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캠프, 아마미오시마를 아시나요?

KIA 타이거즈의 2026시즌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 아마미오시마 스프링캠프. /김여울 기자

아마미오시마를 아시나요?

사실 나도 KIA 타이거즈의 스프링캠프지가 발표된 이후에나 이 섬의 존재를 알았다.

입에도 잘 붙지 않았다. 아마미오시아라고 했다가, 아마미오미사라고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이곳은 낯선 섬이었다.

‘오시마’는 큰 섬이라는 뜻이다. 가고시마현 남쪽 바다에 자리한 아마미오미사는 오키나와 본섬과 니가타현 사도섬에 이어 일본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기는 하다.

일본 요코하마 2군 선수단이 스프링캠프를 치렀던 곳,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라는 정보를 가지고 나의 또 다른 스프링캠프 취재기가 시작됐다.

가까운 일본이지만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직항이 없는 이곳을 가기 위해서는 국내선으로 갈아타서 이동하거나, 배를 타야 했다.

이 방법, 저 방법 고민을 한 끝에 KIA 선수단은 도쿄에서 1박을 한 뒤 아마미오시마로 향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1박 2일의 이동. 야구단은 항공사들이 썩 달가워하지 않는 손님이다. 워낙에 이것저것 짐도 많고 무겁다. 결국 일부 짐은 선수들과 따로 이동해야 했다.

스프링캠프지가 발표된 뒤 선수들은 세계 어디에나 있는 커피숍의 위치를 확인했다.

요즘 선수들에게는 차 한잔하면서 떠는 수다가 큰 휴식이다.

투손 캠프에서는 숙소 바로 앞에 마침 그 브랜드의 커피숍이 있었고, 그곳은 KIA의 사랑방으로 통했었다.

그런데 아마미오시마에는 없다.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편의점 브랜드도 보기 힘들다.

그나마 선수단 숙소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익숙한 편의점이 있었고, 이곳은 선수들의 마실 장소가 됐다.

이 편의점 브랜드도 아마미오시마에는 4곳밖에 없다고 했다. 나름 번화가에 있는 이 편의점에는 주차 안내 요원이 있을 정도다.

가고시마현에서 꼽는 맛집 골목이 바로 앞이라는 것도 위안이라면 위안. 일본에 가면 필수 코스가 된 잡화 쇼핑몰은 없다.

KIA의 2차 캠프지인 오키나와는 이곳과 비교하면 특별시와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선수들에게는 답답할 수 있는 곳이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다.

알아서 선수들은 시간을 보내는 법을 찾았다.

김선빈은 휴식날 한준수, 김석환과 시간을 낚았다. 이들은 낚싯대를 구입해서 바다를 마주했다. 고기를 낚는 것보다 낚싯줄을 끊어먹는 게 일이라고 했지만 이들은 바다에서 상념에 빠졌다.

맛집 탐방대들은 이내 아마미오시마 맛집 지도를 완성했고, 심심하면 걷고 달렸다.

숙소에서 경기장까지는 4㎞ 정도의 거리. 훈련이 끝나고 난 뒤 사람들은 걸었다. 차를 몰고 가다 보면 이범호 감독이 보이고, 프런트가 보이고, 선수들이 보이기도 했다.

숙소 주변으로 마련된 넓은 잔디밭과 러닝 트랙에도 KIA 선수들이 있었다. 정해영, 이의리, 곽도규는 루틴처럼 새벽 공기를 가르면서 숙소 주변을 뛰었다. 이어 사우나를 하고 아침을 먹는 게 이들의 일과였다.

‘손보호 차원’이라며 왼손만 빼곰히 탕밖으로 내어놓은 이의리와 곽도규를 보는 게 부지런한 프런트의 일과이기도 했다.

KIA 타이거즈의 스프링캠프가 진행되고 있는 아마미오시마 아마미 구장 실내 연습장. /김여울 기자

요코하마 2군 선수단이 이용했던 만큼 훈련 시설에 대한 평가는 이견 없는 ‘합격’이었다.

메인구장과 보조구장 그리고 8명이 동시에 공을 던질 수 있는 넓은 불펜 피칭장이 있었다.

일본을 가면 늘 부러운 눈으로 보게 되는 실내 연습장도 당연히 존재한다. 다양하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실내연습장은 언제나 부러움의 대상이다.

실내 연습장이 메인 구장과 바로 붙어있다는 점도 이곳의 매력이었다.

호주 캔버라, 미국 어바인 그리고 일본 아마미오시마에서 세 번째 스프링캠프를 치른 제임스 네일이 우선 꼽은 캠프지도 이곳이었다. 원하는 대로 마음대로 훈련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하늘이 야속했다.

