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이 아닌 '우리형' 신해철이 떠난 지 10년! "그립습니다~"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마왕'의 거처는 원래 생과 사의 구분이 없는 심연의 암흑, 그 어딘가 인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25년이 넘는 시간, 그가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더라도 그 영혼은 영생을 향해 달려갈 줄 알았다. 그가 '100분 토론'에 나와서 그러지 않았는가, "욕먹는 걸로 오래 산다고 한다면 나는 영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그는 사라졌고, 벌써 10년이 흘렀다.
'마왕' 신해철의 10주기가 다가온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4년 10월27일, 신해철은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사망경위가 어땠는지를 따지기에 앞서, 1988년 데뷔 이후부터 대한민국 음악계와 대중문화 그리고 정치적인 지형에도 영향을 끼쳤던 그의 사망이 가져온 후폭풍은 거셌다. 그 온도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4일과 5일 MBC에서 신해철의 10주기를 기념한 다큐멘터리 '우리 형, 신해철'을 방송했다. 이틀에 걸쳐 십 수 명의 인사들이 등장해 각자가 가진 신해철에 대한 기억을 꺼내놨고, 그를 추모했다. 다큐멘터리는 기념비적인 뮤지션 그리고 예리한 논객으로서의 신해철도 조명했지만, 가장 많은 시간을 '우리 형'처럼 소탈한 그의 면모를 추적하는 데 노력했다.
4일 방송된 1부에서는 1988년 무한궤도로 'MBC 대학가요제'에서 수상하는 센세이셔널한 데뷔에 이어 발라더로서의 초반 솔로앨범 그리고 넥스트(N.EX.T)로서의 파격적인 변신 그리고 철학적이면서도 심오한,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로 더욱 날아오르는 그의 모습이 조명됐다. 그리고 1997년을 마지막으로 넥스트 해체를 선언한 그가 영국으로 날아가 새로운 도전과 실험에 매달리는 과정이 그려졌다.
실제 약 10년 동안의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신해철의 음악성 그리고 그의 이미지는 드라마틱하게 변했다. 서강대 재학시절 밴드 무한궤도를 만들어 '대학가요제'에 등장한 그는 35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응원가의 바이블로 흔히 쓰이는 대곡구성의 '그대에게'를 히트시켰다.
이후 발라더로 등장한 그는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재즈카페' '안녕' 등의 노래를 히트시켰다. 1991년 넥스트로 밴드를 결성한 이후에는 숱한 히트곡을 내놨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해에게서 소년에게' 'Here I stand for you'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이중인격자'등의 노래가 이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김동완이나 문희준, 이석원, 싸이, 현진영, 김태원 등의 아티스트에게서 나온 이야기는 의외였다. 소탈하고 힘들어하는 이에게는 선후배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살갑게 다가왔던 '사람' 신해철의 모습이 엿보인다. 녹음을 하러 온 현진영에게 차비 5만원을 구겨 줬던 이야기나 싸이나 문희준 등의 아티스트들에게 갑자기 연락을 해와 밥을 샀던 이야기들은 그의 소탈한 면이 돋보인다.

2부에서는 조금 더 대중, 사회로 걸어 들어간 신해철의 면면을 볼 수 있다. 2001년부터 11년 정도 진행됐던 그의 라디오 '고스트 스테이션'의 파급력이 조명되고, MBC '100분 토론' 등을 통해 사회적 현안에 목소리를 내는 논객으로서 그의 모습이 그려졌다. 또한 각종 사회적 목적의 공연에 등장하고 '블랙리스트' 사건의 여파로 활동에 족쇄가 얽히는 과정 그리고 2014년 새 활동의 계획과 같은 해 거짓말같이 세상을 떠나는 상황이 이어졌다.
물론 '고스트스테이션'의 정찬형PD, '100분 토론'의 MC였던 손석희 전 JTBC 사장, 밴드 페퍼톤즈 등의 인사도 있었지만, 시청자의 마음을 울렸던 것은 따로 있었다.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신해철의 존재로 삶의 방향타를 다시 잡고 그의 음악과 목소리로 삶의 원동력을 삼았던 많은 팬들의 모습이었다. 그들 중 셋이 경기도 안성시에 있는 그의 묘비를 찾아 헌화를 하는 장면에서는 감정의 파고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다큐멘터리는 그의 기일에 맞춰 열리는 '10주기 콘서트'의 준비로 마무리되고, 대기실을 지나 공연장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마치 신해철의 발걸음인 듯한 편집과 함께 마무리된다. 보통 유명 인사의 1주기도 아닌 10주기에 어떤 의미가 있겠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MBC에서 이렇게 이틀에 걸쳐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편성하는 일은 신해철의 존재감이 그가 사라진 후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형형함을 보여준다.
신해철은 프로그램에서 보인 것처럼 위대한 음악인이자 가수였지만 한 편으로는 운동가였으며, 논객이었고, 평범한 아들이자 아버지이기도 했다. 그리고 프로그램에서 보인 것처럼 많은 후배 가수들, 동료, 선배들에게 살가운 형이었으며 친구, 동생이기도 했다. 당시의 일을 기꺼이 말하기 위해 자신의 어려운 상황도 드러내는 많은 동료 연예인들의 모습은, 신해철의 주변 사람을 보면서 그가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기에'라고 물어볼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한다.
'우리 형, 신해철'은 실로 오랜만에 지상파에서 만날 수 있었던, 뮤지션에 대한 온전한 다큐멘터리에 가까웠다. 물론 이 다큐멘터리의 완성도는 그만큼 신해철이라는 '원재료' 자체가 훌륭했기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이제 곧 다가올 10주기. 과연 수많은 마왕의 추종자들은 어느 하늘을 바라보며 그의 상실을 실감할는지. 어느새 차가워진 공기가 그의 부재로 훨씬 시리게 다가오는 계절이 또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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