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도영·한승연 ‘22즈’, 함께 멀리 가는 중

지난 2월 아마미 스프링캠프에서 실과 바늘이었던 친구 한승연과 김도영. /김여울 기자

살아보니 사람복이 참 중요하다.

여러 가지 복이 있지만 어느 시기에,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사람복이 중요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힘든 것도 일이 아닌 사람 때문일 때가 많다. 사람 때문에 힘들지만 반대로 사람 때문에 버티기도 한다.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도 사람의 힘은 크다.

어떤 지도자를 만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동기들과 함께하느냐가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것 같다.

힘들 때 견딜 수 있는 힘. 그래서 KIA 덕아웃을 보면 부럽다. 든든한 친구들과 함께 달리는 이들이 부럽다.

지난 4월 29일 NC 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가 끝난 뒤 2022 드래프트 동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KIA 1군 엔트리에는 ‘22즈’가 리더라고 입을 모으는 좌완 최지민을 필두로 우완 황동하 그리고 내야수 김도영과 외야수 한승연이 있다.

황동하는 정읍 인상고 시절 팔꿈치 수술을 하면서 1년 유급해 1살 형이지만, 동기들과 친구가 됐다.

주인공은 이날 프로 데뷔전을 치른 외야수 한승연이었다.

프로에서의 시작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

한승연은 “욕먹는 자리였다”고 웃었지만 동기들에게는 기다렸던 밤이었다.

이날 한승연은 4-4로 맞선 9회초 1사 1루에서 박정우의 대타로 타석에 섰다. 한승연의 프로 첫 타석이었다.

대기 타석에서 친구 김도영이 간절한 마음으로 한승연을 응원했지만 긴장감 가득했던 데뷔전 타석 결과는 4구째 헛스윙 삼진이었다.

연장 10회 두 번째 타석이 돌아왔고 이번에는 3구 헛스윙 삼진이었다.

한승연은 이렇다 할 활약은 보여주지 못했지만 팀은 연장 10회 나온 김호령의 스리런과 김도영의 쐐기포로 9-4 승리를 거뒀다.

경기가 끝난 뒤 동기들은 치킨을 놓고 축하 파티를 했다.

김도영은 “NC전 끝나고 드래프트 동기 모여서 치킨 시켜서 작은 파티를 했다. ‘왜 그렇게 스윙 안 돌았냐’고 했는데 긴장을 많이 했다고 했다.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고 기다렸던 동기의 시작을 이야기했다.

축하파티였지만 아쉬움이 남았던 밤. 며칠 뒤 친구들은 잊을 수 없는 뜨거운 밤을 보냈다.

2일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황동하는 선발로 나서 7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단 한 명의 주자에게도 홈을 허용하지 않은 무실점 피칭이었다.

8개의 탈삼진도 뽑아내면서 황동하는 사람들의 감탄사를 끌어냈다.

이날 한승연은 동기들의 환호성 속에 드디어 자신의 기록란을 채우기 시작했다.

7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장한 한승연은 2-0으로 앞선 6회 1사 1루에서 이날 경기 3번째이자 프로 5번째 타석을 맞았다.

3개의 볼이 연달아 들어온 뒤 스트라이크 하나를 지켜본 한승연은 5구째 오원석의 체인지업을 공략해 좌측 2루타를 기록했다.

1루주자 박민이 2·3루를 돌아 홈에 들어오면서 프로 첫 타점도 동시에 올렸다.

한승연은 투수 견제구가 빠진 사이 3루로 이동했다가 김태군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때 홈에 들어오면서 프로 첫 득점까지 만들었다.

22드래프트 동기 한승연의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는 김도영과 황동하. /김여울 기자

한승연의 안타가 나온 순간 가장 격렬하게 반응한 이는 김도영이었다.

덕아웃 밖으로 달려 나온 김도영은 온몸으로 친구의 안타를 기뻐했다.

선발로 다음 이닝을 준비했던 황동하도 달려나오게 한 순간이었다.

