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G 컨버터를 이용한 ARW 파일 용량 줄이기 feat. A7R5

전 다양한 카메라를 사용하는 걸 즐기는 장비병 환자입니다. 기변을 하기보다는 마음에 드는 기종이 나오면 돈을 모아서 기추를 하는 편이죠. 소니 기종으로는 A7R5와 A7C2 두 기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Z5ii를 구입하려고 얼마 전 팔아버린 니콘 Zf가 있었고, 캐논 R8도 보유 중이지요. 각 회사마다 탐나는 개성있는 렌즈들이 있는 데다가 카메라 특성도 조금씩 다르고 사진 철학도 다른 느낌이라 이것저것 다양한 기종을 쓰는 걸 좋아하다보니 다 기종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소니 기종은 탐나는 렌즈가 정말 많다보니 유일하게 두 개의 바디를 보유 중이고, 그 중 주력으로 쓰는 바디가 A7R5입니다. A7R5는 '사진'용으로는 중형으로 가지 않는 이상 이 이상의 바디가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뛰어난 바디입니다. 틸트가 자유로운 후면 LCD, 크고 아름다운 뷰파인더, 6100만 화소의 압도적인 고해상도라던가 AI가 추가된 정평있는 소니의 환상적인 오토 포커스 시스템 등등 (제가 사용기도 이미 한번 작성했었습니다.) 거기에 최근 구입한 소니 28-70mm F2 GM 렌즈는 이 바디를 주력으로 쓰는 이유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유일하게 이 바디의 단점을 꼽자면 지나친 고해상도 결과물에 따른 저장용량이 되겠습니다.

다양한 기종을 사용한다는 얘기를 왜 꺼냈느냐 하면, 소니 RAW 파일은 유독 타사 RAW 파일에 비해서 기본적으로 용량이 큽니다. 그렇다고 해서 보정 관용도가 타사에 비해 높냐 하면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고요. (RAW 파일 보정 관용도는 개인적인 느낌으로 니콘이 갑입니다.) 거기에 더해 6100만 화소의 어마무시한 고해상도 A7R5에서 뽑아져 나오는 소니의 RAW 파일 포맷인 ARW 역시 무지막지한 용량을 자랑합니다. 기본 RAW인 무압축 ARW 파일은 평균 130MB, 비손실 압축 L의 경우 70MB 그리고 손실압축은 평균적으로 50~55MB 정도의 사이즈가 나옵니다. 무압축의 경우 사진 100장만 찍어도 13GB나 되죠. 업으로 하시는 분들은 주말 이틀 연사 좀 날리면 바로 1테라입니다. 어마어마한 용량이죠. 보관도 문제고요. 이를 의식해서인지 소니에서는 A7R5에 비손실 압축 L, M, S 사이즈로 적은 용량으로 RAW 파일을 보존할 수 있는 3가지 옵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만, 문제는 비손실압축 M과 S의 경우 다이나믹 레인지가 무너지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인해 사실상 사용할 수 없는 옵션이나 마찬가지라는 점 (이는 포럼에 검색해 보시거나 사용기에 있는 제 사용기를 보시면 자료가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그냥 바디를 처분할까 고민도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28-70 GM 렌즈는 니콘 바디에 어댑터 물려서 써도 되니까요. 비슷한 고해상도를 제공하면서 RAW 파일 용량 부담은 훨씬 적은 캐논 R5나 니콘 Z8을 들일까 고민했었죠. 그런데.. 비교적 최근에 DNG 컨버터가 17번 버전대로 업데이트 되면서 드디어 제 고민이 사라졌습니다. DNG는 Digital Negative의 약자로 포토샵에서 만든 범용 RAW 파일 포맷입니다. 파나소닉, 시그마 그리고 라이카 등 일부 카메라 회사에서도 기본 RAW 포맷으로 채용하고 있죠. 라이트룸이나 포토샵 카메라 RAW (ACR), 또는 별도의 전용 소프트웨어인 Adobe DNG Converter를 통해서 다양한 RAW 포맷을 DNG로 컨버팅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주로 DNG 컨버터 프로그램을 사용합니다.

