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덮은 원룸베란다서 16년 유기 시체가 나왔다

■ 거제서 엽기범죄
2008년 30대 동거녀 살해 남성
8년간 시신 은닉한 집에서 살아
집주인 누수공사 과정서 드러나
경찰, 양산 거주지서 50대 검거

지난 8월 말 콘크리트 구조물 철거 과정 중 여성 시신이 담긴 여행용 가방이 발견된 경남 거제의 한 원룸 베란다. 거제경찰서 제공

거제=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

16년 전 동거녀를 살해한 후 여행용 가방에 담아 원룸 베란다에 시멘트로 암매장하고 해당 원룸에서 8년간 계속 거주한 50대가 경찰에 검거됐다. 이 같은 엽기적 범죄는 피의자가 이사를 나가고도 한참 지난 올해 8월, 사건 발생 16년 만에 집주인이 누수공사를 하느라 콘크리트 구조물을 철거하던 중에 드러났다.

경남 거제경찰서는 동거하던 여성을 둔기로 때려 살해하고 사체를 은닉한 혐의(살인)로 A(50대) 씨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2008년 10월 10일 거제시 한 원룸에서 동거녀 B(당시 30대) 씨와 다투던 중 둔기로 머리와 얼굴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범행 후 B 씨의 사체를 여행용 가방에 넣고, 원룸 바깥쪽 베란다 구석에 벽돌을 쌓고 시멘트를 부어 구조물(가로 39㎝·세로 70㎝·높이 29㎝)처럼 보이도록 숨긴 혐의도 받았으나 공소시효(7년)가 지나 경찰은 적용하지 못했다.

경찰 조사결과, A 씨는 원룸 주인이 옥상 보일러실에 둔 벽돌과 시멘트로 사체를 은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A 씨는 범행 후에도 2016년까지 무려 8년간 해당 원룸에서 거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2004년 부산에서 DJ로 일하던 중 B 씨를 만나 교제했다. 그해 B 씨와 함께 조선업이 활황이던 거제로 내려와 유흥주점과 노점상·건설일용직으로 일했고 해당 원룸에는 2006년 입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B 씨의 가족은 2011년 실종신고를 냈으나 소재 파악이 되지 않아 장기 실종사건으로 남아 있었다. 경찰은 당시 동거남인 A 씨를 상대로 B 씨 소재를 조사했지만 “다툰 후 집을 나갔다”고 진술했고, 휴대전화 기록이나 CCTV 기록도 시간이 많이 지나 남아 있지 않아 실종 사건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던 B 씨 실종사건은 지난 8월 말 원룸 주인이 인부를 불러 누수공사를 위해 베란다 구조물을 철거하던 중 안에서 여행용 가방이 발견되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가방 속 시신에서 확보한 지문으로 인적사항을 확인해 11년 전 실종 신고된 B 씨임을 확인하고 동거남 A 씨를 양산의 원룸에서 검거했다. A 씨는 검거 당시 경찰이 자신을 왜 찾아왔는지 모를 정도로 놀란 모습이었으나, 조사 과정에서 범행을 모두 시인했다. 경찰 프로파일링 조사에서 A 씨는 “성격 차이 등으로 다투다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 씨는 “B 씨를 만나 자신의 인생이 이렇게 됐다”고 말하는 등 전형적으로 피해자를 탓하는 성향을 보였다. 또 A 씨는 모발검사에서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와 경찰이 살인 혐의와 별도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A 씨는 거제로 온 후부터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16년 만에 딸을 시신으로 찾은 피해자 가족들은 A 씨의 엄벌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