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MW의 신상 전기차 iX1을 시승했다. 최근 풀 체인지를 치른 X1의 순수 전기 버전이다. 이전 세대보다 늘어난 덩치와 고성능 파워트레인, 빼곡한 편의장비가 주요 특징이다. 다만 ‘6,710만 원’이라는 시작 가격은 BMW의 소형 전기 SUV를 기다렸던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iX1은 과연 이 가격을 지불하고도 경쟁 모델 대신 선택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
글 서동현 기자
사진 각 제조사, 서동현

BMW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iX3 및 i4의 판매 성적이 대표적 증거다. 지난해 X3 전체 판매량은 8,673대. 그중 23%가 iX3였다. 4시리즈는 신차 출고량 4,112대 중 절반이 넘는 2,353대를 i4로 채웠다. 순수 전기차만의 편리함과 경제성을 맛본 소비자들이 눈길을 돌리면서 든든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플래그십 전기 세단 i7 역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막내 SUV인 X1도 드디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실 늦은 편이다. 경쟁 차종인 볼보 XC40 리차지와 렉서스 UX 300e가 2019년에, 메르세데스-벤츠 EQA와 아우디 Q4 e-트론이 2021년에 등장했다. 4년 전 2세대 X1의 부분 변경을 치렀던 BMW는 서두르지 않고 세대교체를 기다렸다. 그리고 지난해, i3 시절부터 쌓아온 전기차 노하우를 담아 iX1을 선보였다.
① 익스테리어



차체 크기는 길이와 너비, 높이 각각 4,500×1,835×1,615㎜다. 구형 X1보다 53, 24, 44㎜씩 몸집을 키워 더 이상 왜소해 보이지 않는다. 휠베이스는 22㎜ 늘어난 2,690㎜. 외관 디자인은 ‘x라인’과 ‘M 스포츠’ 두 가지로 나뉜다. 시승차는 x라인으로, 온로드보다 오프로드 성향이 짙은 디테일로 무장했다. 은색 앞뒤 스키드 플레이트와 다부진 범퍼, 굴곡진 사이드 스커트, 블랙 컬러로 마감한 휠 아치 클래딩이 포인트다.
그런데 겉모습에선 전기차라는 힌트를 찾기 어렵다. 라디에이터 그릴조차 내연기관 X1과 똑같이 생겼으니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끈하게 막혀있고, 중심에 레이더 센서가 깔끔하게 숨었다. 그릴 오른쪽 ‘i’ 배지와 파란색 테두리의 BMW 엠블럼만 친환경차 티를 낸다.



신형 X1의 또 다른 핵심, 바로 ‘공기저항계수’다. 구형 X1의 공기저항계수는 Cd 0.29. 에어로 다이내믹 설계에 더욱 심혈을 기울인 3세대는 세단 수준인 ‘Cd 0.26’까지 내려왔다. 앞 범퍼 양쪽에 자리한 에어 커튼과 매립형 도어 핸들, 사이드미러, 루프 스포일러, 차체 바닥면까지 공기 저항을 낮추기 위해 다듬고 또 다듬었다. 참고로 EQA와 Q4 e-트론이 Cd 0.28, UX 300e가 Cd 0.31, XC40 리차지가 Cd 0.32다.
② 인테리어




모든 라인업에 대형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얹고 있는 BMW. 신형 X1도 마찬가지다. 10.25인치 계기판과 10.7인치 중앙 모니터를 한 패널로 연결했다. 최신 디자인으로 꾸민 운전대와 물리 버튼을 줄인 센터페시아, 플로팅 타입 센터콘솔, 토글식 기어노브 등은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와 판박이다. 매립형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USB C-타입 단자 2개도 빠짐없이 들어갔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고급스럽다. 이는 화사한 실내의 역할이 크다. ‘올 블랙’ 인테리어뿐인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와 달리, X1은 최하위 트림부터 오이스터와 모카, 블랙 세 가지 인테리어 옵션을 갖췄다. 금속과 가죽, 우드트림의 조화가 은근히 만족스럽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처럼 사소한 부분도 빗금 패턴과 은은한 앰비언트 라이트로 멋을 부렸다.




