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감독은 물러났다. 그런데 축구 팬들의 분노는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2026 북중미 월드컵은 너무 일찍 끝났다. 체코를 2-1로 잡고 출발했지만, 멕시코에 0-1로 졌다. 마지막 남아프리카공화국전도 0-1 패배였다. 1승 2패, 승점 3. 48개국으로 늘어난 월드컵에서도 32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최종 순위는 34위였다.
홍 감독은 6월 29일 사퇴했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결과에 대한 책임도 인정했다. 하지만 팬들이 듣고 싶었던 대답은 따로 있었다.

왜 손흥민이 벤치였나
남아프리카공화국전 선발 명단에 손흥민의 이름은 없었다. 대표팀 주장이자 한국 축구가 가장 오래 믿어온 공격수였다.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였다. 비기기만 해도 32강 가능성을 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손흥민은 벤치에서 출발했다.
홍 감독의 설명은 전술이었다. 후반에 넣는 편이 낫다고 봤다는 취지였다. 상대 체력, 경기 흐름, 신선한 자원 활용을 이유로 들었다. 설명은 있었다. 그러나 결과가 없었다.
대표팀은 전반을 0-0으로 마쳤다. 후반에 실점했다. 손흥민이 들어간 뒤에도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경기는 0-1로 끝났다. 멕시코전과 남아프리카공화국전, 두 경기 연속 무득점이었다.

로이터도 이 대목을 짚었다. 홍 감독이 손흥민을 후반 카드로 남겨 둔 이유를 설명했지만, 대한민국은 경기 리듬을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ESPN은 더 직설적이었다. 손흥민 선발 제외를 ‘충격적인 도박’으로 봤고, 그 선택이 크게 빗나갔다고 평가했다.
디애슬레틱도 비슷했다. 손흥민을 벤치에 둔 결정을 놀라운 선택으로 봤고, 현장에서는 선발 명단 오류가 아니냐는 반응까지 있었다고 전해졌다. 가디언은 대한민국이 점유율을 가져가고도 마지막 지역에서 창의성이 부족했다고 짚었다. 손흥민을 둘러싼 논란이 국내 팬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경기 뒤 게시판은 뜨거웠다. 처음에는 “왜 손흥민을 뺐느냐”였다. 시간이 지나자 질문은 더 깊어졌다.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을 정말 믿은 적이 있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그때 과거 발언들이 다시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홍 감독이 예전에 손흥민을 두고 했던 말들이 퍼졌다. 2012년 런던올림픽 대표팀 명단에서 손흥민을 제외하던 시기 발언,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나온 발언, 2025년 주장 교체 가능성을 언급했던 장면까지 다시 소환됐다.
팬들은 그 발언들을 이번 남아공전 벤치 결정과 연결했다. “처음부터 손흥민을 중심으로 보지 않은 것 아니냐”는 반응이 반복됐다. 일부 게시판에서는 “열등감” “자격지심” 같은 거친 표현도 나왔다.
물론 게시판의 원색적인 표현까지 여론의 본질로 볼 수는 없다. 감독의 전술과 선택은 비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인신공격이나 협박성 표현은 선을 넘는다. 실패한 경기 운영을 따지는 것과 사람을 몰아붙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다만 거친 말을 걷어내도 남는 질문은 있다.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을 대표팀의 중심으로 보고 있었나. 아니면 끝까지 관리해야 할 변수로만 봤나.
선수 기용은 감독의 권한이다. 손흥민이라고 해서 모든 경기에서 무조건 선발로 뛰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상대 전술상 후반 투입이 더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그 선택을 뒷받침할 경기 설계가 있었느냐다.
남아공전에서 대표팀은 손흥민 없이 상대 수비를 흔들지 못했다. 후반 손흥민이 들어간 뒤에도 공격은 살아나지 않았다. 반드시 득점이 필요했던 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손흥민을 아껴 쓰는 선택은 결과로 증명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논란은 전술 논쟁을 넘어섰다.

팬들이 분노한 이유는 패배 하나 때문만이 아니다. 손흥민이라는 선수를 대하는 방식에서 쌓인 불신이 터졌다. 과거 발언은 과거 발언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경기에서 비슷한 방향의 선택이 나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팬들은 그 장면에서 감독의 진짜 판단을 읽으려 했다.
홍 감독은 모든 판단의 기준이 한국 축구였다고 했다. 감독은 그렇게 믿고 선택했을 수 있다. 하지만 팬들이 묻는 건 기준의 이름이 아니다. 그 기준이 왜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느냐다.
대한민국은 48개국 체제 월드컵에서도 살아남지 못했다. 조 3위 팀에게도 기회가 주어지는 대회였다. 그래도 탈락했다. 체코전 승리 뒤 멕시코와 남아공에 연달아 0-1로 졌다. 최종 34위라는 숫자는 변명하기 어렵다.
이제 질문은 홍명보 개인을 넘어 축구협회로 향한다. 감독을 어떤 기준으로 뽑았는지, 대표팀을 어떤 원칙으로 운영했는지, 실패 뒤에는 누가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 따져야 한다.
게시판의 분노도 결국 그 지점에 닿아 있다. 팬들이 원하는 건 분풀이가 아니다. 같은 실패를 다시 보고 싶지 않다는 요구다.

손흥민 벤치 논란은 한 경기의 선발 명단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축구가 가장 믿어야 할 선수를 어떻게 대했는지, 실패한 리더십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묻는 사건이다.
홍명보 감독은 떠났다.
하지만 손흥민을 둘러싼 질문은 아직 남아 있다.
출처: 스탠딩아웃 뉴스(https://www.standingou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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