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못쓰가 정색하고 삐친다…시프트는 언짢은 일인가

“나지완 위원이 잘 알잖아요”

지난 주말이다. 광주 시리즈가 화제였다. 흥행 보장 카드인 트윈스전이다. 승부 자체도 관심이 높았다. 그런데 펀치-라인은 따로 있다. 김현수가 연출한 콩트였다. 27일 경기의 한 장면이다. KBS Sports 중계석이 빵빵 터진다.

나지완 “어제 김현수 선수가 마지막 타석 때 시프트에 걸려서 아웃된 상황이었는데요. 김선빈 선수를 보면서 뭔가 아쉬운 표정을 많이 지었죠.”

박용택 “왜 거기 서 있냐고 했죠.”

캐스터 “삐친 듯한 표정이었죠.”

나지완 “맞아요.” (이 순간 또 같은 타구가 나왔다. 2루 땅볼 아웃이다.)

캐스터 “잘 맞은 타구, 하지만 시프트에 걸렸습니다.”

나지완 “지금 또 그렇게 됐네요.”

박용택 “또 삐쳤어요.”

나지완 “김현수 선수 입장에서는 ‘정말 지독하다’ 그런 생각인가 봐요.”

박용택 “원래 김현수 선수 잘 삐쳐요. 나지완 위원 잘 알잖아요.”

(중계석이 빵 터진다.)

고통받는 5월에 시프트까지 괴롭혀

팬들이 붙인 애칭이 ‘사못쓰’다. ‘4할도 못 치는’이라는 역설이다. 그의 정교한 능력을 찬양하는 뜻이다. 그런 그가 진짜 4할을 쳤다. 적어도 4월 한 달간은 그랬다.

하지만 이후 급전직하다. 고통의 5월을 보내고 있다. 고질인 허리 탓이다. 34타석 연속 무안타에도 시달렸다. 월간 타율이 0.164(29일 현재)로 뚝 떨어졌다. 이미 3할도 뚫렸다. 0.288로 타격 1위→29위로 추락했다.

그나마 지난주부터 조금씩 살아난다. 그런데 괜찮은 타구가 자꾸 걸린다. 징글징글한 시프트 때문이다. 그러니 삐칠 만도 하다. 물론 메소드 연기일 뿐이다. 한참을 정색하지만, 본심은 아니다. 결국 당사자도, 가해자(?)도 웃으며 끝낸다. 적어도 광주에서는 또 삐치면 큰 일 아닌가.

KBS N Sports 중계화면
KBS N Sports 중계화면

MLB 좌타자 타율 2푼 정도 높아져

MLB가 올해부터 수비 시프트를 금지했다. 엄밀히 말하면 금지는 아니다. 축소라는 표현이 맞다. 내야 라인의 변형을 제한한 것이다. 요약하면 두 가지다. ‘베이스와 베이스 사이에는 2명이 넘으면 안 된다.’ ‘외야 쪽 잔디까지 올라설 수 없다.’ (외야는 예외다. 좌익수가 2익수 자리로 옮기는 형태는 여전히 가능하다.)

노사 합의에 따른 조치다. 즉 선수 노조 측이 찬성했다는 뜻이다. 특히 좌타자들이 반색했다. 시프트의 표적이 대부분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오타니 쇼헤이는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제야 공정해진 것 같다. 지금까지는 왼손 타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했다.”

덕분에 그가 3할 타율도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전체 타석의 88.3%나 펼쳐졌던 시프트였다. 그게 사라지면 상승 요인은 충분하다. 그러나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지난 시즌 타격 성적과 큰 차이가 없다. 0.273-0.356-0.519(타-출-장)에서 0.269-0.344-0.513으로 오히려 조금 떨어졌다.

