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한민국 농업의 미래가 영글다…스마트팜 전문가 '요람' 상주 혁신밸리

오종택 기자 2022. 11. 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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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경북 상주에 축구장 60배 국내 최대 스마트팜 단지
청년창업 보육센터서 20개월 동안 이론·실습 교육
딸기·메론 직접 재배…초보 청년농이 '영농의 달인'
빅데이터센터 스마트팜 생육 정보 데이터로 축적

[상주=뉴시스] 경북 상주시 사벌국면에 위치한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전경. (사진=농림축산식품부 공동취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상주=뉴시스] 오종택 기자 = '三白(삼백)'의 고장 경북 상주시는 예로부터 쌀, 누에, 곶감이 풍족한, 흰 것이 많은 곳으로 알려졌다. 백두대간의 웅장한 기세와 영남권의 젖줄인 낙동강을 낀 천혜의 자연환경을 뽐내는 상주에 근래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생겼다. 대한민국 농업의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그곳이다.

지난 18일 경북 상주시 사벌국면에 위치한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찾았다. 옛 선비들의 모임 장소이자 지금은 국민 관광지로 유명한 낙동강 경천대에서 직선 거리로 2㎞ 남짓 거리에 있다. 너른 들녘에 청명한 가을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백색의 거대한 온실 단지는 흰 것이 넘치는 상주와 어울렸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농업 인력 감소와 기후변화 같은 농촌 위기에 대응해 농업과 첨단기술이 융합된 스마트팜 확산 정책에 따라 추진됐다. 윤석열 정부는 스마트팜을 120대 국정과제의 핵심 중 하나로 운영 중이다.

농촌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생산성이 저하되고, 농가 소득도 갈수록 줄어 농촌 사회의 심각한 문제가 된지 오래다. 여기에 기후 변화 역시 대한민국 농업이 극복해야할 과제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대한민국 농업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성을 열어줄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축구장 약 60배 크기인 42.7㏊(42만7000㎡) 부지에 조성된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지난 2019년 12월 착공, 총 사업비 1548억원을 투입 2년의 공사 끝에 작년 12월 그 위용을 드러냈다. 전북 김제(21㏊), 경남 밀양(22㏊), 전남 고흥(33㏊) 등 현재 운영 중인 4개 스마트팜 혁신밸리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은 첨단 스마트 온실과 청년보육센터, 임대형 스마트 팜, 실증단지, 빅데이터 센터 등이 들어섰다. 특히 청년창업 보육센터는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를 이끌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요람으로 불리길 자처한다.

[상주=뉴시스] 경북 상주시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쳥년창업 보육센터 교육생이 직접 재배한 딸기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공동취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만 18세부터 39세 이하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1개 기수당 50여명을 선발해 20개월의 교육과 실습을 거친다. 이 기간 동안 딸기, 토마토, 오이, 멜론 등 4개 작물을 직접 재배해 판매까지 한다.

지금까지 52명의 창농·스마트팜 운영 전문인력을 배출했다. 올해 8월 5기 교육생을 선발했고, 지난해 입교한 4기 교육생은 현재 입문교육(2개월)과 교육실습(6개월)을 거쳐 경영실습(12개월)에 돌입했다. 이들은 4개팀으로 나눠 5400평 규모의 경영형 온실을 이용해 농작물을 재배한다.

교육생 중 보육센터 입교 전 농업 분야 공부를 했거나 관련 업종에 종사했던 교육생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농업과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불과 몇 개월 만에 교육생들은 작물 선정부터 식재는 물론 재배, 수확까지 전 과정을 직접한다.

취재진에게 혁신밸리를 안내한 이건희 스마트밸리운영과장은 "교육생들이 재배한 토마토, 딸기, 메론, 오이는 십수년 농업에 종사한 숙련된 농업인이 수확한 것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며 "오히려 생산량은 물론 맛과 품질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론과 실습, 영농경영 등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영농기술을 습득한 교육생들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유리 온실을 토대로 고품질의 농작물을 생산한다. 스마트팜에서 제공하는 최적의 생육 환경이 초보 청년농을 '영농의 달인'으로 만들어준 셈이다.

