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 보며 응찰했는데” 국고채 담합 조사 논란… 공정위 “더 큰 손해 줄였을수도”
당사자인 PD들은 “손실 봐 온 분위긴데 왜?”
낙찰금리<시장금리… “시세보다 비싸게 사”
공정위, 추후 기재부·한은 자료요청 가능성도
경쟁당국이 국고채 전문 딜러(PD·Primary Dealer)들을 겨냥해 ‘입찰 담합’ 혐의를 들여다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PD들은 시장 전반의 국고채 금리가 급격히 치솟았던 지난해부터 최근까지도 ‘손해’를 감수하면서 국고채 입찰에 참여해 왔다고 토로한다. 어느 누가 손해를 보기 위해서 짬짜미하느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꼭 담합을 통해 이윤이 나야 위법인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손해를 봤더라도, 실제 더 많이 입을 손해를 줄였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국고채 입찰에 참여하는 PD들 간의 입찰 관련 합의 여부, 그리고 해당 합의가 가격·거래 조건 등 시장 경쟁 환경에 얼마나 제약을 가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이번 조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업계와 관계 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말부터 지난 3일까지 국고채 PD로 지정된 증권사 11개·은행 7개 등 총 18곳의 자금 운용 담당 부서에 대한 동시다발적 현장조사를 했다. 증권사들의 사업자단체 성격인 금융투자협회도 함께 현장조사를 받았다. 혐의는 국고채 입찰 담합이다.
공정위는 이번 현장조사를 통해 PD 운용역들의 PC와 휴대전화까지 들여다봤다. 이를 통해 비슷한 나이대의 딜러들이 입찰 전 금리 담합을 메신저로 논의한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 “시세보다 비싸게 국고채 사들여 손해인데 웬 담합?”
PD들 사이에선 이번 조사 시기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최근 국고채 입찰에 참여한 결과가 이득보다는 손실을 보는 상황의 연속이었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고채 금리가 줄곧 상승했던 작년의 경우 낙찰 금리보다 시장 금리가 높은 경우가 많아 전반적으로 PD사들이 손실을 보는 구조였다”면서 “최근 상황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낙찰금리와 그 당시 시장금리를 비교하는 방법으로 PD사들의 손실 여부를 대략 가늠해 볼 수는 있다. 국고채 가격은 이자율과 역관계다. 국고채 금리가 높다는 것은 가격이 싸다는 의미다. 낙찰금리가 시장금리보다 높으면(낙찰 가격이 시장 가격보다 싸면) PD사가 이득을, 그 반대라면 손해를 본다.
3·10년물 국고채 낙찰금리와 낙찰일 오전 기준 시장 금리로 비교해 보면, 작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낙찰금리가 시장금리보다 높은 경우는 단 4차례에 불과했다. 대부분이 낙찰금리보다 시장금리가 더 높았던 경우였다. 최근엔 금리 차가 더욱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는데, 3년물 국고채의 시장금리와 낙찰금리 차이는 ▲2월 4.2bp(1bp=0.01%p) ▲4월 3.4bp ▲5월 4.6bp ▲6월 3.2bp 등이었다. 다만 PD사들마다 사정은 다르기에 이것이 정확한 손실의 척도가 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사 갈 수 있는 가격보다 입찰을 통해 오히려 비싸게 사 갔다는 이야기”라면서 “이윤을 위해 싸게 사도록 서로 가격을 조정했어야 담합이란 게 성립되는 게 아니냐”라고 했다.

◇ ‘합의→경쟁제한’ 입증 관건… 기재부·한은 자료 요청할수도
공정거래법상 담합은 2개 이상의 사업자 사이에 합의가 있고, 이런 합의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규정돼 있다. 결국 PD들 간의 어떤 행위를 ‘합의’로 볼 것이냐, 이것이 실제 다른 사업자들과의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했느냐가 국고채 입찰 과정에서의 담합 여부를 가를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담합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내야만 위법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시선이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정해진 가격이나 거래 조건에 대해 합의하면 이윤이 나든, 손해가 나든 모두 담합이 된다”고 했다. 그는 “사실 손해를 봤다는 얘기는 (담합 혐의를 받는 이들이) 흔히들 하는 주장인데, 손해를 보며 장사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손해를 봤더라도, 입을 수 있었던 더 큰 손해를 줄였을 가능성도 따져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공정위가 담합의 정황으로 들여다보는 메신저와 관련해서도, PD 운용역이란 직업군의 특성상 늘 존재해 온 것일 뿐 막상 특별한 내용이 오가지 않았을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바닥이 너무 좁다 보니까 서로들 너무 잘 아는 사이”라며 “같은 일을 하는 사람끼리 업무 이야기를 주고받았을 순 있는데, 그 이야기가 ‘오늘 (입찰) 들어가는데 걱정된다’의 수준이냐, 구체적인 데이터가 오간 수준이냐의 문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반면 “회사채 입찰 때도, 포지션이나 얼마에 들어갈 것인지 등 말을 맞추는 경우가 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공정위는 향후 필요시 국고채 입찰의 또 다른 주체인 정부부처 등에 자료 협조 요청을 할 수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로부터 국채 발행 요청을 받아 계획안을 짜고, 한국은행은 해당 계획안에 따라 국채 중에서도 국고채 경쟁 입찰을 진행한다. PD들은 이 경쟁 입찰에서 1차로 국고채를 매입한 뒤 이를 기관이나 개인투자자에게 팔아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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