확실한 수혜자는 따로 있다. 코리 시거다. 텍사스로 이사한 지난해는 부진에 시달렸다. 0.245-0.317-0.455로 자신의 평균치에 한참 부족했다. 그러나 올해는 반등했다. 부상으로 한 달가량 공백이 있지만 0.333-0.404-0.587로 수치가 향상됐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통계에 따르면 그는 시프트의 최대 피해자였다. 지난해 이에 따라 123개의 아웃을 뺏겼다. 어차피 아웃될 타구를 제외해도, 안타 20개 이상을 손해 봤다는 계산이다. 새로운 규정이 그에게 유리한 이유는 따로 있다. 삼진율이 낮고, 인플레이 타구 비율이 높은 스타일인 덕분이다.

뉴욕 타임스의 최근 보도다. 왼손 타자 인플레이 타구의 안타 비율이 달라졌다. 시프트 시절 28% 중반에서 올해 29.5%로 1%P 정도 증가했다는 내용이다. 타율로 치면 1푼이 높아진 셈이다. 다른 통계에서도 좌타자 평균이 2푼가량 올라갔다는 결과도 나온다.

지난해 다저스-파드리스전에서 등장한 시프트 모습 SPOTV 중계화면

시대 역행적인 MLB의 조치에 담긴 뜻

사실 MLB의 조치는 시대 역행적이다. 지금은 고도로 정밀한 데이터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 각 구단마다 수십 명의 전문 인력을 투입한다. 상당수는 명문대를 졸업한 수재들이다. 그걸 기반으로 전략을 짜고, 팀이 운영된다. 일종의 IT기업 형태다. 이를 통해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기업 가치도 키워간다.

그럼에도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강행했다. 이유는 따로 있다. 야구의 본질을 회복하려는 뜻이다. 지나친 통계 의존 탓에 흥미의 요소가 감소했다. 경기 시간 단축과 함께 개선의 투 트랙이 등장한 배경이다.

시프트는 게임의 방식을 바꿨다. 굴리면 손해다. 띄워야 한다. 그런 결론이 타자들을 변하게 했다. 장타를 노리는 스윙이 돈이 된다. 플라이볼 혁명은 야구를 단조롭게 만들었다. 아기자기함이 실종됐다. 내야수들의 멋진 플레이가 줄어들었다. 결국 극단의 형태만이 생존하게 된다. 이런 위기감이 변화를 택하게 만든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미 논란은 진행 중이다. 우선 회의적인 시각이 크다. 과연 효과적이냐는 반문이다. 가장 적극적이던 카를로스 수베로가 퇴장했다. 신임 최원호 감독은 “무분별한 시프트 사용은 지양하겠다”는 지론을 펼쳤다.

몇몇 구단들도 비슷하다. 특히 투수들의 거부감이 크게 작용한다. 극단적인 변형 수비가 부담스럽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별도의 파트별 미팅을 갖는 팀도 있다. 투수, 수비, 데이터 팀의 소통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와는 별도다. KBO 차원의 검토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논의가 있었다. 취지는 미국과 같다. 퓨처스 리그를 거쳐 도입하는 방안이 제기됐다. 아마 MLB의 결과에 따라 본격적으로 이슈화할 것으로 보인다.

KBO의 역대급 투고타저 시즌

2023시즌은 투고타저 현상이 두드러진다. 아직 5월인데 타격 1위가 0.329(기예르모 에레디아)에 그친다. 3할이 넘는 타자는 15명뿐이다. 이 상태로 가면 최저 타율 타격왕(1989년 고원부 0.327)을 걱정해야 한다.

반면 투수들은 편해졌다. 10개 구단 전체 평균자책점(ERA)이 3.87이다. 3점대는 2022년 이후 11년 만이다. 타자들이 기를 못 편다. 아무래도 흥행에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사못쓰의 삐침은 물론 장난이다. 하지만 그럴 만한 이유는 있다. 오타니의 말처럼 “(수비 시프트가 좌타자에게만 집중되니) 공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야구로 돌아가야 한다”는 맨프레드의 소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