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암살 시도 용의자는 왜 총을 겨눴나···기행·미담 혼재, 미 언론도 ‘갸우뚱’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죽이려다 체포된 용의자가 미국인 백인 남성으로 밝혀졌다. 그의 행보는 하나씩 드러나고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왜 살해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뚜렷한 이유는 여전히 미궁에 가려져 있다. 특히 그에 대한 증언은 기행과 미담이 혼재되고 있어 합리적으로 추정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수사당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살해하려고 한 혐의로 미국인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58)를 체포했다.
보도에 따르면, 1966년생으로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인 라우스는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자였다. 하지만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트럼프의 미온적인 정책에 실망해 반(反) 트럼프로 돌아선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건설 노동자로 일했고, 2018년 하와이에서 ‘캠프 박스 호놀룰루’라는 이름의 소형 주택 건설 회사를 시작한 것으로 링크드인에 게재되어 있다고 CNN은 전했다.
하와이 지역의 한 광고지는 그가 노숙인을 위해 건물을 기부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자원병으로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가서 죽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메시징 앱 시그널 자기소개 프로필에는 “민간인이 이 전쟁을 바꾸고 미래의 전쟁을 막아야 한다”고 썼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라우스는 2022년 6월 ‘뉴스위크 루마니아’ 인터뷰에서도 우크라이나를 도우러 키이우에 왔다면서 “많은 다른 전쟁은 회색 지대에 있지만 이 전쟁은 분명히 흑백”이라며 “이 전쟁은 선과 악의 대결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넷매체 세마포르의 2023년 3월 10일자 기사에서 그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려는 외국인을 군부대 및 지원 단체와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민간단체인 ‘우크라이나 국제자원센터’를 이끄는 것으로 나온다
그는 291쪽 분량의 책 ‘우크라이나의 이길 수 없는 전쟁: 민주주의의 치명적인 결점, 세계의 포기, 그리고 세계 시민-대만, 아프가니스탄, 북한 그리고 인류의 종말’을 지난해 출간했다. 그는 이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가리켜 “무뇌(brainless)” 대통령을 뽑은 자신에게도 문제의 책임이 있다면서 독자들이 “판단 오류와 합의 불이행에 대한 책임으로 트럼프 뿐 아니라 (그를 뽑은) 나도 자유롭게 쏠 수 있다”고 적기도 했다.
뉴욕포스트는 라우스가 우크라이나를 돕겠다면서 우주항공업체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에게 로켓 판매를 요청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엑스에 “당신에게서 로켓을 사고 싶다. 그 로켓에 푸틴의 흑해 저택 벙커를 겨냥한 탄두를 장착해 그를 끝장내고 싶다. 가격을 알려줄 수 있나”라고 썼다.
한편 그는 젊은 시절 강간범으로부터 피해 여성을 구한 영웅담으로 지역 신문에 소개된 적이 있으며, 2002년에는 도로에서 단속 중이던 교통경찰과 3시간 동안 총격 대치전을 벌인 전력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그가 “돈키호테식(quixotic·공상가적인) 과거를 지녔다”고 짚었다.
라우스는 최근 SNS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적극적으로 표출했다. CBS 뉴스에 따르면 라우스는 지난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에서 일어난 트럼프 암살 시도 이후 엑스에 “난 2016년에 당신을 선택했고 나와 세상은 대통령 트럼프가 후보 트럼프와 다르고 더 낫기를 바랐지만 우리는 모두 크게 실망했고 당신은 더 악화하고 퇴보하는 것 같다”며 “난 당신이 사라지면 기쁠 것”이라고 적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되면 1월 취임 이전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러시아에 점령된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정부에 종전협정을 압박할 것으로 알려졌다.
라우스의 아들은 아버지가 평소 누군가에 대한 암살을 시도할 정도로 과격한 인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CNN에 “아버지가 사랑스럽고 배려심이 많고 정직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성격 외에는 할 말이 없다”며 “플로리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아는 아버지는 미친 짓을 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 같지는 않기 때문에 일이 과장됐을 뿐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는 좋은 아버지이자 훌륭한 사람이니 정직한 시각으로 그를 묘사해달라”고 덧붙였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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