DNG 컨버터에는 다양한 옵션이 있는데 무손실로 컨버팅하는 경우에도 용량이 약 10~15% 정도 줄어듭니다. 거기에 더해 기본 창에서 '환경 설정'을 누르고 옵션에 보면 중간에 '손실 허용 압축 사용'이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이걸 체크하고 픽셀수 유지 옵션으로 컨버팅 할 경우 135MB짜리 (혹은 70MB짜리 비손실 압축 L도 결과는 거의 동일) ARW 파일이 사진에 따라 다르지만 작게는 5MB에서 크게는 35~40MB 정도 사이즈로 용량이 줄어듭니다. 디테일이 없고 비교적 심플한 배경흐림 들어간 135MB짜리 ARW 파일이 카메라에서 생성된 JPG 파일보다 작은 5~6MB짜리 DNG 파일로 컨버전 되는 걸 보면 이게 제대로 되는게 맞나 의심이 들 정도로 말도 안되게 용량이 작아집니다. 단 디테일이 많은 조리개 조인 풍경 사진이나 야간 노이즈가 많이 낀 사진의 경우 손실 압축 DNG로 컨버팅 해도 최대 40~50MB로 용량이 꽤 큽니다. 이걸 봐선 압축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봐도 되겠지요.

<좌: 무손실 압축 L ARW 66.28MB → 손실 압축 DNG 5.22MB> <우: 무손실 압축 L ARW 74.52MB → 손실 압축 DNG 14.16MB>

예제를 보겠습니다. A7R5의 최대 해상도 9504 X 6336 픽셀로 촬영된 위의 두 사진 중 좌측은 조리개를 F2로 열어서 배경흐림을 잔뜩 준 사진으로 ARW 비손실 압축 L 파일로 용량은 66.28MB입니다. 우측은 조리개를 F9까지 조인 사진으로 용량은 74.52MB입니다. 이걸 DNG 컨버터 손실 압축으로 DNG 파일로 변경하면 좌측은 5.22MB, 우측은 14.16MB로 용량이 줄어듭니다. 같은 해상도라도 디테일이 많은 사진일수록 용량은 더 커집니다. 이렇게 거짓말처럼 용량이 줄어드는데 과연 RAW 파일의 다이나믹 레인지나 해상도 손상은 없을까요?

다시 아래 예제를 보시면 조리개 조인 사진의 일부분을 100% 크롭한 사진입니다. (A7R5의 6100만 화소에서 줌렌즈가 이 정도 디테일이라니 28-70mm F2 GM 렌즈는 정말 대단한 렌즈입니다.) 어느쪽이 ARW고 어느쪽이 DNG 손실 압축 컨버팅인지 구분하실 수 있나요? 최소한 제 눈으로는 전혀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좌측이 ARW 우측이 DNG 손실압축 100% 확대입니다.

예제를 하나 더 보겠습니다. 아래 사진의 속도위반 카메라 경고 안내판 부분을 100% 확대한 것입니다. 하단 좌측은 오리지날 RAW, 중간은 17.2 버전으로 컨버전한 결과, 우측은 16번 버전대로 (정확한 버전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컨버팅한 결과물입니다. 원본과 17.2 버전의 결과물은 차이를 느낄 수 없는데 16번 버전은 푸른색 카메라 그림 부분에서 노이즈 입자가 부분적으로 지우개로 지운 듯 노이즈가 사라지고 매끈해진 부분이 나타납니다. 이 부분이 손실이겠죠. 원본과 17.2 버전의 결과물에선 노이즈 입자가 전체적으로 고르게 분포합니다. 결과적으로 용량도 원본 > 17.2버전 > 16버전대 순으로 큽니다. 확실히 17번 버전대에서 개선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PC에서 클릭해서 크게 보시거나 사진 원본을 다운 받아서 200% 확대해 보시면 확실히 느끼실 겁니다.

<좌측:원본ARW 71.07MB> <중간:17.2 버전 손실압축 DNG 8.71MB> <우측 16.X 버전 손실압축 DNG 5.40MB>

그렇다면 RAW 파일의 정보는 어떨까요? 제가 DNG 컨버팅을 하면서 한동안 ARW와 DNG 양쪽 모두 저장하고 동일한 방법으로 보정(명부 살리기나 암부 올리기 등)을 해봤지만 그 어떤 파일에서도 보정 과정에서 DNG 파일이 ARW 파일이 가진 정보를 제대로 저장 못해서 보정 시 색이 틀어지거나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전문적인 보정은 잘 못해서 해봐야 암부, 명부 조절 정도 밖에 안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관심이 있으시다면 가지고 계신 ARW 파일 컨버팅해서 테스트 해보시면 될 겁니다. 압축된 파일이니 아무래도 보정 시 속도 걱정도 되시겠죠? 제 시스템 (i7 8700, GTX 3060Ti, 32GB DDR4 램)에서는 오리지날 ARW를 편집할 때와 전혀 속도 차이를 못 느낍니다. 이 부분 역시 관심 있으시면 테스트 해보시면 될 것 같고요.

