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몸무게를 잽니다. 그런데 몸무게가 아닌 각 신체 부위별 무게는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개인적으로는 머리 무게가 궁금했는데, 이를 재기 위해 머리를 저울에 올려놓으면 머리가 목과 몸통으로 연결되어 있어 무게가 분산되기 때문에 머리만의 정확한 무게는 알 수가 없습니다.

팔이나 다리의 경우는 극단적으로 죽을 만큼 궁금하다면 절단해 저울에 올려 그 무게를 눈으로 볼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머리는 절단하면 죽으므로 살아 있는 상태에서 내 머리 무게는 알 수 없습니다. 여기서 주제의 궁금증이 생깁니다. 머리를 분리하지 않고 내 머리 무게를 잴 방법은 없을까요?
다소 기괴한 궁금증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머리는 뇌, 두개골, 근육, 혈액, 머리카락 등 다양한 조직과 물질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의 밀도와 부피는 조금씩 다릅니다.

따라서 머리의 무게를 구한다는 건 생물학과 물리학, 의학적 지식이 함께 동원되어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즉, 우리가 얼마나 과학적 원리로 세상을 설명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궁금증입니다. 잔인한 내용은 없으니 안심하고 보길 바랍니다.
우선 대부분 사람이 떠올렸을 방법인 해부학적 분리를 통해 저울에 올려 무게를 측정하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윤리적 문제를 동반하므로 논외로 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간접적이고 과학적인 추정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CT나 MRI 같은 의료 영상을 활용할 수 있는데, 머리의 단층 영상을 수백 장 찍어 해당 정보를 3차원으로 재구성한 다음 뼈나 뇌, 근육과 같은 조직들을 서로 다른 색깔로 구분해서 각각의 부피를 계산하는 겁니다.

밀도는 단위 부피당 질량이므로 부피를 알면 밀도를 곱해서 질량을 구할 수 있는데, 여러 논문에 따르면 뼈는 평균 1.8~2g/cm³, 뇌 조직은 약 1.04g/cm³의 밀도를 갖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따라 뇌의 부피가 1,350cm³라면 여기에 1.04를 곱해서 약 1.4kg이라는 값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뼈와 뇌, 피부와 근육 등의 무게를 각각 계산하여 모두 더하면 머리 전체 무게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실제 머리 무게의 대부분은 뇌와 두개골이 차지하며, 나머지는 근육, 피부, 혈액 등이 수백 그램 정도를 차지합니다. 이들을 다 더하면 5kg 내외의 값이 나오고, 이는 전체 체중에서 평균적으로 약 7~8%에 해당합니다.

다른 방법은 물리학적 관점에서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를 응용하는 겁니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하다가 물이 넘쳐흐르는 것을 보고 "유레카!"를 외치며 부력의 법칙을 발견했는데, 어떤 물체를 물속에 넣으면 밀려난 물의 부피가 곧 그 물체의 부피와 같다는 원리입니다.
이 원리를 응용해서 사람의 몸 전체를 물이 가득 찬 욕조 속에 넣습니다. 그러면 욕조 밖으로 물이 넘칠 것이고, 이 넘친 물의 부피를 측정하면 몸 전체의 부피를 알 수 있습니다.

그다음 체중계에서 측정한 몸무게를 몸의 부피로 나누어주면 몸 전체의 평균 밀도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체중이 70kg이고, 몸 전체 부피가 70,000cm³이면 몸 전체의 평균 밀도는 1g/cm³가 나옵니다.
여기까지 구한 뒤 다시 한번 물이 가득 찬 욕조 속에 머리만 넣어봅니다. 그러면 마찬가지로 욕조 밖으로 물이 넘칠 것이고, 넘친 물의 부피를 구하면 머리의 부피를 알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 머리의 평균 밀도가 몸 전체의 평균 밀도와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머리의 부피와 몸 전체의 평균 밀도를 곱하여 머리 무게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만약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로 측정한 머리 부피가 4,500cm³이고, 머리 평균 밀도를 앞서 계산한 몸 전체의 평균 밀도(=1g/cm³)로 가정했을 때 머리의 무게는 4.5kg 정도로 계산됩니다.

하지만 머리에는 지방이 거의 없고 뼈와 뇌가 많으므로 실제 머리 밀도는 몸 평균보다 조금 더 클 겁니다. 우리가 수영할 때 몸은 잘 떠도 머리가 물속에 잠기려는 경향이 있는 게 방증입니다.
따라서 이런 점을 고려해 실제 머리 무게는 위에서 계산한 값보다 약간 더 높여 5kg 정도로 추정할 수 있고, 의료 영상으로 구한 값과 비슷한 값이 나옵니다.
다음은 생리학적 관점에서 인체 전체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간접 추정할 수 있습니다. 과거 미국, 소련, 독일 등의 해부학 연구에서는 시신을 여러 부분으로 절단하여 각각이 차지하는 비율을 기록해 왔는데, 팔, 다리, 몸통, 머리, 목 등이 전체 체중에서 얼마만큼 차지하는지를 반복 측정해 평균을 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성인의 머리는 전체 체중의 약 6~8%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고, 계산해 보면 체중이 70kg일 때 4~5.5kg 정도가 나옵니다. 마찬가지로 내 몸무게에 0.06~0.08을 곱하면 대략적인 내 머리 무게를 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머리의 무게는 직접적인 측정이 아니어도 영상 의학이나 물리학 원리, 해부학 연구 등 여러 과학 분야의 도구와 시각을 통해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구한 값은 단순히 궁금증 해결에 멈추는 게 아니라 실제 충격 상황을 재현하는 중요한 변수로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충돌 실험에 등장하는 더미의 머리도 세심하게 설계되는데, 무게와 무게 중심이 실제 사람과 같아야만 충돌 시 어떤 힘이 머리에 전달되는지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의학적으로도 두개골과 뇌의 무게를 정밀하게 추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뇌종양이나 수두증과 같이 뇌 조직의 부피와 무게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는 질환에서는 추정치를 통해서 병의 진행 정도를 평가할 수 있고, 수술 시 절제해야 할 부위나 두개골 절개 범위를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고인류학에서는 고대 인류의 두개골 무게와 형태를 통해 진화 과정을 밝히는데 쓰이고, 의료 인류학에서는 시대와 지역에 따른 두개골 변화와 무게 차이를 추적해 영양 상태 및 생활 환경이 인류의 몸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탐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소한 궁금증은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가진 궁금증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 과학적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송현수 과학/공학 분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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