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자닌 투자파일] 에이팩트, 제주반도체와 'CB 혈맹' 배경은

에이팩트 이성동 대표(왼쪽)와 제주반도체 박성식 대표가 협약을 체결하는 모습. /사진 제공=에이팩트

반도체 후공정 기업 에이팩트가 제주반도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회사는 제주반도체 전환사채(CB) 투자까지 단행하며 '혈맹'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에이팩트의 사업 다각화와 실적 턴어라운드에 가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

웨이퍼 테스트 파트너십·CB 투자 단행

18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팩트는 최근 제주반도체와 메모리 웨이퍼 테스트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회사는 먼저 LPDDR2 제품 테스트를 담당한 뒤 제주반도체가 개발 중인 낸드플래시와 LPDDR4X 등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배경에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제주반도체는 웨이퍼 테스트 물량을 주로 대만 후공정 업체에 의탁해 왔다. 최근 대만 업체들이 고부가가치 선단 공정 제품 위주로 라인업을 재편하면서 마진이 적은 레거시 제품의 외주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제주반도체는 안정적인 생산 거점 확보를 위해 국내 테스트 인프라로 눈을 돌렸고, 복수 업체의 입찰 경쟁 끝에 기존 패키징 분야에서 수년간 손을 맞춰온 에이팩트가 낙점됐다. 에이팩트는 패키징을 넘어 부가가치가 높은 웨이퍼 테스트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에이팩트는 안성공장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회사는 2030년까지 총 400억원 규모의 CAPEX(설비투자)를 단계적으로 진행해 웨이퍼 테스트 대응 역량을 강화한다. 다음달에는 제주반도체의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LPDDR5X 신규 장비가 에이팩트에 설치돼 공동 운영될 예정이다.

양사의 협력은 자본시장 분야로 확대됐다. 제주반도체는 지난해 2월 발행한 60억원 규모 8회차 CB에 대한 매도청구권(콜옵션)을 전량 행사했다. 회사는 이 과정에서 콜옵션 행사자 중 하나로 에이팩트를 지정했다. 회사 측은 "반도체 후공정 업체의 당사 주주 참여를 통한 안정적 후공정 업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에이팩트가 인수한 CB는 10억원 규모다. 오는 26일 매매대금 지급일까지 연복리 1% 이자가 반영돼 실제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소폭 증가한다. 전체 콜옵션 물량은 에이팩트 외에도 박성식 제주반도체 대표, 조형섭 등기임원, 글로벌 유통 파트너사인 써니 라이즈 일렉트로닉스와 윈에센스 등이 나눠 인수했다.

해당 CB의 전환가액은 주당 1만8862원이며, 전환가능 주식 수는 5만1728주다. 이날 종가 기준 제주반도체 주가는 9만2600원에 달해 전환 유인이 큰 상황이다. 전환청구기간은 내년 2월 26일부터다. 향후 전환 시 에이팩트는 제주반도체 주주 지위를 확보해 단순 협력사 관계 이상으로 결속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패키징 편중 구조 탈피…턴키 역량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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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 강화 배경에는 사업 다각화 필요성이 자리하고 있다. 에이팩트의 현재 사업 구조는 패키징 부문에 편중돼 있다. 회사의 올해 1분기 기준 반도체 패키징 임가공 매출은 25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3.7%를 차지했다. 테스트 부문 매출은 49억원(16.3%)에 그쳤다.

회사는 2022년 에이티세미콘 패키징 사업부를 양수하며 후공정 전반을 아우르는 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했지만, 실제 수익 구조는 패키징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적 반등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에이팩트의 올 1분기 매출은 304억원으로 전년 동기(233억원) 대비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1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가 지속됐다. 전년 동기(33억원) 대비 적자폭은 축소됐다.

현금유출에 고정비 부담은 지속되고 있다. 회사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올해 1분기 -16억원, 투자활동현금흐름은 CAPEX 영향으로 -88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고정비 항목인 인건비, 감가상각비, 전력비 합산 금액은 121억원 규모로 매출의 39.7%에 달하는 수치다.

이런 가운데 제주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물량 확보는 의미 있는 흐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패키징 역량에 웨이퍼 테스트가 더해질 경우 고객사는 테스트·패키징·최종 테스트까지 일괄 처리 가능한 '턴키(Turn-Key)' 체계 구축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에이팩트는 지난해 10월 전공정 소재·부품 기업 글로원아이엔씨 지분 30.1%를 취득한 데 이어 제주반도체 CB 투자까지 단행하며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실제 턴어라운드 여부는 신규 장비 수율 안정화와 양산 전환 속도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OSAT 업계 관계자는 "팹리스 업체들은 물류비 절감과 리드타임 단축 측면에서 패키징과 테스트를 함께 처리할 수 있는 턴키 업체를 선호한다"며 "에이팩트가 제주반도체라는 안정적인 리드 고객을 확보한 만큼, 하반기 신규 장비 가동률과 양산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실적 반등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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