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근 6개월 4만6821건 역전세… “위험가구 전국 100만호” [심층기획-전세시장 대혼란 닥친다]

박세준 2023. 5. 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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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역전세난 ‘째깍째깍’
경기 화성시 1813건 전국 1위
인천 연수구·세종시 1300여건
상위 29곳 중 26곳이 수도권
깡통전세 위험가구도 3배 급증
내년 상반기 대부분 만기 도래
한은 “주택시장 하방 압력 높여”
서울 마포구에 사는 세입자 A씨는 지난달 전세계약을 갱신하면서 집주인으로부터 매달 ‘역월세’를 받기로 했다. A씨는 전세보증금을 2억원 이상 내려주지 않으면, 계약할 의사가 없다고 통지했다. 집주인은 보증금을 일단 1억원만 내리고, A씨의 전세자금대출 이자분 일부를 보상하는 식으로 매달 40만원씩 입금하겠다고 설득했다. A씨는 “2년 전에는 집값과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이라 비싸게 전세계약을 체결해서 쭉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며 “한꺼번에 목돈을 구하지 못한 집주인의 사정도 있어서 1억원만 우선 받고 나머지 1억원을 받기 전까지는 역월세를 받기로 하는 내용을 특약사항에 적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시장 가격 하락세로 인해 주택 매매시세가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깡통전세’ 위험가구가 16만가구를 넘어섰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2년 전 전셋값에 비해 최근 전세 시세가 낮은 역전세 위험가구 수는 102만6000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29일 서울 용산구 남산서울타워에서 시민들이 주택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최상수 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시장 가격 하락세로 현재 전세시세가 2년 전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역전세 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제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고, A씨처럼 집주인에게 역월세를 받는 경우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29일 세계일보가 프롭테크(정보기술을 부동산에 융합한 서비스) 플랫폼 호갱노노에 의뢰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2년 전 평균 전셋값보다 하락거래가 이뤄진 역전세 계약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2545건이었던 역전세 거래 규모는 12월 1만2532건, 올해 1월 1만5993건으로 늘었고, 이사철이 시작된 2월에는 2만488건으로 뛰었다. 3월에는 2만14건, 지난달에는 1만486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5일 기준 최근 6개월간 발생한 역전세(4만6821건)를 지역별로 보면, 경기 화성시가 1813건으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인천 연수구로 1381건, 세종시가 1339건으로 3위에 올랐다. 역전세가 500건이 넘는 상위 29개 지자체 중 26개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에서는 대전 유성구와 서구, 대구 서구 3곳이 포함됐다.
최근 역전세 계약이 급증한 곳은 모두 2020년과 2021년에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던 지역이다. 경기 화성시와 연수구 등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노선 등을 포함한 교통·개발 호재로 집값·전셋값이 동반 상승했고, 세종시의 경우에는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국회 이전 논의로 집값이 뛰면서 전셋값도 가파르게 올랐다. 향후 역전세난도 과거 집값이 급등했던 지역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이미 역전세 위험가구가 전국적으로 100만가구를 넘어섰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한은이 실거래 마이크로 데이터 등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올해 4월 기준 잔존 전세계약 중 역전세 위험가구 수는 102만6000가구로 추정됐다. 매매시세가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깡통전세’ 위험가구도 지난해 1월 5만6000가구(2.8%)에서 올해 4월 16만3000가구(8.3%)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한은이 추정한 깡통전세 및 역전세 위험가구들은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상당 부분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지난 4월 현재 깡통전세 계약 중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되는 비중은 각각 36.7%, 36.2%에 달한다. 역전세의 경우 각각 28.3%, 30.8%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은은 “깡통전세와 역전세의 증가는 주택시장의 하방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가 KB부동산 시세를 분석한 자료에서도 역전세는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과의 평균 전셋값 지난 3월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2024년 9월 -3593만원까지 계속 늘어난다. 전셋값이 급등하지 않는 한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역전세난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는 이상 역전세 문제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황종규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역전세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부동산 가격, 아파트 가격”이라며 “아파트 가격이 오르지 않는 이상 역전세는 아마도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역전세 문제 관련 대책에 대해서는 “(집주인이) 일단 돈을 내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임대인들이 돈을 마련할 수 있는 금융 정책 완화가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세준·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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