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은 돈 없이 시작할 수 있는 20·30 재테크 ‘소비 디톡스’

밀레니얼 세대. 단군 이래 가장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취업은 어렵고, 내 집 마련은 더더욱 요원해진 세대이다. 전 세계적으로 장기적 경기침체와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인상 및 환율 인상으로 자산의 가치는 하락하는 이때, 밀레니얼 청년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소비 디톡스’ 라이프를 살아간다. 과연 소비 디톡스의 시대에 청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구두쇠 말고 체리슈머

현대판 보릿고개라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 합리적 소비를 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최대한 알뜰하게 안정된 자원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소비 전략을 펼치는 소비자들을 요즘 신조어로 ‘체리슈머’라고 부른다. 체리피커가 케이크에 올려진 체리만 쏙 빼먹듯 혜택만 누리는 얌체 소비자라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면 ‘체리슈머’는 이 ‘체리피커’에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를 합쳐서, 돈을 쓸 때는 쓰되 알뜰하고 똑똑하게 사용할 줄 아는 소비자를 일컫는 긍정적인 뉘앙스이다. 돈이 있어도 돈을 쓰지 않았던 구두쇠의 대명사인 스크루지 영감을 떠 올리면 안 된다. 체리슈머들은 자신이 가진 돈으로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하여 요즘에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합리적이고 또 재밌는 소비를 할 수 있는 시대이다.

공유하고 쪼개고 직접 거래하고

사용 기한이 임박한 영화 예매권, 사용하지 않는 커피 기프티콘을 10~20% 저렴하게 거래할 수 있는 쿠폰 거래 플랫폼인 ‘니콘내콘’을 이용하거나, 상품 정보를 입력하면 해당 상품의 할인율이 어느 정도인지 판별해주는 최저가 앱 ‘프라이스웨건(price wagon)’이 등장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당근마켓 같은 동네 커뮤니티 앱의 ‘같이 사요’ 기능을 이용하고, 동네 사람들이 모여 있는 네이버 카페 등에서 라면·냉동식품·신선식품 공구 게시글이나 오픈 채팅방에 참여해서 더 저렴한 소비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온라인 공구는, 몇 명이 공구할 지 인당 얼마인지 어디서 만나서 거래할 것인지 관련해 공구 주도자가 표기해 두면 이를 보고 필요한 사람이 신청하는 구조로 생각보다 쉬우면서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다.

아예 중간 유통 수익과 불필요한 브랜드 마진을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진 ‘올웨이즈’와 같은 공동 플랫폼을 이용하여 생산자와의 직거래를 통해 기존 온라인 판매가 대비 20~30%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직접 구매할 수도 있다.

쪼개서 구입하는 것도 합리적인 소비 방법의 하나다. 최근 유통업계는 고가의 와인을 몇천원만 내고 한 잔씩 맛볼 수 있는 와인 코너를 오픈하기도 하고, 금융업계에서는 미술품이나 부동산 등 특정 상품을 잘게 나눠 여러 투자자가 함께 투자해 이익을 배분받는 방식의 조각 투자를 선보이기도 한다. 예상대로 인기도 많다.

요즘은 이웃과 공유하거나 쪼개서 구입하거나 아니면 직접 거래하여 보다 소비의 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점차 일반화되어 가는 시대이다. 소비 디톡스를 위해 가져야 할 필수적인 소비 습관이다. 처음에 몰려드는 ‘귀차니즘’만 살짝 넘어설 수 있다면 말이다.

지금은 관성을 바꿔야 할 시기

문제는 처음 반드시 넘어서야 하는 ‘귀차니즘’의 마음이다. 참 신기하게도 모든 일에는 관성이 따라붙는다. 아무 계획 없이 과소비하던 습관은 어느새 관성이 생기고 심지어 가속이 붙게 되지만, 기존의 관성과 가속을 거스르고 패턴을 조금씩 바꿔 결국 소비 디톡스 세계에 발을 푹 담그게 되면 또 그 삶에 관성이 생기고 가속이 붙게 된다. 처음 도전할 때보다 훨씬 편해지고 쉬워진다.

