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1만2000명에게 ‘빵집’ 소개하는 가이드의 정체[여책저책]
아무래도 여행의 재미는 개인차가 큽니다. 일단 관광이냐, 휴양이냐로 나뉠 테고요. 액티비티, 힐링, 맛, 체험이나 교육 등 자신이 선호하는 주제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겁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의 관광객을 만족시키는 주제는 ‘맛’ 아닐까요. 여행 중 삼시세끼를 다 챙기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한 끼는 현지의 맛난 음식을 맛보면 좋겠죠. 재미를 넘어 현실만족으로도 손색없을 테니까요.
또 매일 빵을 먹던 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예 빵에 대해 남들에게 소개를 해주면 어떨까란 생각까지 한 그는 매주 한 번씩 뉴스레터를 만들기에 이르는데요. 그동안 전한 수백 곳의 빵집을 엄선해 책으로 출간한 작가의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남원상 | 도서출판 따비
최근 출간한 ‘고베의 발견’에서도 그의 먹거리 사랑은 여전하다. 소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오이데야 모모’의 시간제한 만찬, 일본식 정원의 붕장어 덮밥, ‘간쇼교자엔’의 군만두 얼마나 맛있던지!, 온천 후의 이열치열 카레우동 등 여행 일정의 상당 부분이 맛난 음식 탐방이다.
사실 맛으로만 따지면 일본 내 갈만한 도시는 많다. 작가는 왜 고베를 선택했을까. 일단 그가 4박 5일이란 여행을 떠나기로 한 때가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다. 당시 이름 좀 있는 관광지는 관광객으로 넘쳐 몸살을 앓았더랬다. 때문에 작가는 이른바 오버투어리즘을 피하고 싶었고, 볼 것이 없어보이던 고베를 우연히 택했다.
작가는 요네하라 마리가 맛있게 먹었다고 꼽은 야키교자(군만두)와 줄서서 먹어야 하는 고베규 뎃판야키(철판구이) 등을 꼭 맛봐야 하는 음식으로 꼽았다. 실제로 고베는 세계인이 꼽는 맛있는 쇠고기 고베규의 고향이다. 또 일본에서 손꼽히는 빵과 과자의 도시이기도 하다. 이는 고베가 일찍이 외국에 문을 연 도시라는 역사와 관련이 있다.
고베는 일찍부터 중국인들이 모여들어 생겨난 난킨마치, 개항과 함께 들어온 서양인들의 거류지 기타노이진칸, 제2차 세계대전과 고베 대지진에도 끄떡없었던 일본 최초의 이슬람 모스크와 함께 모토마치의 케이팝 상점이 공존하는 도시다. ‘고베의 발견’이란 책 속은 과거를 보전해 만든 관광지도 아니고, 첨단 랜드마크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지도 않는 고베의 반전 매력을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통해 전한다.
박현영 | 북커스
기자로서의 직업적 특성을 살린 점도 있지만 솔직히 그가 뉴스레터까지 만들게 된 계기는 따로 있다. 다이어트를 하면서도 빵을 먹고 싶은 마음에 찾게 된 글루텐프리, 비건 빵집의 정보를 모아두기 위해서였다. 2020년 전후로 코로나19가 창궐하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바로 이때 건강을 생각한 빵집들이 블루칩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
크루아상, 베이글, 바게트와 같이 기본에 충실해 식사처럼 즐길 수 있고, 복숭아 디저트로 유명한 ‘이미커피’, 금실딸기로 만든 프리미엄 케이크 ‘금손제과점’, 보늬밤 디저트 ‘콘웨이커피’, 쑥 까눌레로 알려진 ‘사월의 물고기’ 등 제철 재료에 따라 특색 있는 메뉴를 선보이며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켜주는 곳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모닐이네하우스’ ‘포도빵집’과 같이 밀가루 대신 쌀가루로 만든 글루텐프리 빵집이나 ‘두두리두팡’처럼 모든 메뉴가 비거니스트를 위한 비건 빵집은 체질 때문에 빵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이들을 위해 담았다.
아울러 빵슐랭 가이드의 작은 코너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빵 이야기’를 통해 크루아상, 브라우니, 팬케이크, 까눌레 등 우리가 몰랐던 빵의 역사와 유래도 전한다. 이 책은 ‘맛있으면서도 건강한 빵’을 다채롭게 즐기고 싶은 이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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