아래 보정 샘플을 참고해 보세요. 상단은 노출 2.5스탑 내리고 명부 최대로 내려서 하이라이트를 살린 사진이고, 하단은 노출 1스탑 올리고 암부 최대로 올려서 샤도우를 살린 사진입니다. 마찬가지로 좌측이 ARW, 우측이 손실 압축 DNG 입니다. 나름 극한의 보정을 했음에도 여전히 두 파일 간의 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이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기본적인 제 작업 프로세스는 한번 촬영을 마치고 나면 일단 기본 ARW 상태로 보정을 해서 소비에 사용되는 jpg 파일이나 기타 최종 소비를 위한 파일을 만듭니다. 그리고 나서 꼭 보존하고 싶은 S급 컷은 ARW 그대로 보관하고, 나머지 자잘한 사진들은 전부 손실 압축 DNG로 변환해서 보관합니다. 이후 변환을 마친 ARW는 모두 삭제하고요. 아마도 이번에 DNG 컨버터가 17로 버전업이 되지 않았다면 여전히 무겁고 용량 큰 ARW 파일을 계속 보관하고 있을 겁니다. DNG 컨버터가 16 버전대일 때만 해도 100% 확대해보면 디테일에서 차이가 살짝 났었거든요. (대신 16 버전때는 컨버전 된 DNG 파일 용량이 더 작았습니다. 손실을 더 많이 했다는 의미겠죠.) 그런데 어도비가 무슨 요술을 부린건지 17버전부터는 ARW와 99.99% 흡사한, 제 기준에는 사실상 아무런 차이가 없는 DNG 파일을 용량 왕창 줄어든 상태로 컨버전 해줍니다. 어제 마실 나갔다가 148장을 촬영 했는데 오리지날 무손실 압축 L ARW는 총 9.97GB 용량인데 DNG로 컨버팅 하니 1.25GB로 줄어들었습니다. 이 정도면 아주 미세한 손실이 있다쳐도 용량에서 얻는 이득이 훨씬 커 보입니다. 중요한 사진이거나 대형인화가 목적이라고 혹은 이건 정말 작품사진이다 싶은 사진은 그냥 컨버팅 안하고 보관하면 그만이고요.

단점이라면 아무래도 눈에 보이지 않는 수준이라도 손실이 없을 순 없겠죠? (없다면 손실 압축이라는 표현을 안 썼을테니) 하지만, 제가 보기엔 카메라 자체 내에서 생성된는 손실압축 ARW 파일보다는 오히려 손실이 적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단점이라면 파일 포맷 자체가 DNG로 변경되기 때문에 소니 자체 ARW 편집 프로그램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것 정도겠네요. 마지막으로 이건 확실치 않지만 어도비에서 각 회사별 세팅에 맞춘 컬러 프로파일을 제공한다 하더라도 컬러 밸런스가 ARW일 때와는 동일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겁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DNG 컨버터가 무료 소프트웨어이니 설치하시고 테스트 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니면 그냥 카메라RAW나 라이트룸의 파일 내보내기 설정에서도 가능합니다. 소니 이외의 타사 카메라도 가능한데 니콘이나 캐논의 경우는 RAW파일 용량 자체가 소니보다 작은 편이고 무손실 압축 RAW 효율도 좋아서 굳이 이 방법을 쓰지는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끝으로 몇 가지 압축율 샘플정보를 올려 드립니다.

A7R5 + FE 28-70mm F2 GM / 무압축 ARW 132.32MB → 손실 압축 DNG 5.76MB

A7R5 + FE 28-70mm F2 GM / 무압축 ARW 141.81MB → 손실 압축 DNG 21.28MB

A7C2 + FE 28-70mm F2 GM / 무손실 압축 ARW 54.10MB → 손실 압축 DNG 12.72MB

A7R5 + FE 28-70mm F2 GM / 무손실 압축 L ARW 68.17MB → 손실 압축 DNG 10.15MB

A7R5 + FE 28-70mm F2 GM / 무손실 압축 L ARW 72.33MB → 손실 압축 DNG 12.74MB

A7R5 + FE 28-70mm F2 GM / 무손실 압축 L ARW 69.13MB → 손실 압축 DNG 10.79MB

A7R5 + FE 28-70mm F2 GM / 무압축 ARW 138.56MB → 손실 압축 DNG 14.23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