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구축 중인 반도체 생태계를 점검합니다.

네이버가 올해를 '인공지능(AI) 사업 원년'으로 삼고 서비스 확장에 본격 나선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클라우드 인프라와 거대언어모델(LLM) 운영에서는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멀티 벤더' 전략을 펴는 한편 미래 먹거리인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협력 범위를 넓히며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AI 산업의 경쟁력이 초기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중심에서 최근 '분야별 최적화'로 옮겨가고 있는 만큼 범용 연산에선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비용 효율을 높이고 정교한 물리 시뮬레이션 환경이 필수 피지컬 AI 분야에선 엔비디아가 구축한 생태계를 적극 활용해 기술 완성도를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다.
리사 수 만나는 최수연
1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달 18일 방한하는 리사 수 AMD 최고경영책임자(CEO)와 최수연 대표의 회동을 위한 준비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회동은 최 대표와 수 CEO, 두 대표 글로벌 여성 리더들간의 만남이라는 상징성뿐만 아니라 네이버가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멀티 벤더' 전략을 강화하는 시점에 이뤄지는 만큼 향후 양사간 협력 확대로 이뤄질지 관심을 모은다.
네이버 입장에서 글로벌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는 AMD는 천문학적으로 치솟는 인프라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특정 기업에 기술 주권을 종속시키지 않겠다는 '소버린 AI' 전략을 구현하기 위한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네이버는 AI 인프라 생태계 구축에 있어 엔비디아와 협력을 견고히 유지하는 동시에 인텔과 AMD 등을 아우르는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실제 '각 세종' 등 자사 데이터센터에서는 최적의 인프라 믹스를 완성하려는 내부 테스트도 진행되고 있다.

앞서 이상준 네이버클라우드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지난해 10월 '각 세종'에서 열린 테크밋업 행사에서 "엔비디아 종속을 피하기 위해 인텔, AMD 등 다른 회사 솔루션을 실제 서비스에 적용 검토 중"이라며 "동영상 스트리밍 등 일부 서비스에서는 인텔 제품이 효율적이라 판단해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지난해 11월 열린 팀네이버의 기술 콘퍼런스 '단25'에서 "자체 LLM과 AI 서비스를 구현하려면 엔비디아로부터 공급 받기로 한 6만장의 GPU도 충분하지 않다"며 인프라 확충의 절실함을 강조했다.
AMD의 입장에서도 동아시아 지역을 넘어 중동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네이버는 AI 가속기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위한 고객이자, 자사 제품의 성능 실증과 컴퓨팅 기술 개발 등을 위한 매력적인 파트너다.
앞서 AMD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플랫폼 '헬리오스'를 공개했다. 이 플랫폼은 차세대 GPU와 중앙처리장치(CPU), 네트워크를 통합한 데이터센터 시스템으로 대규모 AI 모델 학습과 추론을 겨냥한 인프라다.
특히 이 플랫폼에 탑재되는 차세대 AI 가속기는 대용량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기반으로 초고속 데이터 처리 성능을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AI 모델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GPU 성능뿐만 아니라 메모리 대역폭 확보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회동에서 양사간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공급 확대를 비롯해 소버린 AI 인프라 구축과 차세대 컴퓨팅 기술 협력 등 폭 넓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피지컬 AI 엔비디아와 밀착
반면 네이버는 미래 먹거리로 육성 중인 피지컬 AI 분야에선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단순히 연산 자원을 확보하는 것보다 현실 공간을 가상에 정밀하게 구현하고 그 안에서 로봇과 설비, 작업 흐름을 반복적으로 시험할 수 있는 플랫폼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엔비디아가 구축 중인 시뮬레이션 환경은 이미 전 세계 로봇 산업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서 엔비디아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차세대 피지컬 AI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양사는 네이버의 디지털 트윈·로보틱스 등 차세대 기술 역량과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아이작 심' 등 3D 시뮬레이션·로보틱스 플랫폼을 결합해 산업 환경을 가상 공간에서 정밀하게 재현하고 AI가 분석·판단·제어를 돕는 구조로 피지컬 AI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향후 이 플랫폼을 활용해 반도체·조선·에너지 등 국가 핵심 산업을 대상으로 산업 현장의 AI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옴니버스는 엔비디아가 개발한 가상 시뮬레이션 기반 디지털 트윈 플랫폼으로 제조업 생산공정을 온라인 공간에 3D로 똑같이 구현한다. 아이작 심은 고성능 로봇 시뮬레이션 플랫폼으로 물리 엔진과 AI를 결합해 정밀한 로봇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네이버는 일찌감치 피지컬 AI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지속 육성해왔다. 지난해 10월에는 네이버랩스가 축적한 차세대 기술들을 실제 산업 프로젝트로 상용화하는 'R-TF'를 신설하고 다수 로봇 관제 시스템 '아크'와 웹 기반 로봇 운영체제(OS) '아크 마인드', 디지털 트윈 솔루션 '얼라이크' 등 자체 소프트웨어 스택을 고도화하고 있다.
또한 네이버벤처스와 스타트업 투자 조직인 'D2SF'를 통해 유망 기업에 투자하며 하드웨어부터 인텔리전스, 애플리케이션까지 전 밸류체인에 걸친 생태계를 확장 중이다. 최근에는 미국 피지컬 AI 스타트업 카멜레온과 애니웨어 로보틱스에 신규 투자했다.
카멜레온은 북미 호텔 업계의 인력난을 겨냥해 하우스키핑 전반을 수행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 중이며 올해 2분기 현장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애니웨어 로보틱스는 트럭 하역·팔레트 적재 등 물류 현장의 고강도 작업을 자동화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로봇 기업 파낙 등과 협업해 현장 경쟁력을 입증했다.
최 대표는 지난달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지난 몇 년 간 사내에서 수백 대의 로봇을 운용하며 실내 환경에서 다양한 실험을 해왔지만 올해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실외 환경으로 실험 무대를 옮길 예정"이라며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는 오는 16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개막하는 엔비디아 GTC 2026에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와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기술총괄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와 성 기술총괄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성 기술총괄은 컨퍼런스 세션에서 찰리 보일 엔비디아 DGX 시스템 부사장을 비롯해 △아시크 칸 소프트뱅크 통합 클라우드 및 플랫폼 부문장 △안데르스 위너만 스페리컬AI 이사회 의장 △베스 마이너트 MITRE 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 등과 엔비디아 DGX의 혁신을 토대로 향후 10년간 대규모 컴퓨팅과 지능형 시스템이 인류의 잠재력을 어떻게 확장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지에 대해 패널 토론에 나설 예정이다.
권용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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