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깝게 그걸 왜 돈 주고 사”...불법 내려받기 확산한다는 이것

한상헌 기자(aries@mk.co.kr) 2023. 6. 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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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F 형태의 문제집·수업자료
인터넷서 음성적으로 거래돼
“교재 무단으로 내려받을 땐
저작권 침해 불법 소지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학생과 교사 등이 주로 문제집과 수업 자료 등을 PDF파일 형태로 인터넷 카페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음성적으로 거래하고 있지만, 관리 감독이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으로 공유되는 파일 때문에 출판사와 학원가 피해가 막대한 분석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학습을 위해 내려받는 경우라도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불법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2일 매일경제신문과 익명을 요구한 에듀테크 업체 A사 분석에 따르면 수능·내신 교재와 문제집 등 거래가 활발한 대표적인 네이버 카페 2곳을 조사해봤더니 불법거래건수는 올해에만 4월 기준 4만2836건으로 집계됐다. 거래 건수는 2020년 1만873건, 2021년 6만4714건, 2022년 8만4531건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었다. 업체 측은 2020~2023년 4월까지 누적 거래 건수는 21만건으로 한건당 교재 단가를 1만5000원으로 잡고 계산할 경우 교재 매출로만 약 31억원 손실이 발생했다는 추산이 나온다고 밝혔다.

이들 카페는 회원 수만 합쳐 320여만명에 달할 정도로 수능·내신 자료 공유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이다. 해당 카페 게시판에는 학년별로 시중 문제집과 자료 등이 올라와 있다. 무료로 배포되는 교재나 문제도 있지만,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는 자료 공유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이 때문에 출판사와 학원 등에선 이런 자료를 모니터링해 카페 측에 게시글을 내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수험생 카페 같은 경우에 모의고사 콘텐츠 등이 가끔씩 올라오긴 하는데 그렇게 (자료가) 노출이 됐을 경우에 내려달라고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도 교재 불법 거래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었다. 이용자 수가 12만여명에 달하는 텔레그램 ‘핑프방’ 등에서는 수능 문제집과 학원 교재 등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었다. 이용자들이 익명 제보를 통해 문제집과 시험지 등을 무단으로 공유하고 있었다. 이 채팅방에선 지난 5월 한 달에만 학원과 인강 강사 문제집, 학원 모의고사 등 310여건이 무단 공유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에는 유명 인터넷강사의 교재나 문제 등도 무분별하게 올라왔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 자료를 유출한 해커는 이곳에 성적 자료를 유포하기도 했다. 교육업계에선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수업과 학습 행태가 다양해지면서 교재 PDF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고, 강사들과 학생들이 불법으로 내려 받거나 무거운 책 대신에 편하게 들고 다니고 싶어 하는 등 다양한 이유로 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 교재나 문제집 등이 전자책 형태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책 형태로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가에서도 전공교재 등 불법복제가 아직도 심각한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4월 3000여개 출판물을 PDF 불법 복제한 복사업체에 대해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문체부 등 정부는 대학가 커뮤니티 사이트 등 온라인 출판물 디지털 파일을 영리 목적으로 불법 거래하는 행위가 성행함에 따라 특별사법경찰권에 근거한 수사를 통해 엄중히 단속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SNS 등 사적경로를 통해 유통되기 때문에 제보가 없으면 수사가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민간 업계와 협업해서 모니터링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학습을 이유로 문제집 등을 개인적으로 내려받는 경우도 충분히 저작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작권법 제25조는 학교 또는 교육기관이 수업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에는 공표된 저작물의 일부분을 복제·배포·공연·전시 또는 공중 송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학생이나 이용자가 영리를 목적으로 공유할 경우 이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입한 책을 스캔을 통해 디지털 파일로 만들거나, 복사본을 만들어 혼자 사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지만, 저작자의 허락 없이 전문 복사 업체에 맡겨 스캔하거나 이 파일을 중고장터나 커뮤니티 등에서 판매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된 사적 복제의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 저작권법에 따라 시정 권고 대상이 되며, 저작권자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받거나 형사고소를 당할 수 있다.

조규백 법무법인 열음 대표변호사는 “학생들이 인터넷상에서 교재를 복제할 때 복제권 침해가 발생하고, 온라인에서 주고받게 되면 전송이나 공중 송신이 발생해 전송권 침해가 발생한다”며 “저작권법 처벌 조항에는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가 처벌 대상”이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교재를 만드는 사람의 경우 마치 시·소설이나 작곡하는 사람들처럼 창의성이나 창작의 정도가 고도화되진 않는다는 주장을 일각에서 제기한다”며 “고도화된 창작물만 저작권을 인정할 순 없는 것이고, 교재라고 해서 저작물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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