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조 원 빚 돌려막기”… 정부, 한국은행 대출 의존 ‘역대 최대’
2025년 들어 정부의 재정 운영이 심상치 않다. 불과 7개월 만에 한국은행으로부터 빌린 단기 자금이 114조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속도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보다도 더 빠른 증가세다.정부는 “일시적인 유동성 대응”이라고 설명하지만,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세수 부족을 중앙은행 대출로 메우는 위험한 관행이 고착화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은행 대출 114조 원 돌파, 불과 7개월 만의 ‘역대 최대’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8월호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동안 정부가 한국은행으로부터 빌린 단기 자금, 일명 ‘한은 마이너스통장’ 규모가 114조 원을 넘어섰다.이는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난 기록이며, 코로나19 위기 당시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정부의 한은 대출은 법적으로 허용된 제도다. 세금이 걷히는 시점과 지출 시점이 맞지 않을 때 단기 유동성 부족을 메우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올해와 같이 세수 자체가 구조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상시적으로 동원된다면, 사실상 중앙은행이 정부 지출을 떠받치는 ‘빚 돌려막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세수 펑크, 재정 적자 94조 원으로 이어져
올해 세수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나쁘다.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법인세 수입이 급감했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양도소득세 등 자산 관련 세금도 줄어들었다.그 결과 상반기 나라살림 적자는 94조 3천억 원에 달했고, 국가채무는 1,218조 원을 넘어섰다.
특히 부가가치세는 연초 환급 증가로 인해 1조 4천억 원 감소하며 세입 감소의 압박을 더했다. 소득세와 일부 법인세 수입이 늘었지만, 감소 폭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늘어나는 국고채 발행… 발행 한도 63% 이미 소진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고채 발행도 급증했다. 1~7월 국고채 발행 규모는 140조 5천억 원으로, 연간 발행 한도의 63%를 이미 채운 상태다.지난해 국채 발행량은 224조 원으로 전년 대비 12% 이상 늘었고, 올해는 두 차례 추경까지 더해져 발행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발행된 국채가 단순히 빚이 아니라 이자를 동반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채 이자 비용은 28조 2천억 원에 달했고,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30조 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는 2020년(18조 원) 대비 5년 만에 50%나 급증한 수치다.
‘돈 찍어내기’ 논란… 중앙은행 독립성 위기?
전문가들은 정부의 한국은행 대출 의존이 단순한 유동성 조정 차원이 아니라 “사실상 돈을 찍어 쓰는 것과 같다”고 지적한다.단기 대출은 원칙적으로 연도 내 상환해야 하지만, 규모가 커지고 빈도가 잦아지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한은 대출은 시중 통화량 확대를 불러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이미 이자 부담으로 지난해에만 2천억 원이 국민 세금에서 지출됐다. 재정 악화 → 이자 부담 증가 → 재정 악화라는 악순환이 고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입장: “GDP 대비 1% 수준, 안정적 관리”
기획재정부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세수와 세출의 시기적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일 뿐”이라고 반박한다.또한 국채 이자비용 역시 GDP 대비 1% 수준으로, 충분히 감당 가능한 범위라는 설명이다. 외국인과 보험사 등 강력한 수요층이 있어 국채 시장이 안정적으로 소화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역대 최대 규모의 차입 속도를 고려할 때 이러한 설명이 설득력을 얻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설명이 ‘착시효과’를 불러일으켜, 마치 재정이 안정적인 것처럼 보이게 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코로나19 국채 만기 도래, 차환 부담 가중
앞으로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코로나19 시기에 대규모로 발행된 국채가 올해부터 만기를 맞이하기 때문이다.올해 만기도래 물량은 94조 원, 내년은 98조 원 규모에 달한다. 내후년까지 100조 원 가까운 국채를 차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장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이처럼 ‘세수 펑크 → 대규모 국채 발행 → 이자 부담 급증 → 다시 국채 발행’이라는 악순환 고리가 굳어지면, 재정 건전성은 더욱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땜질식 대응으로는 재정 안정성 확보 못 해”
재정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히 일시적 위기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한 경제학자는 “세수 기반이 무너진 상태에서 단기 차입과 국채 발행으로만 버티는 것은 재정 건전성을 해칠 뿐”이라며 “구조적인 세입 확충과 지출 효율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가 단기 대출을 정상적인 절차라고 해명하는 것은 맞지만, 역대 최대 수준의 규모와 속도는 ‘일시적’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론: 나라 곳간, 언제까지 버틸까?
올해 한국은행 대출 114조 원 돌파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이는 정부 재정이 얼마나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 신호다.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단기 유동성 차원일 수 있지만, 반복되는 세수 부족과 추경 편성, 국채 발행 확대는 분명히 구조적인 문제다.
단기 ‘마이너스통장’으로는 재정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세입 기반 강화, 지출 구조 개편, 그리고 장기적 재정 전략 없이는 국가채무의 급증과 이자 폭탄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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