지난해 KIA는 캘리포니아의 햇살을 찾아 어바인으로 향했다. 오렌지 카운티의 상큼한 날씨를 기대했지만 KIA는 이례적인 폭우를 만났다.

캠프 출발을 앞두고 캘리포니아의 대형 산불을 걱정했던 KIA지만 캠프가 진행되는 내내 비가 내렸다.

한국의 여름철 장마를 옮겨놓은 듯 어바인은 비에 젖었다.

실외 훈련에 차질이 빚어졌고, 실내에서 불펜 피칭을 하기도 했다.

라이브 피칭도 어바인 캠프 철수 전에 겨우 시작할 수 있었다.

훈련량 자체가 많지 않았다고 하지만 훈련을 할 수 없는 그런 환경이기도 했다. 현지인들도 갸우뚱하게 했던 날씨.

이번에는 아마미오시마가 그랬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비가 내렸고 예년보다 낮은 기온이 이어지면서 구상했던, 상상했던 쨍한 캠프 모습은 아니었다.

아쉬운 대로 듬직한 실내 연습장이 있어서 이곳에서 러닝을 하고, PFP(Pitchers’ Fielding Practice) 훈련도 소화했다.

이제는 ‘날씨’가 스프링캠프의 화두가 된 모양새다. 기상 이변의 영향인지 예전의 캠프와는 다른 날씨가 고민이 됐다.


날씨 고민 속 이범호 감독은 시즌 고민을 이어갔다.

마운드에서는 행복한 고민이 생겼다.

지난 시즌 선발로 시작했던 김도현, 윤영철의 부상 공백이 있지만 전력의 플러스 요인이 많다.

제임스 네일과 아담 올러가 그대로 ‘원투펀치’로 자리를 지킨다.

한국 야구 그리고 KIA를 잘 아는 이들인 만큼 적응은 필요하지 않다. 발전만 필요할 뿐.

두 선수는 요즘 스타일의 투구폼을 놓고 상의를 하기도 하는 등 또 다른 시즌을 위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시즌 중반 복귀한 이의리도 시작부터 함께하면서 시즌을 준비하고 있고, 김태형에 이어 김현수라는 눈길 끄는 신인도 등장했다.

김현수는 첫 불펜 피칭에서 이범호 감독을 웃게 했다. 사실 이범호 감독뿐만 아니라 지켜보고 있던 모든 이들의 눈은 커졌고, 입꼬리는 올라갔었다.

건강하게 돌아온 황동하와 새로 가세한 이태양으로 긴 호흡으로 선발진을 운영하고, 허리 싸움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좌완 김범수와 우완 홍건희의 경험도 불펜의 부담을 줄여줬다.

지난 시즌 팀의 사정으로 몇 차례 멀티이닝을 소화해야 했던 마무리 정해영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행복한 고민이다.

하지만 그만큼 이범호 감독의 운용의 묘가 더 중요해졌다.

KIA 내야를 이끌 김선빈과 김도영. /김여울 기자

지난 시즌 가을의 쓴 기억은 선수들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됐다.

디펜딩 챔피언에서 가을잔치의 관람자가 된 선수들은 이를 악물었다.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선수들은 또 다른 방식으로 겨울을 보내면서 시즌 준비를 위한 완벽한 몸으로 등장했다.

최고의 순간과 최악의 순간을 연달아 경험한 선수들에게는 ‘팀’이라는 단어가 더 특별해졌다. 결국은 팀이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도 없다.

그걸 알기에 KIA 선수들은 경쟁을 하면서도 함께 달리고 있었다.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최고의 코치다. 이들의 움직임, 말 하나하나는 더 크게 와닿을 수 있다.

후배들은 스스럼 없이 질문을 던졌다.

나성범은 외야에서 18살 차이가 나는 김민규에게 “강한 송구가 아니라 받기 좋은 정확한 송구”를 이야기하고 있었고, 올러는 “스피드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면서 성영탁에게 건강과 준비 과정을 강조했다.

네일은 김현수를 위해 스위퍼 그립을 쥐어 보였다.

김선빈의 입도 바빴다.

훈련 시간에 후배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타격이면 타격 수비면 수비, 김선빈은 후배들에게 툭툭 조언을 던졌다.

“모든 것을 다 알려주겠다”며 몸놀림이 가벼워진 ‘유격수’ 김도영을 위한 팁도 아끼지 않았다.

유배지에서의 캠프처럼 이야기가 나오고, 아쉬운 단점도 눈에 띄었지만 아마미오시마에는 낭만이 있었다.

올 시즌 최종 성적에 따라 이곳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다 노력은 한다. 프로는 결국 결과로 이야기해야 한다.

아마미오시마가 어떤 곳으로 기억될까.

<광주일보 김여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