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Futures] KT 위즈 손동현

조회수 2024. 1. 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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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은 마음으로

올 시즌 준우승팀 KT 위즈는 가장 마법 같은 반등을 보인 팀이었고, 그 반등의 바탕엔 탄탄한 선발진만큼이나 믿음직스러운 불펜진이 있었다. 신구 조화가 완벽히 이뤄진 KT의 철벽 불펜 중에서도 어린 투수들의 활약은 타 팀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고, 이강철 감독에겐 요동치는 경기 후반을 틀어막을 완벽한 선택지가 있었으니. 바로 상무 피닉스에서 돌아온 손동현의 존재였다. 힘들었던 시간이 경험이 돼 자신감의 원천이 됐고, 그 자신감은 올가을 마운드 위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그리고 그 활약에 힘입어 KT 팬들은 누구보다 늦게까지 가을을 만끽할 수 있었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Junghee Lee Location Suwon KT Wiz Park

#가을 사나이

시즌이 끝났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11월 28일 인터뷰)
시즌이 끝난 지 3주 정도 됐는데, 2주 정도는 야구 생각 안 하고 그냥 하고 싶은 거 하고 먹고 싶은 거 먹고 푹 쉬면서 지냈어요.

특별히 방문한 곳이 있나요?
놀러 가고 싶었는데 구단 행사도 있고 하다 보니 12월 초쯤에 한번 갈까 계획 중입니다. 겨울 바다도 보러 갈 예정이고 일본도 한번 다녀올까 생각하고 있어요.

항상 경기하던 KT위즈파크지만 팬분들 앞에서 가을야구를 경험한 건 처음이잖아요. 어땠나요?
첫 가을야구였고 너무나도 꿈꿨던 무대였어요. 플레이오프 1차전 때 마운드에 올라가서 야구장을 한번 둘러보는데 저 자신한테 너무 멋있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어쨌든 가을야구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모든 프로야구 선수가 꿈꾸는 거니까요. 스스로 ‘잘해 왔구나, 대견하다’ 이런 느낌?

플레이오프 때는 KT가 2패를 먼저 기록했어요. 선수단 분위기는 어땠나요?
사실 좋을 수는 없잖아요. 분위기가 좋지는 않았는데 그대로 끝날 것 같은 느낌은 안 들었어요. 3차전만 이기면 뭔가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나요?) 너무 던지고 싶었던 무대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나 하는 걱정도 조금 있었어요.

플레이오프 다섯 경기에 모두 등판하며 7과 3분의 1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 시리즈 MVP를 수상했어요. 개인 수상 경험은 처음이었는데 어땠어요?
야구 하면서 그런 큰 상을 받아본 게 처음이라 안 믿겼어요. 시합 끝나고 제가 기분이 좋아서 완전 업 돼 있는 상태였는데 팀에서 제가 시리즈 MVP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한 세 번 정도는 물어봤어요. “이거 꿈 아니죠? 진짜 맞아요?”라고요.

리버스 스윕(1패 하면 탈락하는 상황에서 남은 게임을 모두 이기는 시리즈)이 쉽게 나오는 기록이 아니잖아요. 정규 시즌 때부터 워낙 뒷심이 강했는데 KT가 기세를 타게 된 원동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야수 쪽에서는 (박)경수 선배님이랑 (황)재균 선배님, (박)병호 선배님, (장)성우 형 이렇게, 투수 쪽에서는 (고)영표 형, (김)재윤이 형까지 형들 역할이 컸다고 생각해요. 저희 팀을 보면 나이 어린 투수들이 많은데, 괜찮다고 편하게 해도 된다고 해주셨어요. 2패를 먼저 한 상황에서도 “우리 오늘만 이기면 무조건 리버스 스윕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저희를 잘 끌고 와 주셨던 게 너무 도움이 됐습니다.

시즌 초반에는 10위를 하기도 했는데 차근차근 올라와서 2위로 마무리하게 됐어요.
우리 팀은 원래 상위에 있을 전력이었다고 생각해요. 초반에 운도 많이 따르지 않았고, 부상 선수가 많아서 밑에 있었던 거죠. 시즌 초반에도 밑에 있다고 팀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거나 하지는 않았거든요.

