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전쟁 시대, 군사력의 본질이 바뀌었다[딥다이브]
21세기판 트로이목마 작전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컨테이너 트럭에 숨은 채 러시아로 반입된 우크라이나의 자폭 드론 117대가 6월 1일 러시아 공군기지 4곳에 날아들었죠. 우크라이나 주장으론 41대, 전문가 분석으론 12대의 러시아 전투기가 파괴됐습니다. 1941년 ‘진주만 공습’을 떠올리게 하는 성공적인 기습공격이었죠.
이번 공격이 러-우 전쟁의 판도를 바꿀진 두고 봐야겠지만요. 이젠 ‘드론전쟁 시대’라는 것만은 확실히 일깨워주는 사건이라 하겠습니다. 전쟁의 판도를 바꿔놓은 드론의 힘을 들여다보겠습니다.

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
헤드셋, 조이스틱, 자폭드론
윙~. 거대 파리의 날갯짓을 연상케 하는 이 소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군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소리입니다. 적군의 드론이 그들을 발견했거나 곧 공격할 거란 뜻이기 때문이죠. 드론을 향해 항복하는 군인들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신 적 있을 겁니다. 전선에서 포로로 붙잡힌 많은 병사들이 포로가 되기 전까지 적군 병사를 한명도 마주치지 못했다고 얘기한다죠. 이 전쟁에서 군인들은 사람이 아닌 드론과 싸우고 있습니다.
전쟁이 처음 일어났던 2022년 초만 해도 우크라이나 최전선은 귀청이 터질 듯한 요란한 포격 소리로 뒤덮였습니다. 진군하는 러시아 탱크와 이를 막는 대전차 미사일 발사가 이어졌고요.

이건 드론전쟁입니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사상자의 약 70%는 드론으로 인한 겁니다. 전차·곡사포·박격포 등 모든 전통 무기를 합친 것보다 드론이 훨씬 더 많은 군인을 사살하고 있죠.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마치 하늘에 천 명의 저격수가 떠 있는 느낌”이라고 전합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투에 투입한 드론 수는 각각 150만대와 140만대(추정). 3년 전 전쟁 초기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규모입니다. 2022년 전쟁 직전 러시아가 보유한 군용 드론은 고작 2000대 정도였으니까요.
막느냐 뚫느냐

특히 가장 인상적인 건 가격. 한대당 제작비용이 400달러(55만원) 정도입니다.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이 1발당 8만 달러(약 1억1000만원)니까, 그 200분의 1인 거죠. 바로 이런 소형 드론이 이번에 수백억원짜리 러시아 전투기들을 날려버린 겁니다.

또 작고 수시로 떼 지어 나타나는 소형 1인칭 시점 드론은 격추하기도 어렵고 비효율적입니다. 그래서 드론 방어를 위해 강력한 방해 신호를 방출하는 ‘재밍’ 기술을 이용하죠. 드론과 조종사 간 무선통신을 끊어버려서 경로에서 이탈시키는 건데요.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이런 재밍으로 한 달에 약 1만대의 드론을 잃었습니다.

군사력의 본질이 변했다
드론은 전쟁의 모습을 확 바꿔놨습니다. 대형 전차나 장갑차는 너무 많은 전자신호를 방출하기 때문에 전투 드론의 쉬운 먹잇감이죠. 1인칭 시점 드론은 전차의 가장 취약한 부분(열린 해치, 엔진, 포탑에 저장된 탄약)을 정밀하게 타격해 치명상을 입힙니다.
그래서 이제 러시아군은 장갑차 대신 오토바이나 전동 스쿠터, 때론 도보로 이동하곤 합니다. 병사들은 배낭에 휴대용 재밍 시스템을 달고 다니고요. 2차 대전 이후 이어졌던 ‘탱크의 시대’가 저물었단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아직은 인간 조종사의 조종과 승인이 필요한 형태입니다. 드론이 스스로 몇시간씩 날다가 표적을 발견하면 알아서 적을 파괴하는 임무까지 수행하는, 그런 일은 현재까진 없죠. 대신 조종사가 원격으로 드론을 조종하다가 목표물, 예를 들어 오토바이 탄 군인을 발견하면 ‘저게 목표물’이라고 찍어줍니다. 그럼 카메라 영상을 읽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AI 드론이 그 목표물을 알아서 추적하죠.
자율주행 킬러드론은 드론전쟁 판도를 흔들 수 있습니다. 현재 드론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조종사 인력이죠. 1인칭 시점 드론으로 목표물 정확히 타격하려면 고도로 숙련된 조종사가 필요한데요. AI 드론은 조종사가 일일이 비행 각도를 미세하게 조종해 주지 않아도 목표물을 놓치지 않습니다. 광학센서와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해 날기 때문에 GPS 방해전파에도 끄떡없고요.
AI 자율주행 킬러드론의 등장?
이미 많은 기업이 군사용 AI 자율주행 드론을 내놓고 있습니다. 오픈AI와 협력하는 미국의 AI 방위 스타트업 안두릴(Anduril Industries)이 대표적이죠. 안두릴은 고도의 자율성을 가진 무인 무기를 생산합니다. 군사용 소형 AI 드론부터, 조종사가 필요 없는 무인 자율 전투기(퓨리)와 무인 잠수함(다이브XL)까지, 영역이 광범위하고요. 또 이를 지휘할 수 있는 AI 기반 플랫폼(Lattice)도 함께 공급합니다.