높이 10m에 달하는 유리 온실은 각각의 농작물에 적합한 온도와 습도는 물론 자동으로 비료를 공급하는 등 최적의 생육 환경 제공한다. 지열을 활용해 여름철과 겨울철 온실의 냉난방을 가동해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유리 천장은 햇빛을 분산시켜 필요한 일조량을 제공한다. 자동 개폐 장치를 통해 적절한 공기 순환도 이뤄진다.

온실에서는 메론과 토마토가 주렁주렁 달렸고, 빨갛게 잘 익은 딸기는 수확이 한창이었다. 수확한 작물을 팔아 거둬들인 수익은 교육생에게 돌아간다. 혁신밸리에서는 소정의 임대료만 받고 있다.

[상주=뉴시스] 경북 상주시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내 청년창업 보육센터 유리온실에서 메론이 자라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공동취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교육생들이 수확한 작물은 보통 학교 급식으로 제공되거나 업체와 계약재배를 통해 판로를 확보 중이다. 품질이 우수한 만큼 일반 농가에서 생산한 것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는 관계자의 귀띔이다.

교육기간 동안에는 교육생들이 지낼 수 있는 보금자리도 제공한다. 임대형 주택으로 가족형, 공유형, 원룸형 등 28호에 최대 76명이 입주 가능하다. 원룸형의 경우 월 임대료는 8만원에 불과하다.

교육 수료 후에는 혁신밸리 내에 있는 임대형 스마트팜에서 계속 스마트 농법을 익히고, 창업농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2명 또는 3명이 1개팀을 이뤄 팀별로 최장 3년간 0.5㏊(약 1500평)가량을 배정 받아 시설원예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임대형 스마트팜은 기존 농업인에게도 기회를 제공해 스마트팜 저변을 확대하고, 수출 전문 단지로 활용한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농은 물론, 농업의 지속 가능성한 발전을 담보할 빅데이터센터도 구축했다. 혁신밸리 지원센터 2층에 있는 빅데이터센터 통합관제실에 들어서자 거대한 스크린과 다양한 데이터 분석창이 시선을 사로 잡았다.

[상주=뉴시스] 경북 상주시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내 빅데이터센터 통합관제실. *재판매 및 DB 금지

스크린에는 혁신밸리 내 스마트팜 시설 운영 정보가 나타났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모든 작물의 생육 조건이나 정보가 온실에 있는 센서를 통해 쌓이고 있었다.

관련 정보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에서 취합해 정형화 하는 작업을 한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이렇게 쌓인 데이터는 특정 농작물에 있어 최적의 생육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 예를 들어 특정 작물을 식재하고 한 달째 됐을 때 해당 작물에 적합한 온도와 습도 등 최적의 생육 환경을 데이터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건희 과장은 "이렇게 축적한 데이터를 온라인을 통해 공개하고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영농인이 관련 데이터를 스마트팜 시설과 연동하면 자동으로 생육 환경을 컨트롤 하게 된다"며 "궁극적으로 농사를 처음하는 사람도 실패하지 않고 곧바로 성공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데이터센터가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센터는 세계적인 농업 온실기자재 기업인 네덜란드의 '프리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지금도 스마트팜에 입주한 청년농과 경영농의 땀과 노력이 데이터로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곧 그 결실을 맺을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날씨와 기후에 구애받지 않는 스마트팜 온실에 빅데이터를 통해 농작물 생육에 필요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면 생산량은 물론 품질 경쟁력 또한 갖출 수 있다. 취재를 마칠 무렵 4기 교육생이 갓 수확한 딸기를 맛볼 기회가 있었다. 그 맛은 여느 딸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고 맛있었다. 대한민국 농업의 달콤한 미래도 탐스럽게 영글어 갔다.

[상주=뉴시스] 경북 상주시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내 청년창업 보육센터 유리온실에서 딸기가 자라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공동취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ohj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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