2열 공간은 제법 넉넉하다. 2세대부터 미니 컨트리맨과 공유하는 앞바퀴굴림 플랫폼으로 넘어오면서 뒷좌석에도 나름 여유가 생겼다. 착좌감도 기대 이상이다. 게다가 시트 등받이를 최대 12° 기울일 수 있어 장거리 이동도 두렵지 않다. 편의장비는 2열 전용 송풍구와 USB C-타입 충전구 2개, ISO FIX 정도. 천장을 가득 채운 파노라마 선루프 덕분에 개방감도 훌륭하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490L. 뒷좌석 등받이를 모두 접으면 1,495L로 늘어난다. 내연기관 X1보다 50, 105L씩 좁지만 동급 수입 전기차와 비교하면 나쁘지 않다. Q4 e-트론만 기본 520L로 iX1을 앞서며, XC40 리차지(452L)와 EQA(340L), UX 300e(305L)보단 훨씬 크다. 2열을 4:2:4로 접을 수 있어 다양한 형태의 짐을 넣기에도 수월하다.
③ 파워트레인 및 섀시


파워트레인은 한 가지. 5세대 e드라이브 시스템을 품은 전기 모터를 앞뒤 차축에 넣어 최고출력 313마력, 최대토크 50.4㎏·m를 낸다. 대중적인 소형 전기차라기엔 차고 넘치는 성능이다. 0→시속 100㎞ 가속 시간은 5.6초. 오른발에 힘을 주기 시작하면 영화음악 작곡가 한스 짐머의 ‘BMW 아이코닉 사운드 일렉트릭’이 오묘한 주행 감성을 더한다.
차체 바닥에는 64.7㎾h 리튬이온 배터리를 깔았다. 환경부 인증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10㎞. 장거리보단 도심 위주의 운행에 적합한 스펙이다. 충전 속도는 130㎾ 급속 기준 29분(10→80%). 11㎾ 완속으로 충전할 경우 0→100%까지 6시간 30분이 걸린다.
④ 주행성능
310㎞. 심리적으로 여유로운 수치는 아니다. 도심에선 문제없겠지만 가끔 먼 거리를 나서야 할 땐 걱정스러울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 전비는 어떨까? 각각 서울 시내와 서울 – 춘천을 잇는 고속도로에서 전비와 주행거리를 측정해 봤다.


배터리가 가득 찬 시승차의 계기판엔 무려 458㎞의 잔여 주행거리가 나타났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잔여 주행거리는 드라이버의 운전 습관과 온도에 따라 실시간으로 바뀐다. 전비를 리셋하고 서울역 → 은평구로 향하는 8.5㎞의 퇴근길로 나섰다. 주행 모드는 컴포트로 맞췄으며, 기어노브를 D에서 한 번 더 내려 회생제동을 강하게 거는 B 모드로 바꿨다.


B 모드의 회생제동력은 생각보다 강하다. 꽉 막힌 시내에선 브레이크 페달을 건드릴 일이 없다. 완전 정차까지 지원해 제자리에서 가속 페달만 컨트롤하면 된다. 대신 아주 민감하다. 발끝을 ㎜ 단위로 조절해야만 꿀렁임 없이 운전할 수 있다. 완벽히 적응하기 전에 누군가를 태우고 이동한다면, 그들을 위해서라도 D 모드로 주행하길 추천한다.
약 40분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 전비는 5.2㎞/㎾h를 기록했다. 예상대로 회생제동이 잦은 도심 퇴근길에선 복합 전비인 4.2㎞/㎾h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동하면서 배터리 0.9㎾h를 채우는 알뜰함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튿날, 은평구 → 신논현역에 이르는 출근길에서 다시 한번 전비를 측정했다. 예민한 B 모드에 피로를 느껴 이번엔 D 모드로 주행했다. 결과는 솔직했다. 1시간 35분 동안 18.2㎞를 달려 4.2㎞/㎾h의 전비를 얻었다. 회생제동량은 1.8㎾h. 무심한 오른발 움직임으로는 B 모드의 효율을 따라갈 수 없었다.