플레이오프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3차전까지 계속 던졌어요. 휴식일이 있긴 했지만 8연투를 한 셈인데,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는 결과가 좋아서 진짜 하나도 안 힘들었는데요. 2차전 때 2아웃 잘 잡아놓고 볼넷을 줘서 투수가 바뀌고 동점이 됐거든요. 다음 이닝에 역전당하면서 게임이 끝났을 때는 많이 힘들더라고요. 결과가 좋았다면 계속 나가도 힘든 걸 몰랐을 텐데 지니까 한 번에 힘든 게 왔어요. (3차전 때는 약간 힘에 부친 모습이 보인 것 같다는 얘기도 있었어요.) 힘에 부치진 않았어요. 정말요. 근데 핑계를 하나 대자면 날씨가 너무 추웠어요! 너무 춥다 보니까 팔 풀기가 힘들더라고요. 다시 생각해 봐도 3차전 때가 제일 추웠던 것 같아요.

정규 시즌 때보다 포크볼을 많이 던지는 것 같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아뇨. 특별한 이유는 없고 저는 성우 형 사인을 따라가는 편이거든요. 시즌 때는 슬라이더나 커브를 많이 던졌는데 포스트 시즌 동안은 슬라이더나 커브를 두세 개 던졌을까요? 그리고 나머지를 다 포크볼을 던졌단 말이에요. 1차전, 2차전 경기를 하면서 성우 형이 포크볼 사인을 계속 내는데 정규 시즌 때보다 포크볼이 잘 떨어졌어요. 저도 모르게요. 공을 받는 사람은 더 잘 알잖아요. 각이 좋아 보였는지 성우 형이 포크볼 사인을 많이 내더라고요. 형이 제가 잘 던질 수 있는 구종을 빨리 알아차리고 사인을 많이 내줘서 결과가 좋았습니다.

내년 시즌을 위해 포크볼을 좀 더 연마해 볼 생각이 있나요?
사실 포크볼은 제가 군대 가기 전부터 ‘상무에 가서 결정구를 하나 만들어야겠다!’ 해서 만든 구종이에요. 어차피 전 중간 투수니까 ‘삼진 잡을 수 있는 공을 만들자!’ 해서 포크볼을 고른 거거든요. 결과가 안 좋아도 2년 동안은 포크볼만 던져보자는 생각에 상무에서 열심히 던졌어요. 근데 올해 정규 시즌까진 결과가 좋지 않았거든요. 아직도 생각나는 게 포크를 던지다가 SSG 랜더스 (길레르모) 에레디아 선수한테 막 역전 스리런도 맞고… (시무룩) 하여튼 많이 맞았는데 이상하게 가을야구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포크볼이 잘 되더라고요.

가을야구 무대가 처음이었던 만큼 한국시리즈에서 상대팀한테 박수를 보낸 경험도 처음이었겠네요.
부러웠죠. 저희 팀도 우승 경험이 있지만, 그때 저는 함께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 너무나도 간절했는데 아쉬웠어요. 근데 가을야구를 경험해 보니까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도 매년 가을야구를 하고 싶습니다.

#불안을 이겨내기

잠시 과거 얘기를 해볼까요?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전과 다르게 부진한 모습이 있었잖아요. 드래프트를 코앞에 둔 마지막 해, 불안한 마음이 들진 않았나요?
맞아요.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이런 말을 하면 좀 그렇지만… (머쓱) 그래도 야구를 좀 했었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 소위 ‘고3병’에 걸린 것처럼 좋지 못했어요. 제가 <더그아웃 매거진>을 고등학교 3학년 3월에도 촬영한 적이 있는데요. 그 후로 폼이 완전히 떨어진 거예요. 그래서 진짜 그때 무척이나 힘들었어요. 프로 무대에 가려고 지금까지 열심히 했는데 정작 제일 중요한 시기에 왜 좋은 퍼포먼스가 안 나올까 낙심했고, 부모님도 그 모습을 보고 속상해하셨어요. 그때는 제가 야구 하면서 처음으로 울었던 것 같아요. 근데 드래프트를 두 달 정도 앞둔 여름에 중학교 시절 투수 코치님한테 연락이 왔어요. 고교야구도 TV 중계를 한 번씩 해주잖아요. 중계 속 제 모습을 보고 “너 왜 이렇게 던지냐? 너 예전 같지 않아. 그동안 그렇게 좋은 밸런스로 잘 던졌는데 왜 그래?”라고 하시더라고요. 코치님이 그때는 코치를 하고 있지 않으셨는데 한번 오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코치님을 찾아봬 얘기를 나누고 동작들도 배우니까 8월쯤부터 갑자기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드래프트를 일주일 앞두고 저희(성남고) 마지막 경기가 있었는데 그때 제일 빠른 구속을 찍었죠. 그리고 마침 그 경기에 KT 스카우트님이 와 계셨고요. (코치님이 은인이네요!) 맞아요. 코치님이 영표 형 대학교 시절 투수 코치님이셨거든요. 그래서 같이 연락하고 그랬습니다.