한승연 보다 더 한승연의 첫 안타를 기뻐했던 김도영은 “두 번 타석을 들어간 이후니까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 타석에서 모습도 괜찮아 보였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 같다”며 “너무 열심히 하는 선수라 친구가 아닌 선수로 봐도 잘 됐으면 한다. 그런 선수들이 잘 돼야 열심히 하는 선수들의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김도영은 이날 4타석에서 안타 없이 2개의 삼진만 기록했지만 친구들의 동반 활약이라는 기쁨 속 “내가 잘 못 하더라도 팀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에 무거웠던 부담감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다.

기쁨의 순간을 함께 한 친구들은 또 다른 순간을 기다린다.

아직 시작되지 않은 또 다른 친구들의 프로 무대가 그들이 기다리는 순간이다.

황동하는 “아직 세 명이 더 와야 한다. (김)찬민, (신)명승이 그리고 윤도현이 있다”고 웃었다.

윤도현은 1군에서 타격 실력을 보여줬지만, 투수 김찬민과 포수 신명승에게는 아직 기회가 오지 않았다.

먼저 길을 걷고 있는 친구들이 있기에, 친구들의 따뜻한 응원이 있기에 이들은 설레임으로 1군 무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2년 차 징크스 대신 성장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2025드래프트 동기 박재현(왼쪽)과 정현창. /김여울 기자

쟁쟁한 22즈와 함께 당찬 ‘25즈’도 부러운 친구들이다.

2025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선수가 된 외야수 박재현, 내야수 정현창 그리고 투수 김태형.

이들은 이제 프로에서 두 번째 해를 보내고 있는 아직은 어린 선수들이다.

흔히 말하는 2년 차 징크스가 있다. 루키 시절 멋모르고 덤빌 때는 몰랐던 걱정, 두려움이 생기기도 하고 치열한 프로의 세계에서 적들에게 전력이 노출된 만큼 승부는 더 어려워진다.

하지만 KIA 2년 차 25즈의 모습은 다르다.

프로 첫 해 ‘0.081’의 타율을 찍으면서 ‘팔푼이’로 통했던 박재현은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박재현은 지난 시즌 1군에서 5안타가 전부였지만, 5일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포함 한 번에 4안타를 쳤다.

4안타 경기가 이번 처음도 아니다. 박재현은 지난 2일에도 홈런으로 4안타를 완성했었다.

5일 정현창도 모처럼 웃었다.

수비 실력은 형들에게 뒤지지 않는 정현창이지만 시범경기와는 타격에 끙끙 앓았다.

정현창은 4월 19일 두산전에서 시즌 첫 안타를 친 후 침묵을 이어가면서 수비에서만 역할을 했었다.

8-5로 앞선 7회말 1사 만루에서 타석에서 선 정현창은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를 했다.

그리고 허무하게 물러났던 앞선 타석과 달리 이번에는 우측으로 공을 보내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2타점 적시타를 장식했다.

앞서 마운드에서는 김태형이 분위기를 잡았다.

선발 이의리가 흔들리면서 1.2이닝을 끝으로 마운드에서 물러나야 했고, 김태형이 급히 투입됐다.

첫 타자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두 명의 승계 주자를 처리하지는 못했지만, 김태형은 이후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한화에게 기울 수 있었던 초반 흐름을 붙잡았다.

서로가 서로를 보면서 감탄을 하는,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힘이 되는 친구들이다.

아무리 좋은 지도자와 선배들이 있다고 해도 동기끼리 나눌 수 있는 것은 다르다.

팀은 달라도 어렸을 때부터 야구하면서 마주쳤던 사이라 서로를 잘 안다.

친구끼리 통하는 감정들도 있다. 누구보다 가장 좋은 경쟁자로 서로를 키우는 힘이 되기도 한다.

아직 순위 높은 곳에 있지 않지만, 여전히 고민인 지점이 많지만 친구들의 활약을 보면서 KIA의 2026시즌과 미래를 기대하게 된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더 멀리 간다’라는 말이 있다.

KIA 타이거즈의 22즈와 25즈가 함께 더 높은 곳을 향해 차근차근 걸어가고 있다.

<광주일보 김여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