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숲을 마주하며 편안히 숨쉬는 집, 운중동 주택

반듯하지 않은 대지에 경사진 지표면의 한계를 극복하고
안팎으로 개방감을 누리며 활짝 열리는 집, 젊은 부부를 닮아 스마트하다.


운중동 주택은 젊고 스마트한 부부의 집이다. 이들은 평소 효율적이고 바쁜 일상을 보내는 만큼 새로 지어질 집은 보다 느긋하고 따뜻한 곳이기를 바랐다. 신혼집을 단독주택으로 구해 살아보며 꾸준히 집짓기를 준비해 온 이들에게 필요한 집의 필수조건은 ‘개방감’이었다.

판교지구의 서쪽 끝, 청계산에 기댄 대지는 인접 주거단지와의 경계에 위치한 탓에 서쪽 소나무 숲을 마주한다. 산자락에 조성되어 대지는 3m에 가까운 고저차를 가지며, 격자로 나누어진 필지들 중 코너에 위치해 있어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주차장 출입구의 위치와 폭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고, 소나무 숲을 마주하는 대지의 서측은 외벽의 길이 또한 제한하고 있었다. 이런 조건 속에서 어떻게 개방적인 집을 만들 것인지가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다.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는 전이 공간의 역할을 하는 현관과 포치.
현관은 주차장과 바로 이어지는 동선이라 편리하다. 곳곳에 설치된 플랜터 정원은 관리하기 용이하다.
중정을 향해 전면창을 적용해 채광과 환기에 부족함이 없고 개방감이 느껴진다.
민트색의 모자이크 타일로 마감한 욕실. 산뜻한 컬러감이 인테리어 포인트가 되어준다.

우리는 소위 ‘방’과 같은 전형적 공간들을 집안 깊숙이 침투하는 외부공간과의 관계를 통해 재구성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도심형 단독주택에서 개방감이란 단순히 큰 창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외부와의 연결을 강화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몇 개의 방이 요구되었지만, 부부가 살아갈 공간의 성격은 방의 개수가 아닌 외부공간과의 관계를 통해 정의되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성남시
대지면적 : 229.6㎡(69.45평)
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거주인원 : 2명(부부)
건축면적 : 114.77㎡(34.71평)
연면적 : 348.88㎡(105.53평)
건폐율 : 49.99%
용적률 : 89.95%
주차대수 : 2대
구조 : 철근콘크리트
단열재 : 준불연 PF보드 90mm, 경질우레탄폼 30mm
외부마감재 : 화강석
창호재 : ㈜필로브
조경 : 오픈니스 스튜디오
전기·기계·설비 : ㈜정연엔지니어링
구조설계(내진) : 아이디어구조
시공 : ㈜제효
설계 : 건축사사무소상건축 이상진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천장 – 던에드워드 페인트 / 바닥 – 지복득 원목마루
욕실 타일 : 모자이크타일, 대리석
수전 등 욕실기기 : 콰드로
주방가구 및 제작가구 : ㈜일도노 + 건축사사무소상건축
계단재 : 화이트오크 원목 + 월넛 원목
현관문 : ㈜메탈게이트

소나무 숲을 향해 개방성을 갖는 집의 내부. 서재, 침실, 다이닝 공간에서 곧바로 나갈 수 있는 테라스를 두어 실내외의 연결성을 더한다.
널찍하게 조성된 욕실은 드레스룸과 연결돼 생활의 편의성을 높인다.
3m가량의 고저차가 있는 대지여서 지하층임에도 도로와 면해 있어 마치 지상층과 같이 느껴진다.

반듯하지 않은 대지의 형태를 그대로 받아들여 건축물을 배치해 화장실, 계단, 보조주방 등의 부수적인 공간들은 아주 콤팩트하게 구성되었다. 반면 거실과 같은 주된 공간들은 바닥과 천장의 높이 변화를 통해 그 쓰임과 분위기에 어울리는 비례를 가지며 집의 안쪽으로 열렸다. 또한, 전형적 형태에서 벗어난 이 공간들은 독립적인 외부공간과 맞닿아 개방감을 획득한다.
건축이 경사진 지표면과 맺는 관계에서, 외벽과는 별개로 한 발짝 물러난 덩어리가 만드는 틈은 집으로의 진입을 이끈다. 이 흐름은 내부 포치로 이어지는데, 이는 대문을 지나 현관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설계한 결과이다. 도로와 집 사이의 아늑한 공간을 만들어 여기에 빛과 어둠과 바람과 자연을 공존하도록 해, 집을 마주하는 순간 또한 시시각각 변화하는 하나의 공간적 경험이 된다.

화강석으로 단정하게 마감된 외부.
주택은 주변 풍경과 자연스레 어울리며 조화롭다.
실의 면적과 개수를 늘리기보다는 중정과 테라스에 많은 면적을 할애한 주택.

포치에서 시작된 보이드는 건축물 전체를 관통하며 발산하여 도시와 소통한다. 안마당을 품은 중정형 주택의 성격을 가지면서도 내부화된 외부공간들로 인해 건축은 형태를 잃는다. 형태로 구속되지 않는 공간들은 도시와 만난다. 이는 곧 개방감이자 아늑한 마당이고 미시적인 도시의 시퀀스이다. 줄눈이라 불리는 입면의 패턴을 없앤 탓에 돌의 질감만 남겨진 외벽과 그 무거움을 한층 누그러뜨리는 이 보이드가 만나, 주변 주거지의 단절된 풍경 속에서 먼저 말을 건네는 그런 집이 되기를 바란다.


건축가 이상진 : 건축사사무소상건축

상건축은 단순한 건축을 지향한다. 건축의 안팎을 이루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은 마치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와도 같다. 우리는 대지에 대한 고유한 해석을 통해 복잡성을 풀어가며, 그 과정 속에서 의미를 발견한다. 이 단순화는 건축이 태어나는 순간까지 이어지고, 작은 부분에서부터 전체를 아우르는 일관된 집요함으로 완성된다. 그 결과는 단순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건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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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 | 사진 박영채 | 기획 오수현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4년 11월호 / Vol.309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