불안하고 힘들 때 이를 극복하고 멘탈을 관리하는 방법이 있었나요?
아뇨. 저는 극복하지 못했어요. 코치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혼자 힘들어했어요. 근데 당시에 고등학교 감독님이 저를 따로 불러서 해주신 말씀이 있어요. 프로에 가서는 계속 승승장구하기가 쉽지 않다. 네가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야구를 잘 해왔는데 올해 한 번 무너졌던 게 나중에 프로 가서는 정말 소중한 경험으로 느껴질 거라고요.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방법을 고등학교 때 빨리 깨우친 게 프로 가서 엄청나게 도움이 될 거라고 하셨는데 저는 그 말이 너무 마음에 와닿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고3 때 못했던 것도 괜찮은 경험이 된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프로에 온 지금 잘 되고 있으니까요.

당시 성남고 박성균 감독이 “리포트를 내줘도 참 잘 써왔던 선수”라고 평가했어요.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이었나 봐요?
아뇨. 열심히 안 했어요. TV를 많이 봐서 말을 잘하니까 그랬나 봐요.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릴 때 영어 공부라도 조금 열심히 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어를 하면 팀의 외국인 선수들이랑 대화도 편하게 할 수 있고 쓸 일이 많으니까요.

리틀야구 때는 운동하기 싫어서 더 공부하고 하교했다면서요?
너무 힘들었어요. 초등학생인데도 일주일에 하루도 못 쉬고 일주일 내내 운동했거든요. 차라리 공부를 더 하고 싶을 정도로 운동이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상무에서 일찌감치 병역을 해결했는데 2년 동안 제일 중요하게 여긴 건 뭐였나요?
확실한 제 무기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제 밸런스라고 해야 할까요? 19년도, 20년도에 시즌을 경험해 보니까 매번 좋은 밸런스로 던질 수가 없더라고요. 매번 좋을 순 없어도 최소한의 밸런스는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오자고 생각했는데 마침 상무에 친구들이 많았거든요. KIA 타이거즈 (김)기훈이나 SSG 랜더스 (백)승건이요. 같은 투수 포지션에 나이도 같아서 캐치볼 하면서 서로 폼도 봐주고 “지금 좋다” 이런 얘기도 해주고 안 좋을 때는 “이거 아닌데” 그렇게 서로 봐줬던 게 엄청나게 도움이 됐죠. 서로 냉철하게 분석해 주는 편이에요. 좋게 말해주면 발전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희끼리 서로 얘기했어요. 안 좋으면 안 좋다고 팩트로 꽂아달라고요.

전역 후 첫 시즌인 올해 특히 두각을 드러냈는데 올 한 해 스스로에게 몇 점을 주고 싶나요?
시즌만 놓고 봤을 때는 70점? 근데 가을야구까지 생각하면 그래도 90점 이상은 주고 싶어요. 제가 가을야구 때 긴장을 엄청 많이 했거든요. 플레이오프 1차전이랑 5차전 전날엔 잠을 못 잘 정도였는데, 그렇게 긴장했는데도 막상 올라가면 긴장이 안 되더라고요. 시합 시작하고 나서 불펜에서 준비할 때까지는 가만히 못 있었어요. (박)영현이한테 “아, 어떡하지? 나 좀 어떻게 해줘” 이러기도 했는데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면 아무 생각 안 들더라고요. 제가 걱정이 많은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시합하기 전에는 ‘나 때문에 동점 되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했는데 올라가니까 자신감이 생겼어요. 올라가면 다 잊어버리는 타입인가 봐요.

그럼 앞으로 더 보완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까요?
올 한 해도 보면 초반에는 좋았다가 6월쯤에 안 좋고, 구위 부분에서 편차가 조금 심했던 것 같아요. 중간 투수는 위기 상황에 나가는 보직이고 감독님도 계산이 있으실 텐데 이렇게 왔다 갔다가 심하면 감독님이 투수 교체를 계산하실 때 믿음이 덜 갈 수 있잖아요. 그래서 내년에는 기복이 많이 없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위즈TV 밸런스 게임에선 칼 제구 좌완 말고 우완 파이어볼러를 고르기도 했는데, 구속을 좀 더 늘리고 싶은 건가요?) 구속 욕심이 있다기보단 공이 빠르면 보는 사람들이 ‘우와~’하고 감탄하는 게 있으니까요. 그건 제가 공이 빠른 투수가 아니기 때문에 한번 빨라 보고 싶다는 의미였어요.

