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지지 않는 기계설비유지관리자 변경신고… 재정비 손놓은 국토부 지자체 대응도 제각각

[기계설비법 시행 4년]
신고절차 복잡·홍보 부족에 누락 빈번
지자체별로 과태료 부과 다른기준 적용
국토부, 명확한 지침 없이 자율판단 맡겨
법적책임 묻기 전 신고절차 간소화 필요

기계설비유지관리자. 그래픽=김연아 기자.

국민 안전과 공공복리 증진을 목표로 한 기계설비법이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계설비유지관리자 변경 신고’ 규정은 혼란 속에 있다.

법 시행 초기부터 관련 신고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전국 각지에서 법 집행의 일관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기계설비법 제19조 제3항에 따라 건물의 기계설비유지관리자를 선임하거나 해임할 경우 해당 내용을 반드시 관할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관리자의 정보가 변경되는 경우에도 동일한 신고 의무가 부과된다.

기계설비유지관리자를 선임해야 하는 건축물 기준은 6가지로 나뉘는데, 연면적 6만㎡ 이상이거나 30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은 특급 유지관리자와 보조 유지관리자를 각각 1명씩 선임해야 한다.

또 연면적 3만㎡ 이상 6만㎡ 미만 건축물이나 2000~3000세대의 공동주택은 고급 유지관리자와 보조 유지관리자를 선임해야 하며, 그 외 규모에 따라 초급 또는 보조 유지관리자를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법 시행 초기부터 홍보 부족과 복잡한 신고 절차로 인해 관리주체들이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변경 신고가 누락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교통부는 변경 사항에 대한 신고 의무를 명시하고 있지만, 일부 현장에서는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부 공공기관과 학교시설 공시현장마저도 법적 의무를 소홀히 하며, 신고를 하지 않은 사례도 보고됐다.관리주체가 절차를 잘 알지 못하거나 신고가 지연될 때, 신고 지연 기간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연 기간이 1개월 미만일 때는 30만 원, 3개월 이상일 때는 최대 7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문제는 각 지자체가 과태료 부과 여부를 두고 제각각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대전시를 보면 5개 자치구 중 유성구만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다른 4개 구에서는 변경 신고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동일한 법을 적용받으면서도 지역에 따라 다른 기준이 적용되다 보니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관리주체들은 "법 적용이 자의적"이라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더 큰 문제는 이러한 혼란이 단지 일부 지자체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기계설비유지관리자 변경 신고에 대한 법적 기준을 통일되지 않은 상태로 해석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지 않으며, 지자체들에 자율적인 판단을 맡기고 있다.이로 인해 과태료 부과 여부나 그 기준은 지자체별로 다르고, 지역 내에서도 구별로 다른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법을 준수하고 싶어도 실질적인 지침이나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다.관리주체들은 관리주체의 상호·성명·주소·사업자등록번호 등 세세한 사항까지 모두 신고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와 정보 부족으로 인해 신고가 누락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법적 책임을 묻기 전에 정부와 지자체가 신고 절차를 간소화하고, 충분한 홍보를 통해 현장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지자체 담당자는 "법이 제정된 이후 4년이 지난 지금, 과태료 부과 유예로 대응하는 지자체가 여전히 다수"라며 "법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실효성은 떨어지고 있으며, 변경 신고는 사실상 관리주체들의 양심에 의존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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