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숙… 신지애… 한연희… 가나자와 골프 인생의 은인들

지난 14일 일본 여자 프로골프 메이저 대회인 소니 JLPGA 챔피언십에서 가나자와 시나(金澤志奈·30)가 첫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 데뷔 9년째, 232경기 만이다.
경기가 끝나자 그는 신지애(37)의 품에 안겼다. 눈물이 쏟아졌다. 연장 끝에 거둔 승리는 팬들의 마음을 울렸다. 일본 언론은 이 장면을 크게 다뤘다. 신지애는 인스타그램에 “트로피에 우리가 함께 이름을 새길 수 있어 행복하다. 오늘 승리의 감각을 기억하자”고 적었다. 세계 무대에서 통산 66승을 올린 그는 2018년 이 대회 챔피언이다.
가나자와는 15일 통화에서 “연장전까지 치르느라 너무 긴장했다. 끝나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애상이 웃고 있는 모습이 들어와 꿈만 같았다. 그 순간 눈물이 터졌다”고 말했다.
그는 신지애를 ‘시쇼(師匠)’라 불렀다. 일본에서 존경을 담아 지도자를 부를 때 쓰는 표현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 끝까지 이기려는 자세를 배웠다. 말로 가르쳐주신 게 아니라 훈련과 경기를 보면서 익혔다.”
3년 전부터 신지애의 호주 전지훈련 캠프에 합류했다. 체력과 기술뿐 아니라 경기 철학도 함께 배웠다. “작년까지는 체력이 부족했다. 마지막 날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애상과 훈련하며 (연장전까지) 73홀을 끝까지 버틸 힘을 얻었다.”
가나자와의 골프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김애숙 KPS 대표다. 일본 투어에서 1승을 거둔 뒤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그는 매니지먼트사를 운영하며 한국 선수들의 일본 진출을 도왔다. 동시에 중학교 2학년이던 가나자와를 처음 지도했다.
김애숙은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것 같던 아이였다. 밥을 제대로 먹지 않으면 훈련을 시키지 않았다. 체력이 없으면 기술은 의미가 없으니까. 혼을 많이 냈지만 애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가나자와는 “어머니 같은 분이었다. 힘들어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체격이 작고 기술적으로도 부족했던 그는 프로 직행보다 대학 진학을 택했다. 김애숙의 권유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16년 일본여자학생선수권에서 우승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이듬해 프로 테스트에 단번에 합격했다.
김애숙은 제자가 더 큰 무대를 경험하길 원했다. 한연희 전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부탁해 태국 치앙라이 전지훈련에 합류시켰다. 김효주, 박상현 등 한국 정상급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렸다. 어린 선수에게는 값진 경험이었다. 김애숙은 “그 무대에서 체력과 멘털이 달라졌다. 한 감독님 덕분”이라고 말했다.
가나자와는 자신의 성장을 “애정을 담은 엄격함”이라고 표현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훈련. 반복되는 지적. 그 속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건 따뜻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애숙 프로에게 배우지 않았다면 프로 골퍼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신지애와 함께하지 않았다면 우승도 없었을 것이다.”
골프장 밖에서의 모습은 평범하다. 삼겹살에 김치를 곁들여 먹는 것을 좋아한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걸그룹 트와이스의 공연장을 찾는다. 일본 팬들은 그를 ‘청초한 癒し系 선수’라 부른다. 그는 한국 문화를 즐기는 것도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232경기 만의 첫 우승. 결코 짧지 않은 기다림이었다. 그 뒤에는 김애숙의 꾸준한 지도, 치앙라이 훈련 기회를 열어준 한연희 감독의 배려, 세계 무대 경험을 나눈 신지애의 지원이 있었다.
가나자와는 이제 다승을 목표로 새 출발선에 섰다. 그는 “은혜에 보답하는 길은 더 좋은 성적으로 보여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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