#항상 꾸준할 것

필승조가 되면서 연투를 하는 경우가 잦아졌어요.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코치진 입장에서는 중요한 경기에 믿고 맡길 만한 투수로 평가하나 봐요.
올해 1년만 그렇게 한 거기 때문에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봐요. 형들도 3년은 꾸준히 해야 그 자리가 자신의 것이 되는 거라고 해서요.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올해 했던 거는 좋은 기억으로 남기고 내년에 또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기 때문에 내년 준비를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KT는 좋은 투수진을 가진 팀이잖아요. 선배들이 해준 특별한 조언이 있나요?
기술적인 조언보다는 영표 형이랑 재윤이 형의 말이 올해 저한테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됐어요. 우선 기술적인 부분은 얘기해줘도 지금 크게 바뀔 수가 없어요. 오랫동안 야구를 해왔으니 자기의 것이 몸에 배어 있어서 그걸 쉽게 바꿀 수가 없는데, 결과가 안 좋았을 때 빨리 잊어버리는 법이나 1년 동안 운동하는 법 같은 거를 영표 형이랑 재윤이 형이 저와 영현이에게 꾸준히 말을 해줬거든요. 결과가 안 좋은 날 원정에 가 있으면 방에 불러서 맛있는 것도 사주고 맥주도 한 잔씩 주면서 얘기해준 게 정말 고마웠어요. 근데 재윤이 형은 떠나서…

김재윤 선수가 떠난다는 소식에 어떤 이야기를 전했나요?
일단 기사 나왔을 때 연락을 드렸어요. 가지 말라고. 계약하면 안 된다고, 아직 안 늦었다고 그랬거든요. 비시즌에 몇 번 보긴 했는데 다 구단 행사할 때 본 거였어요. 재윤이 형이 1월에 대구로 내려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12월에 맛있는 거 사 달라고 하려고요. 진짜 비싼 거요. FA 계약했으니까! 어쨌든 한번 볼 예정입니다. 진짜 너무 아쉬워요. 영표 형 아기 돌잔치가 있어서 어제도 봤는데… 떠난다는 게 아직도 안 믿겨요.

동료들이 모이면 주로 무슨 얘기를 나누나요?
진지한 얘기와 장난스러운 얘기 반반이요. 야구적인 고민을 많이 해요. 어제도 애들이랑 커피 한잔했거든요. 카페에 2시간 동안 앉아 있었는데 “내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지?” 이런 얘기나 “내년에는 1군 엔트리에 들어갈 수 있을까?” 이런 얘기들을 합니다.

인터뷰할 때마다 항상 포수 장성우 선수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곤 해요.
경기를 성우 형이랑도 해보고 다른 포수들이랑도 해보잖아요. 다른 포수들도 너무 좋지만, 저도 아직 경험이 많이 없기 때문에 성우 형이랑 하는 게 가장 믿음이 가요. 그래서 성우 형한테 저 야구 그만둘 때까지 포수로 있어 달라고 말했어요. (웃음) 성우 형 아니었으면 정규 때도 가을야구에도 이런 성적을 못 냈을 거예요. 기억에 남는 게 시즌이 끝나고 포스트 시즌 준비하면서 청백전을 했거든요. 청백전 때 공을 던지고 있는데 갑자기 성우 형이 저를 딱 부르시더니 경상도 특유의 사투리로 “니는 공 높게 가믄 안 된다. 무조건 낮게 던져라~” 하시더라고요. 볼이어도 낮게 던져야 타자들이 치기 어렵다고요. 제가 높게 던져서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높게 던지려고 했는데 성우 형 말을 듣고 ‘높게 던지면 안 되겠다. 볼이 되더라도 낮게 보고 던져야겠다’ 다짐했죠. 그래서 이번 가을야구에서 높게 가는 공이 많이 없었을 거예요. 성우 형의 한마디가 결과를 바꾸지 않았나 합니다.

