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우리나라 도로를 누비던 국민 경차 ‘대우 마티즈’의 후속 모델인 쉐보레 스파크가 전기차로 되살아났다. 하지만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니 예상과는 사뭇 다르다.

GM 쉐보레는 지난 10일 브라질 시장 진출 100주년 기념 행사에서 ‘스파크 EUV’를 공개했다. 전장 3996mm, 휠베이스 2560mm의 아담한 전기 SUV다. 언뜻 보면 기존 스파크의 DNA를 이어받은 듯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이 차의 정체는 중국 바오준의 ’옙 플러스(Yep Plus)’다. GM이 중국 현지 합작사 SAIC-GM-우링을 통해 생산하는 전기차에 쉐보레 엠블럼만 붙인 것이다. 사실상 중국차에 미국 브랜드 옷을 입힌 셈이다.

스파크 EUV의 실내는 꽤 모던하다. 8.8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2.8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이 눈에 띈다. 드론 제조사로 유명한 DJI가 개발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탑재됐다. 동력계통은 후륜에 101마력(75kW)의 모터를 단 단순한 구성이다. 42kWh 배터리로 중국 기준 401km를 달린다.

문제는 가격이다. 브라질에서 스파크 EUV는 15만9990헤알(약 3900만원)에 팔린다. 같은 차가 중국에서는 9만3800위안(약 1800만원)이다. 쉐보레 배지 하나 붙였을 뿐인데 가격이 2배 이상 뛰었다.

이는 경쟁차와 비교해도 부담스럽다. 브라질에서 BYD 돌핀 미니는 11만5800헤알(약 2800만원)에 팔린다. 같은 중국산 전기차인데도 800만원 이상 비싸다.

사실 GM의 이런 전략은 이해가 간다. 중국에서 검증된 전기차를 가져와 자사 브랜드를 붙이면 개발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 프리미엄을 과도하게 매긴 건 아닌가 싶다.

스파크 EUV는 올여름 브라질에서 판매가 시작된다. 이어 대형 전기 SUV ‘캡티바 EV’도 출시될 예정이다. 역시 중국 우링 스타라이트 S 기반이다.

쉐보레 스파크가 돌아온 건 좋지만, 중국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시대가 된 게 아쉽다. 한때 우리나라 경차 시장을 주름잡던 그 스파크가 이제는 중국산 전기차에 미국 브랜드만 붙인 모습이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자동차업계는 이제 중국의 기술과 생산력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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