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대구 엑스코(EXCO)에서 막을 올린 2022 국제농기계자재박람회. 트랙터 등 농기계가 전시관을 가득 채운 가운데, ‘대동그룹’ 부스의 분위기는 남들과 조금 달랐다. ‘디지털 농업’을 위한 농업용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이고, 전기 스쿠터와 스마트 체어 등을 통해 모빌리티 분야로 발을 뻗기 시작했다. 국내 농기계 1위 업체 대동은 어떤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까?
글 서동현 기자
사진 대동그룹, 서동현

올해로 창립 75년을 맞은 대동. 긴 역사만큼 그들이 세운 기록도 다양하다. 1962년에 최초로 경운기를 만들고, 6년 뒤 농업용 트랙터를 처음 개발했다. 1971년과 1973년에는 각각 콤바인(농작물을 수확하는 장비)과 이앙기(논에 모를 심는 장비)를 최초로 선보이며 업계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신뢰도를 쌓은 대동은 1980년대부터 미국 수출길에 올랐다. 땅덩이 넓은 북미 시장의 주력 제품은 당연히 대형 트랙터. 대동은 이러한 특성을 역이용해 중소형 트랙터 시장을 파고들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북미 중소형 트랙터 점유율 7%를 달성, 현지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농기계 업체로 성장했다. 지금은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70여 개 국가에 진출했다.
이제 대동은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스마트 농기계’와 ‘스마트 모빌리티’, ‘스마트 팜’이라는 3대 미래 신사업 전략으로 농업의 디지털화를 이루고자 한다.
농민의 부담 줄여주는 스마트 농기계

스마트 농기계의 대표주자는 지난해 출시한 HX 시리즈다. 겉으로는 다른 제조사의 트랙터와 비슷해 보이지만, 핵심은 ‘원격 관리’ 기술이다. 작업자가 운전석에 타지 않아도 트랙터가 땅을 갈고, 작업 일지를 생성해 스마트폰으로 전송하기도 한다. 여기서 드는 한 가지 의문점. 승용차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도로 위 차선을 인식해 방향을 잡는다. 반면, 농지는 광활한 흙밭이다. 명확한 기준점이 없다.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트랙터 스스로 움직일까?

자율주행 기능 활성화를 위해선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운전자가 탑승해 농지를 운행하면, 컴퓨터가 지형을 분석해 면적과 테두리를 계산한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설정해 일을 시작한다. 단, 아직 한계가 있다. 농지의 형상이 사각형에 가까울수록 정밀도가 높다. 테두리가 타원형 또는 다각형처럼 일정하지 않다면 작업이 어렵다. 이러한 허점은 꾸준히 보완하고 있다.
스마트폰 연동 기능은 최신 승용차에 들어간 기능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원격 시동과 장비 위치 파악은 기본. 고장 상황 및 소모품 교체 시기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안심 구역’을 설정해 도난을 방지한다. 원격 관리 기술은 트랙터뿐만 아니라 콤바인에도 적용해 보다 편리하고 빠른 작업을 도울 전망이다.
농촌을 벗어나 ‘모빌리티’ 사업에 진출하다


대동모빌리티가 내세운 스마트 모빌리티 전략은 다시 ‘가드닝’과 ‘레저’, ‘퍼스널’ 세 가지로 나뉜다. 그중 가드닝에 속하는 대표 장비는 잔디깎이(Mower)다. 우리나라에선 드물지만, 잔디밭이 많은 유럽과 미국 등에선 수요가 많다. 사진 속 제품은 자율주행 기능을 품은 ‘로봇모어’로, 가정집 앞마당 잔디를 정리하는 데 적합한 덩치를 지녔다.
장점은 두 가지다. 우선 편리하다. 로봇청소기처럼 마당 구석구석을 누비며 잔디를 깎고, 장애물도 요리조리 피해 다닌다. 배터리를 소모하면 스스로 충전 어댑터로 복귀하기도 한다. 두 번째 장점은 ‘소음’이다. 엔진 구동 잔디깎이는 시끄러운 소음 탓에 작업 시간이 한정적이다. 하지만 로봇모어는 늦은 밤이나 새벽에 움직여도 이웃의 잠을 깨우지 않는다.


퍼스널 모빌리티 분야는 전기 스쿠터인 GS-100과 함께 뛰어든다. 지난 부산국제모터쇼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던 모델인데, 배달용 스쿠터로 인기 높은 혼다 PCX 및 야마하 N맥스와 맞선다. 최고출력 9.2마력, 최대토크 3.1㎏·m 전기 모터를 달고 2.88㎾h 리튬이온 배터리를 중심에 얹었다. 평균 30㎞/h로 달렸을 때 최대 주행거리는 120㎞, 최고속도는 시속 90㎞다. 전기 모터 덕분에 후진할 수 있는 점도 특징.
다만, 실제 운행 조건을 고려하면 주행거리는 70~100㎞로 줄어든다. 그래서 편의성을 위해 교체형 배터리를 넣었다. 다리 사이 커버를 열어 2개로 나눈 배터리를 갈아 끼우는 방식이다. 이를 위한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도 설치할 예정. 스테이션을 방문한 라이더는 다 쓴 배터리를 반납하고, 새 배터리를 꺼내 출발하면 된다. 개인이 직접 충전하지 않기 때문에, 비용은 월 구독 방식으로 결제할 계획이다.


또 다른 주목할 점은 부품의 ‘국산화’다. 지금까지 국내에 들어온 전기 스쿠터 대부분은 중국산 또는 대만산 제품이었다. 때문에 품질 및 AS에 대한 걱정도 뒤따랐다. 그러나 대동 GS-100의 부품 국산화율은 90%를 넘는다. 국내에서 취급하지 않는 일부 부품을 빼곤 모두 직접 만든다. 가장 중요한 배터리와 전기 모터는 각각 LG 에너지솔루션 및 현대케피코가 공급한다. 생산은 완공을 앞둔 대구국가산업단지 내 신설 공장에서 진행하며, 가격은 500만 원대 초반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조금을 받을 경우 300만 원대로 구매할 수 있다.


스마트 체어는 다목적 모빌리티의 ‘미리보기’ 격이다. 기본 형태는 배터리와 바퀴로 구성한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이다. 그 위에 목적에 따른 여러 가지 부품을 얹는다. 가령 의자를 달아 이동 수단으로 쓰거나, 박스를 올려 건물 내 배송 로봇으로 활용할 수 있다. 대구 미술관과 서울 DDP 등에서 충분한 실증사업을 거친 후, 디자인을 바꾼 개선형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대동그룹은 업계 1위 유지는 물론,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전시한 제품 외에도 추후 0.5t(톤) 전기 트럭과 골프 카트 기반 저속 전기차를 만들 계획이며,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이스트 등 사업을 함께할 든든한 조력자도 모았다. 더불어 사내 디자인 팀을 통해 더욱 뚜렷한 브랜드 정체성도 확립할 전망이다. 농지를 벗어나 한층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며 ‘한국의 람보르기니’라는 별명을 얻은 대동그룹의 앞날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