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매출 전망치 하회…CEO 교체 이후로 연간 실적 전망 철회
세계 최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매출을 보고하고 연간 실적 전망을 최고경영자(CEO) 교체 이후로 철회한다고 밝혔다.
1일(이하 현지시간) 나이키는 장 마감 후 실적 발표를 통해 2025회계연도 1분기(6~8월) 매출이 115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하고 월가 전망치인 116억5000만달러에도 못 미쳤다.
주당순이익(EPS)은 0.70달러로 예상치인 0.52달러를 웃돌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다만 매출총이익은 생산 비용 감소와 가격 인상에 힘입어 전년 대비 1.2% 증가한 45.4%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인 44.4%도 상회했다.
소비자직접판매(DTC)와 온라인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13%, 15% 감소했다. 도매 매출도 8% 감소한 64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몇 년 동안 인기를 끌었던 에어포스1, 덩크, 에어조던1의 온라인 판매량은 전년 대비 50%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 분기 나이키의 주요 글로벌 사업부 4곳에서 모두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북미 지역 매출은 최대 폭인 11% 감소를 기록했다.
나이키는 2분기(9~11월) 매출이 전년 대비 8~1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월가가 예상한 7% 감소보다 큰 폭이다. 또 나이키는 추가 가격 인하로 매출총이익이 1.5%p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 1월 나이키 CEO로 선임된 존 도나호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자체 매장과 웹사이트를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DTC 전략을 강화하며 자사 기술 성장에 집중하는 한편 풋락커, 메이시스와 같은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끊었다. 팬데믹 이후에도 DTC 전략에 집중했지만 그 사이 호카, 온러닝 등에 신생업체가 급성장해 시장 점유율을 빼앗겼다.
도나호의 취임 후 나이키의 연간 매출은 31% 이상 성장했지만 신제품이 아닌 에어포스1, 덩크, 에어조던1과 같은 기존 인기 제품 판매를 통해 달성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나이키는 혁신에 뒤처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최근 들어 해당 제품의 판매가 급격히 감소해 실적에도 타격을 줬다.
지난달 나이키는 실적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CEO를 전격 교체하기로 했다. 신임 CEO로 발탁된 엘리엇 힐 전 소비자 시장 부문 사장은 오는 14일 임기를 시작한다.
이날 나이키는 연간 실적 전망을 힐의 취임 후까지 철회한다고 밝혔다. 매튜 프렌드 나이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를 통해 엘리엇이 현재 전략과 사업 트렌드를 평가하고 2026회계연도 이후 사업의 최적의 위치를 결정하기 위한 계획을 개발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렌드는 “시장 전반에 걸친 나이키의 디지털, 소매 판매 트렌드와 봄 시즌 최종 주문량 등을 고려할 때 연초 이후 매출 전망치가 조정됐다”고 밝혔다. 프렌드는 회사가 새로움과 혁신을 추구함에 따라 총 마진이 올해 내내 전년 대비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이키는 내달 열릴 예정이었던 투자자의 날 행사도 연기하기로 했다. 이번 행사는 7년 만에 열리는 것으로 이 자리에서 신임 CEO가 나이키 경영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나이키는 지난 6월 2024회계연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연간 매출이 한 자릿수 중반 비율로 감소하고 특히 상반기 매출은 높은 한 자릿수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이날 뉴욕증시 정규장에서 나이키 주가는 0.83% 상승 마감했다. 이후 연간 실적 가이던스 철회와 투자자의 날 행사 연기 소식이 전해지며 시간외거래에서 6% 가까이 하락했다. 나이키가 실적 부진에 시달리며 주가는 올해 들어서 약 18% 하락했다. CEO 교체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19일 이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번지며 10%가량 상승했다.
최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