곧바로 사진 촬영을 위해 춘천 백양리역으로 경로를 설정했다. 평균 속도를 올리기 위해 국도 대신 고속도로를 최대한 이용하는 유료 도로로 나섰다. D 모드에서의 회생제동 방식은 ‘적응식’으로 변경했다. 전방 센서로 교통 흐름을 감지해 회생제동 수준을 바꾸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관성으로 달리던 중, 앞 차와 거리가 줄어들면 회생제동 강도를 높여 속도를 확 낮춘다. 마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차간거리 유지 기능처럼 작동한다.


76.4㎞를 달려 목적지에 도착. 놀랍게도 전비는 세 번의 측정 중 가장 높은 5.9㎞/㎾h가 나왔다. 반면 1㎞당 회생 전력은 도심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즉, 적응식 회생제동 시스템이 고속에서 관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효율을 지켰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낮은 공기저항계수와 영상 12°의 적절한 외부 온도도 전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틀간 달린 총 주행거리는 약 221㎞. 이때 잔여 주행거리는 110㎞ 이상 남아있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급가속을 여러 번 반복했음에도 환경부 인증 수치보다 멀리 갈 수 있었다. 특히 요즘 같은 포근한 날씨엔 주행거리 감소 걱정은 접어둬도 좋다.

배터리를 아낄 때 경계해야 할 부분은 ‘가속력’이다. 듀얼 모터가 뿜는 313마력은 텅 빈 도로에서 자꾸만 가속을 부추긴다. 굳이 스포츠 모드에 두지 않아도 고속도로 1차선 추월쯤은 순식간에 해낸다. 고속 안정감도 좋다. 편평비 55 시리즈 타이어와 다부진 하체로 묵직하게 자세를 지킨다. 시속 100㎞ 이상에서의 하부 소음은 EQA보다 조용하고, UX 300e와 비슷하다. 전비를 올리자고 매번 엉금엉금 다니기엔 아까운 완성도다.
하지만 핸들링까지 맛깔나진 않았다. 최근 3시리즈의 선명하고 직관적인 조향 반응을 경험해서인지, ‘BMW’라는 이름값에 비해 다소 심심하다. 특유의 예리함을 살짝 무디게 다듬어 누구나 부담 없이 운전할 수 있도록 만든 듯하다.
⑤ 총평


iX1의 가격은 x드라이브30 x라인 6,710만 원, x드라이브30 M 스포츠 6,950만 원이다. 따라서 전기차 보조금은 절반만 받을 수 있다. 서울시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국고보조금은 295만 원+지자체 보조금 78만 원을 더해 최저 6,337만 원에 구매할 수 있다. EQA(6,405만 원)와 비슷하며, Q4 e-트론(5,970만 원), XC40 리차지(6,132만 원)보다 약간 비싸다.



그렇다면 iX1의 ‘가성비’는 나쁜 걸까? Q4 e-트론은 6,000만 원 이하의 가격으로 승부하고, EQA는 주행거리가 가장 길다. XC40 리차지는 압도적인 파워트레인 성능을 자랑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iX1의 가성비가 꽤 부족해 보이지만, 최대 장점은 ‘편의장비’다. 1열 마사지 시트와 무선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12 스피커 하만 카돈 사운드 시스템, 헤드업 디스플레이, 후진 어시스트 등 통풍시트를 제외한 모든 옵션이 기본이다. 엔트리 모델 치고 상당히 많은 기능이 들어갔다. 가격이 쭉쭉 올라갈 수밖에.

그러므로 전기 모터를 하나만 얹은 ‘전륜구동’ 모델을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iX1 전기 모터 하나의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190마력 및 25.2㎏·m. 이미 출퇴근용 전기차로 아쉬움 없는 성능이다. 모터 하나를 빼면 몸무게가 줄고, 전비는 올라간다. 동시에 가격도 낮출 수 있다. 이를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면 iX1을 찾는 소비자는 더욱 늘어날지도 모른다.
장점
1) 모자람 없는 편의장비
2) 고급스러운 승차감과 소음 차단 능력
단점
1) 차급 대비 높은 가격
2) 오류로 종종 끊기는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
<제원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