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색 먼지 날리던 채굴 현장이 에메랄드빛 호수를 품은 공간으로 변했다. 거대한 절벽 아래 고요히 물든 수면과 그 위를 가로지르는 777m 공중 활강 시설은 이곳이 한때 산업의 현장이었다는 사실을 잠시 잊게 만든다.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삼화동 산자락에 자리한 무릉별유천지는 석회석 채굴지에서 복합관광단지로 재탄생한 공간이다. 1968년부터 약 50년간 이어진 채굴의 시간은 깊은 흔적을 남겼고, 그 자리는 이제 새로운 여행의 무대로 활용되고 있다.
약 121만㎡, 약 30만 평 규모로 조성된 이곳은 산업유산 재생이라는 방향 아래 호수와 절벽, 체험시설, 산책로를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과거의 구조를 지우지 않고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다.
50년 채굴의 시간, 관광지로 다시 태어나다


이 공간의 시작은 1968년이다. 석회석 채굴이 본격화되면서 산자락은 단계적으로 절개됐고, 대형 장비와 운반 도로가 들어섰다. 약 50년간 이어진 작업은 지역 산업의 한 축을 담당했다.
2017년 1월, 운영 주체였던 쌍용C&E가 해당 부지를 동해시에 기부채납하면서 전환점이 마련됐다. 방치 대신 재생이라는 선택이 이뤄졌고, 채굴지 전체를 복합관광단지로 탈바꿈시키는 계획이 추진됐다.
그 결과 2021년 11월 시범운영이 시작됐다. 과거 산업의 흔적을 구조물과 지형 그대로 활용하면서, 새로운 동선과 체험 요소를 더해 지금의 모습으로 운영되고 있다.
에메랄드빛 두 호수와 최대 270m 절벽

채굴로 형성된 깊은 웅덩이에는 금곡계곡의 용출수와 빗물이 유입됐다. 그렇게 만들어진 두 개의 호수가 바로 청옥호와 금곡호다.
청옥호는 약 125,000㎡ 규모에 수심 530m, 금곡호는 약 30,000㎡에 수심 515m로 알려져 있다. 석회암 성분의 영향으로 수면은 특유의 에메랄드빛을 띠며, 빛의 각도에 따라 색감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산업의 흔적이 오히려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 셈이다.
호수를 둘러싼 암벽은 최대 270m 높이에 이르는 수직 절벽이다. 인위적으로 절개된 면이지만, 그 규모와 압도감은 자연 절경 못지않다. 호수와 절벽이 어우러진 장면은 이곳을 상징하는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777m 상공을 가르는 스카이글라이더

이곳의 체험시설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스카이글라이더다. 청옥호 상공 30m를 가로지르며 총길이 777m를 이동하고, 편도 약 3분이 소요된다. 최대 4인까지 탑승 가능하며 신장 130cm 이상, 체중 100kg 이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만 12세 미만은 보호자 동반이 필요하다.
옛 채석장 도로를 활용한 알파인코스터는 1인승과 2인승으로 운영된다. 탑승자가 직접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 완만한 주행부터 속도감 있는 체험까지 선택할 수 있다. 산업 도로가 레저 코스로 전환된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함께 비탈길을 내려오는 오프로드루지, 소나무 숲 300m 구간을 지나는 집라인도 운영 중이다. 4종을 묶은 Fun Fun 패키지는 70,000원, 스카이글라이더와 루지를 포함한 무릉패키지는 40,000원, 알파인코스터와 집라인을 묶은 삼화패키지는 35,000원이다. 개별 이용 시 스카이글라이더 30,000원, 알파인코스터와 집라인 각 20,000원, 루지 1회 15,000원이며 동해시민은 입장료와 체험시설 모두 50% 할인된다.
전망대·둘레길·라벤더정원까지

속도감 있는 체험과 달리, 천천히 공간을 음미할 수 있는 요소도 마련됐다. 호수를 따라 1.8km 길이의 둘레길이 조성돼 절벽과 수면을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다.
길이 24.6m, 폭 3m 규모의 두미르 전망대는 절벽 위로 돌출된 구조다. 아래로 펼쳐진 호수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공간의 스케일을 실감하게 한다.

폐산업시설을 재생한 쇄석장 갤러리에는 몬스터 덤프트럭이 전시돼 과거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2만㎡ 규모의 라벤더정원에는 라벤더 1만 3천 주가 식재됐다. 제1주차장과 주요 지점을 순환하는 무릉별열차도 운행해 이동 편의를 돕는다.
운영시간은 09:30부터 17:30까지이며 매표는 16:30, 루지는 15:30에 마감한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휴무로 공휴일일 경우 익일에 쉰다. 입장료는 비수기 10월부터 5월까지 성인 4,000원, 청소년 2,000원, 유아 1,000원이며 성수기 6월부터 9월까지는 성인 6,000원, 청소년 3,000원, 유아 2,000원이다. 36개월 미만과 다둥e카드 소지자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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