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만원도 없어 외상”…힘겹게 ‘달방살이’ 3명, 여관 보복 방화로 숨졌다

“일부 투숙객, 1만~2만원 식료품 살 때도 외상해야 할 정도로 어렵게 생활”

21일 오전 충북 청주시 상당구의 한 여관 방화에 의한 화재로 투숙객 3명이 목숨을 잃었다.

TV조선 캡처

 
이날 경찰 등에 따르면 숨진 이들은 모두 월 28만~30만원을 내고 이른바 '달방'(한 달 치 숙박비를 내고 투숙하는 방)을 얻어 살던 장기 투숙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일용직 노동을 하며 일당을 받아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인근 슈퍼마켓에서 1만~2만원어치 담배나 식료품을 살 때도 외상을 해야 할 정도로 어렵게 생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관촌 특성상 동네 주민들은 대부분 숨진 이들의 이름이나 나이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한다.

이들 여관 투숙객의 목숨을 앗아간 방화 용의자는 불과 전날까지만 해도 같은 여관 3층 끝방에 머물던 40대 김모 씨였다.

앞서 여관 주인에게 '이달 20일까지 월세를 내지 못하면 퇴거한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써줬던 김 씨는 끝내 돈을 구하지 못하자 건물에 불을 질렀다.

그가 여관 1층 출입문 안쪽에 쌓아놓은 단열재에 붙인 불은 순식간에 여관 2~3층까지 번졌다.

동네 주민들은 김 씨가 평소 일당을 받는 족족 술 먹는 데 썼고, 술을 먹으면 공격적인 성향을 보여 왔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퇴거 문제가 있긴 했는데 정확히 무엇 때문에 그런 것인지에 대해선 조사를 좀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 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