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유전체 시퀀싱으로 정리한 연체동물 계통도

이채린 기자 2025. 3. 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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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제공

이번 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표지에는 밤바다를 유유히 헤엄치는 큰 지느러미 산호초 오징어(Sepioteuthis lessonsiana)의 모습이 실렸다. 태평양과 인도양의 따뜻한 바다에 사는 큰 지느러미 산호초 오징어는 타원형의 지느러미가 특징인 연체동물이다. 

독일 젠켄베르크 연구소 및 자연사 박물관, 미국 클렘슨대 등 공동연구진은 ‘유전체 시퀀싱 기술’을 이용해 연체동물의 복잡한 계통도를 일부 정리한 결과를 사이언스에 27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유전체 시퀀싱 기술은 생물이 가진 모든 유전자 염기서열을 읽어내 유전자 구조, 기능, 변이에 대한 정보를 얻는 기술이다. 

몸이 부드러운 생물인 연체동물은 곤충, 거미, 갑각류 등을 포함한 '절지동물' 다음으로 종의 수가 많은 생물이다. 연체동물은 종류가 너무 많고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서 계통도가 완벽히 정리되지 않았다. 연체동물 화석의 정보와 연체동물 계통도가 잘 들어맞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현재 연체동물의 계통도에 따르면 연체동물에는 패각이 2개인 '이매패류', 패각이 하나인 '단판류', 달팽이 등 배로 기어다니는 '복족류', 오징어 등 머리에 다리가 달린 '두족류', 껍데기가 뿔 모양인 '굴족류', '다판류', '무판류' 등 8개의 분류군이 있다.

분류군은 진화적으로 가까운 것끼리 다시 2가지 상위 그룹으로 분류한다. 통상적으로 이매패류, 복족류, 굴족류, 두족류 등은 '콩키페란(conchiferan) 그룹' 그리고 다판류 등은 '아쿨리페란(aculiferan) 그룹'으로 묶는다. 

연구팀은 8개의 분류군의 77종 연체동물의 유전체 정보를 사용해 계통도를 정리했다. 이중 13종은 처음 유전체 시퀀싱이 됐다. 그 결과 한 개의 넓적한 방패 모양의 껍데기를 갖고 있는 단판류는 콩키페란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족류도 콩키페란 그룹에 속했다. 연체동물를 구성하는 생물들의 진화적 관계가 보다 정교해진 것이다. 

연체동물을 연구하는 황의욱 경북대 교수(한방바이오융합진흥원장)는 "심해에 살고 있고 희귀한 단판류는 지금껏 유전체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학계에서 단판류가 어떤 그룹에 속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남아 있었는데 이번 연구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유전체 시퀀싱을 통해 연체동물이 캄브리아기에 출현했다는 이론을 지지하는 증거를 얻기도 했다"라면서 "연체동물의 다양한 형태는 진화의 힘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계통도를 통해 생물간의 관계를 규명한다는 것은 생물의 역사를 알아낼 뿐 아니라 인간이 생물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알려주는 '나침반'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가진다"라고 설명했다. 

<참고자료>

-http://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v8200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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