이렇게 관성을 거스르는 삶을 시작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어떤 방법을 동원하든 간에 주변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로 세팅하는 것이다. 적어도 관성이 습관이 되기까지는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불필요한 단체 대화방이나 SNS에서 소리소문없이 탈퇴라는 것도 해보고, 소비 습관을 본받고 싶은 롤모델의 SNS를 조용히 팔로잉도 해 보자. 내 소유의 물건 중 거추장스럽고 짐이 되는 물건을 정기적으로 버리면서 소비 패턴을 공유하는 온라인 Zoom 모임에 참여해 보는 것도 같은 맥락 중 하나이다.

청년 세대에게 너무나 익숙한 음악이나 방송 등의 구독 서비스는 나에게 꼭 필요한 한 개만 남겨두고, 통신비용도 알뜰폰 요금제로 바꿔보고, 대중교통(알뜰교통카드 사용은 필수)만 이용하는 새로운 관성에 몸을 적응시켜 보는 것이다. 절대로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다.

곰이 사람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딱 100일, 우리 뇌에 습관 회로가 생기는 데 걸리는 시간도 딱 100일이다. 내 인생의 소비 관성을 바꾸기 위한 100일을 시작해 보자. 더불어 100일간 얼마를 모을지 최소 금액을 정하고 관성 바꾸기에 성공한 자신을 위한 100일 기념 축제도 미리 계획해 놓자. 내 소비 유전자를 조금이라도 바꿔놓아야 훗날 돈 때문에 겪어야 하는 고통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하지만 청년의 시기에 놓쳐서는 안 되는 것

이렇게 100일의 성공을 맛보고 나면, 수중에 종자돈 2천만원 모일 때까지는 뒤도 돌아보지 않는 결단이 필요하다. 돈은 모여야 큰 힘이 된다. 이것이 진리다.

하지만 한편 청년의 시기에 반드시 모아야 하는 또 다른 필수 아이템이 있다. 바로 나만의 ‘돈 버는 능력’이다. 향후 5년 뒤를 바라보며 어떻게 하면 소득을 늘릴 수 있을까? 오늘 당장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200만원의 소득 중 50%를 절약한다면 100만원 저축이지만, 소득을 2배 상승시켜 400만원의 소득을 얻는다면 똑같이 50%를 절약했을 때 200만원 저축이 된다. 훨씬 쉽게 돈이 모이는 구조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사실 미래의 더 나은 자신을 위해 몰두하고 몰입하며 살아가면 불필요한 곳에 돈 쓸 시간 여유도 없어진다. 소비 디톡스가 자연스레 따라오게 된다.

어떻게 소득을 2배나 늘릴 수 있냐 하소연할 수 있겠지만 10%만 상승시켜 보겠다는 각오로 시작하면 된다. 지금 처해 있는 직업 환경을 마음껏 이용해 나만의 능력을 긁어모아 보는 것이다. 현재 다니는 직장에서 월급 따박따박 받아가며 미래의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 내보자. 서비스직이라면 매일 같은 고객과의 씨름 속에서 최대한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쌓아 내어 나만의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경험치를 획득해 나가야 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직업이라면 그것을 비집고 나만의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깊은 고민의 터널에 들어가야 하는 시기이다. 한참 힘 있고, 뭐든 될 수 있고, 긍정적인 ‘청년’의 시기를 살아가기 때문이다.

5년 뒤 미래의 나를 위해 뭐든 투자해 보자. 힘든 시기를 맞설 수 있는 용기는 정면승부로 이겨보려는 내 마음 깊은 곳에 반드시 존재한다. 자 오늘이 시작 1일이다.


글 박유나 재무심리 전문가
※ 머니플러스 2023년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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