모든 전쟁은 끔찍하지만, 인간의 개입 없이 누군가를 죽일지 말지가 결정되는 전쟁은 더 디스토피아적인데요. 그래서 이에 대한 유엔 차원의 규제를 주장하는 ‘스톱킬러로봇(Stop Killer Robots)’ 같은 단체도 있습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 역시 공격용 자율무기 시스템에 대해 “정치적으로 용납할 수 없고 도덕적으로 혐오스럽다”고 말했고요.
하지만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진가를 입증해버린 드론전쟁의 기술 진화를 과연 주요국이 스스로 멈출 수 있을까요. ‘스트롱맨’이 대세인 이 시대에 그런 자제력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파머 러키 안두릴 창업자는 킬러로봇 비판에 대해 이렇게 반박합니다. “좋아요, NATO가 물총과 새총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아니면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말라고 간청하는 편지를 쓸까요? 우리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건 미국과 동맹국들이 적을 위협하는 힘의 방어막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요.” By. 딥다이브
무인 항공기, 즉 드론이 미래 전쟁의 중심이 될 거라는 예측은 오래 전부터 있었는데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인된 건 드론 중에서도 특히 소형드론이 의외로 엄청난 무기가 될 수 있단 점입니다. 소형드론의 진화가 무서운 이유이죠.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
-수백억원짜리 러시아 전략폭격기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전쟁이 3년 넘게 이어지면서 이 전쟁은 ‘드론 전쟁’이 되었습니다.
-수십만원에 불과한 취미용 ‘1인칭 시점 드론’이 드론전쟁의 보병 역할을 합니다. 헤드셋을 쓴 조종사가 조이스틱으로 원격 조종해 자폭공격을 하죠. 이를 피하기 위해 군인들은 탱크 대신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거나, 배낭에 휴대용 재밍 시스템을 달고 다닙니다.
-전투용 드론은 갈수록 진화합니다. 방해전파를 무력화하는 유선통신의 ‘광섬유 드론’이 등장했고요. 숙련된 조종사가 필요 없는 AI 자율주행 드론도 투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인간의 승인 없인 드론이 공격할 수 없지만, 곧 스스로 알아서 표적을 식별해서 공격하는 드론도 나올 겁니다. 고도의 자율성을 가진 무인 무기의 등장은 더이상 미래 얘기가 아닙니다.
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세 조속 합의… 동맹 골프 라운딩 갖자”
- ‘이재명 경제팀’ 부터 인선… 재정 직접 챙긴다
- 빨라진 장관 인선, 기재 구윤철-국방 김민기-산업 윤의준 거론
- [단독]李 “새로운 대한민국” 글 남기고 민주 단톡방 퇴장
- “정치 보복 없다” 했지만… ‘내란특검법’으로 국민의힘 옥죄기 나설 듯
- 李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 있어야”
- 거대 여당 새 원내대표, 서영교-김병기 ‘친명 2파전’
- 국힘 새 원내대표 16일 선출… 친윤-친한계 격돌
- [사설]“韓 민간 빚 日 버블 터지기 직전 수준”… 부동산 편중은 더 심각
- ‘머스크와 갈등’ 트럼프, 직접 산 테슬라車 처분 검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