올 한 해 경기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았던 경기는 언제인가요?
저는 플레이오프 5차전이요. 우선 걱정을 엄청 많이 했고요. 여태까지 리버스 스윕이 몇 번 없었던 데다가 그 경기에서 제가 승리투수였잖아요. 이거 말이 안 되네. 내가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웃음)

체력을 보충하는 나만의 보양식이 있나요?
고기도 좋아하고 회도 좋아하는데 저는 집밥을 엄청나게 좋아해서 거의 집에 가서 밥을 먹어요. 엄마는 제가 너무 자주 집에 오니까 메뉴 정하기가 어렵다고 나가서 먹으라고 하시는데 그래도 엄마표 집밥이 제게 너무나 큰 힘이 됐어요. 시합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11시 반이나 12시인데도 항상 식사를 차려주시거든요. 엄마도 직장인이시라 회사에 가셔야 하는데도요.

#강해지기

위즈TV 콘텐츠를 보면 항상 후배들한테 말싸움도 밀리고 동료들한테도 매번 놀림당하는 느낌이에요.
저는 이기고 싶은데 걔네들이 더 세서 제가 못 이기는 거예요. 말 잘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아요. 어디 책 같은 거 없을까요? 책을 읽으면 논리적으로 말을 더 잘하게 되지 않을까요? 후배들한테 가르쳐 달라고 하면 또 놀릴 테니 혼자 배워야죠. 마침 9월에 원정 호텔에서 할 게 너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책을 가져가서 읽었거든요. 근데 (김)영현이가 제 방에 오더니 “형, 뭐해?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책을 읽고 있어?” 하길래 너무 심심해서 책 읽고 있다고 대답하면서 책을 덮은 적이 있어요.

팬 페스티벌에서 박영현 선수와 ‘아파트’를 부르는 영상이 화제가 됐는데 듣기만 하던 노래를 직접 부른 경험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근데 아파트는 많이 불러봤어요. 제가 어릴 때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자주 갔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트로트를 좋아하시잖아요. 그래서 저도 자연스럽게 어릴 때부터 트로트를 접했어요. 할아버지 칠순 잔치 때 아빠가 나가서 노래 부르라고 시키시기도 했고요. 근데 제가 어릴 때는 그런 걸 못 한다고 하는 성격이 아니었나 봐요. 지금 하라면 못 할 것 같거든요? 근데 그땐 좋다고 나가서 트로트 부르고 해서 그때 경험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았나 합니다.

이번 무대에 섰을 때는 어땠나요?
긴장을 많이 했어요. 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 부를 기회가 잘 없으니까요. 어릴 때 학교에서 리코더 시험을 보면 혼자 앞에 나가서 하잖아요. 그게 너무 떨렸던 기억이 나거든요. 그래서 노래 부를 때도 목소리가 떨릴 것 같은 거예요. 걱정을 좀 했는데 그래도 괜찮았죠. 사실 원래는 다른 노래를 하자고 했었어요. 영현이가 발라드를 하자고 했는데 제가 “야, 영현아. 우리 노래 잘하지도 못하는데 발라드를 부르면 노래 실력이 너무 드러난다. 근데 빠른 템포의 노래는 티가 잘 안 날 것 같아” 해서 고르다가 영현이가 “형, 그냥 아파트 하시죠” 그래서 선곡하게 됐어요.

공을 잘 못 쳐서 투수가 됐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다시 태어나서 야구를 해도 투수를 선택할 건가요?만약에 둘 다 잘한다는 보장이 있으면 전 타자를 하고 싶어요. 치고 뛰고 던지고 수비까지 야수는 하는 게 많잖아요. 그래서 힘들긴 하겠지만 더 재밌어 보여요.

이번 코너 이름이 ‘더그아웃 퓨처스’입니다. 미래에는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미래 생각은 안 해봤는데 지금 딱 드는 생각으로는 저는 재윤이 형 같은 선수가 되고 싶어요. 선수이기 전에 사람으로서 너무 좋아하는 형이고 야구선수로서도 꾸준히 몇 년을 안 다치고 경기했으니까요. 또, 후배들이 힘들어할 때 힘이 되는 말을 해줄 수 있다는 게 후배로서 제게 너무 크게 와닿았거든요. 저 원래 롤 모델이 딱히 없었거든요. 이 팀에 와서 같이 생활하고 나서 재윤이 형이 롤 모델이 됐어요. (김재윤 선수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재윤이 형, 사랑합니다!

마지막으로 손동현 선수를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께 한마디 하고 마치겠습니다.
올해 너무나도 많은 응원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결과가 조금 아쉬웠지만, 내년에도 열심히 응원해 주시면 올겨울 잘 준비해서 꼭 우승이라는 결과로 팬들께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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