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는 씨까지 먹는데" 국내에선 몽땅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는 '이 열매'

단호박이나 늙은 호박을 손질할 때 가장 먼저 긁어내는 부분이 있습니다. 미끈한 섬유질에 뒤엉킨 씨를 보자마자 먹을 수 없는 찌꺼기라고 생각해 음식물 쓰레기통에 넣습니다. 노란 과육은 죽과 찜으로 알뜰하게 먹으면서도, 정작 영양이 응축된 씨는 한 줌도 남기지 않습니다. 그런데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이 씨를 볶아 간식으로 먹고, 샐러드와 빵에 뿌리며 고급 식용유까지 만듭니다. 우리가 무심코 버렸던 열매의 정체는 바로 호박, 정확히는 ​호박씨입니다.

오스트리아와 슬로베니아에서는 호박씨로 짙은 녹색의 식용유를 만드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오스트리아의 슈타이어마르크 호박씨유는 지역의 명성과 생산방식을 인정받아 유럽연합의 지리적 표시로 보호되는 식품입니다. 현지에서는 호박씨유를 샐러드와 수프, 소스에 곁들이며 씨 자체도 볶아 먹습니다. 국내에서도 호박씨 제품을 구할 수 있지만, 집에서 호박을 손질할 때 나온 씨는 대부분 버리기 쉽습니다. 과육 속에 묻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쓰레기가 된 셈입니다.

호박씨에는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을 비롯해 마그네슘과 철, 아연 같은 무기질이 들어 있습니다. 미국 식생활 자료에서는 볶은 호박씨 알맹이 약 28g이 마그네슘과 철을 공급하는 식품으로 제시됩니다. 씨를 씹어 삼키면 단백질과 지방은 위와 소장에서 작은 성분으로 분해되고, 장벽을 통과해 혈액으로 들어갑니다. 마그네슘은 정상적인 신경과 근육 기능, 에너지 대사에 필요하며 아연은 정상적인 면역 기능에 관여합니다. 그렇다고 호박씨가 피로와 면역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보약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먹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호박에서 꺼낸 씨를 물에 씻어 붙어 있는 과육과 섬유질을 제거한 뒤, 물기를 충분히 말려 오븐이나 팬에서 바삭하게 볶으면 됩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농업교육 자료도 호박씨의 겉껍질과 속 알맹이를 모두 먹을 수 있으며, 말린 씨를 낮은 온도에서 구워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소금은 아주 조금만 뿌리거나 넣지 않고, 샐러드와 요구르트 또는 나물 위에 한 숟가락씩 더하면 좋습니다. 씨를 새까맣게 태우거나 설탕과 버터를 듬뿍 넣으면 건강 간식이라는 장점은 금세 사라집니다.

다만 몸에 좋다는 이유로 한꺼번에 많이 먹어서는 안 됩니다. 호박씨는 지방이 들어 있어 열량이 높은 편이므로 하루에 작은 한 줌 정도로 양을 정하는 것이 무난합니다. 치아가 약한 사람이나 삼키는 힘이 떨어진 노인은 통째로 먹기보다 잘게 부수어 음식에 섞는 편이 안전합니다. 눅눅하거나 곰팡내와 기름 쩐 냄새가 나는 씨는 먹지 말고, 완전히 식힌 뒤 밀폐해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관상용 호박이나 정체가 불분명한 야생 박과 식물은 식용 호박과 다를 수 있으므로 씨를 임의로 먹지 말아야 합니다.

호박씨가 모든 견과류를 대신하거나 질병을 막아 주는 특별한 식품은 아닙니다. 그러나 과자와 짠 안주를 찾던 자리에 직접 구운 호박씨를 소량 올리면 단백질과 건강한 지방, 여러 무기질을 보태는 알뜰한 선택이 됩니다. 유럽에서 귀한 지역 식품과 식용유의 재료로 활용되는 씨를 우리는 너무 익숙하다는 이유로 버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음에 단호박을 가를 때는 씨부터 쓰레기통에 넣지 말고 깨끗이 씻어 말려 보십시오. 오늘 되살린 작은 씨앗 한 줌이 음식물 낭비를 줄이고, 10년 뒤에도 탄탄한 근육과 가벼운 몸을 지키는 소박한 간식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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