데 따른 것으로, 카드론이 '양날의 검'이 된 셈이다.

최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