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매워졌다는 불닭볶음면 진실

이 영상을 보라. 호주 기자가 호기롭게 불닭볶음면을 한입 가득 입에 넣는다. 그는 불과 몇 초 후 가쁜 숨을 내쉬며 엄청난 매운맛에 고통스러워한다. 화면 아래에는 해외에서 불닭이 금지된 이유라는 자막이 뜬다.

한때 유튜브를 강타한 ‘불닭볶음면 챌린지’는 한국인들에겐 이제 너무 식상한 이야기다. 아예 최근 커뮤니티에선 ‘불닭볶음면이 요즘 부쩍 예전보다 덜 매워졌다’, ‘매운맛이 줄어든 것 같다’ 등의 댓글이 여럿 보인다. 역시 한국인은 매운맛의 민족일까? 불닭 맵기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는데, 유튜브 댓글로 “불닭볶음면이 처음 출시됐을 때보다 정말 덜 매워졌는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불닭볶음면이 덜 매워졌다는 추측은 사실과 다르다. 불닭볶음면은 출시 때부터 지금까지 맵기가 변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삼양식품 관계자]

저희가 원료나 이런 것들은 변한 게 없고요. 매운맛 지수나 이런 것들도 변한 게 없어요

불닭볶음면이 출시된 건 2012년 4월. 이후 지난 13년의 세월 동안 이 라면의 스코빌 지수(4404SHU)나 당류 등의 성분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 판매돼 왔다고 한다.

그런데도 왜 불닭 관련 댓글에는 ‘예전보다 덜 매워졌다’ ‘이제는 맵지 않다’ 등의 반응이 많은 걸까. 처음 출시 됐을 당시 그 매운맛의 충격이 시간과 함께 서서히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삼양식품 관계자]

과거에 매운맛을 처음에 불닭 나왔을 때는 굉장히 맵다라고 느꼈을 텐데 이게 오랜 시간 소비자들이 소비를 하셨잖아요. 내성이 생긴 거죠 매운맛에 대해서

그러니까 10년 넘게 사람들이 불닭볶음면을 먹으면서 그 특유의 매운맛에 점차 익숙해졌다는 것. 캡사이신처럼 매운 맛을 내는 성분을 함유한 음식을 먹으면 입안의 TRPV1 수용체가 활성화된다. TRPV1 수용체는 신경계 내에 존재하며 뇌의 통증 전달과 조절에 관여한다. 통상 TRPV1 수용체가 많을 수록 통증을 더 크게 느끼고, 매운 음식을 잘 못먹는 체질이 된다. 그런데 매운 음식을 먹는 빈도가 늘어나면 입 안에 TRPV1 수용체 민감도가 둔화되고, 매운 맛에 대한 통증을 느끼는 강도도 낮아진다고 한다.

불닭볶음면의 다양한 조리법도 소비자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 유느님께서 한 방송에서 콘치즈 불닭을 먹고 감탄하고 있는데. 이처럼 불닭볶음면 시리즈가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조리법이 등장한 것. 면에 치즈, 우유 등을 넣어 매운맛을 줄이고 고소함을 올리는 방식이 그중 하나다.

이에 맞춰 로제 불닭이나 불닭 까르보나라처럼 보다 부드러운 맛을 강조한 제품들도 출시됐다. 기존의 강렬한 매운맛 대신 크리미한 질감이나 고소한 풍미가 강조되면서불닭볶음면이 예전만큼 맵지 않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됐다.

이에 더 자극적이고 매운맛을 찾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삼양식품은 ‘핵붉닭볶음면’을 출시하기도 했다. 핵불닭볶음면의 스코빌 지수는 1만에 달해서 불닭볶음면보다 2배 이상 맵다.

강력한 K-맵기가 전 세계에 퍼지면서 해외에서는 각종 해프닝도 빚어졌다. 지난해 6월 덴마크 수의식품청(DVFA)은 불닭볶음면이 ‘너무 맵다’는 이유로 리콜조치 했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덴마크에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의 노력 끝에 해당 조치가 한 달여 만에 철회되기도 했다.

사실 매운맛의 척도가 남다른 한국인의 특성상, 불닭볶음면은 한국인에겐 매운 라면이라기보다 그저 맛있는 라면의 이미지가 강하다. 이 ‘튀김우동’ 컵라면 다들 한번씩은 먹어본 적이 있을 거다. 고소하고 담백한 맑은 국물의 라면이다. 그런데 이 라면에는 후추와 고춧가루가 들어있어 일부 외국인에게는 맵다고 한다.

튀김우동이 맵다니, 우리에겐 적지 않은 충격이다. 일본에서 매운 맛으로 유명한 한 라면은 스코빌 지수가 한국의 진순이보다 낮다고 하니 우리가 얼마나 강한 매운맛의 민족인지 알 수 있다.

이에 해외에서 팔리는 불닭볶음면은 국내 제품보다 덜 맵다는 얘기들도 도는데. 일부 라면들의 경우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스코빌 지수를 낮추는 경우도 있기 때문. 하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삼양식품 관계자]

까르보 그다음에 불닭 오리지널 이런 것들의 차이는 있어도 한국의 까르보불닭과 외국의 까르보불닭의 차이는 없습니다. 다 맛을 동일하게 유지를 하고요. 왜냐면 그게 틀려지게 되면 기준 자체가 틀려지는 거잖아요

아무튼 매운 라면 전성시대를 이끌어 온 불닭볶음면은 13년간 꾸준히 그 맛을 유지해오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 이런 매운 음식을 먹고, 땀 뻘뻘 흘리면서 스트레스 푸는 게 한국인이지만, 매운 걸 너무 자주 먹으면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적당히 섭취하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