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19승·총상금 10억 눈앞 김가영, 2026~27시즌도 LPBA 개막전부터 독주 선언

당구계에 다시 한 번 이변은 없었다. 2026~27시즌 프로당구 LPBA 개막 투어 결승전, '당구여제' 김가영(43·하나카드)이 세트스코어 4-2로 김민아(35·NH농협카드)를 꺾으며 통산 19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새 시즌이 열리자마자 정상을 향해 손을 뻗는 그의 행보는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됐지만, 매번 새로운 기록을 새긴다는 점에서 경이로움은 줄어들지 않는다.

김가영은 프로당구 원년인 2019~20시즌부터 LPBA 무대에 섰다. 첫 해 1승으로 존재감을 알린 그는 2021~22시즌과 2022~23시즌 각 2승, 2023~24시즌 또다시 2승을 추가하며 꾸준히 커리어를 쌓았다. 그리고 2024~25시즌에 이르러 단 한 시즌에 무려 7승을 쓸어 담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작성했다. 직전 시즌인 2025~26시즌에도 4승을 더해 LPBA 통산 최다승 기록을 매 시즌 스스로 갱신해왔다.

이번 대회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리금융캐피탈 PBA-LPBA 챔피언십'으로, 2026~27시즌 프로당구의 첫 번째 투어다. 시즌 개막 무대인 만큼 이 대회 결과는 시즌 전체의 흐름을 가늠하는 선행 지표로 여겨진다. 그런 중요한 자리에서 김가영은 어김없이 정상을 차지하며 새 시즌도 LPBA의 구도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상대였던 김민아는 결코 만만한 선수가 아니다. 통산 10번 결승 무대를 밟은 이 종목의 대표적인 빅게임 플레이어다. 하지만 이번에도 김가영의 벽을 넘지 못하며 통산 결승 성적 4승 6패로 마무리했다. 6번의 준우승 가운데 3번이 바로 김가영에게 당한 패배다. 두 선수의 라이벌리가 LPBA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핵심 축임은 틀림없지만, 그 긴장의 끝을 무너뜨리는 쪽은 항상 김가영이었다.

경기 초반은 김민아가 기선을 제압했다. 1세트에서 1이닝부터 2점짜리 뱅크샷을 연달아 꽂으며 8이닝 만에 11-5로 가져갔다. 2세트 역시 김민아의 손에 넘어갔다. 11이닝에서 뱅크샷 포함 하이런 7득점을 몰아치며 11-9로 세트를 마감했다. 두 세트를 먼저 내준 상황, 통상적으로 이 구도에서 뒤집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김가영은 3세트부터 반격을 시작했다. 이닝마다 다득점 기회를 살리며 8이닝 만에 11-5로 세트를 확보했다. 승부의 진짜 갈림길은 4세트였다. 양 선수 모두 수비 위주로 운영하면서 19이닝에 걸친 마라톤 세트가 전개됐다. 9-9 동점에서 김가영은 18이닝에 세트포인트를 먼저 만들고, 19이닝 뱅크샷으로 11-10 역전에 성공하며 세트 스코어를 2-2로 맞췄다. 이 한 세트가 경기의 무게중심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후 5세트(11-7)와 6세트(11-5)는 김가영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며 최종 4-2 역전승을 완성했다.

통산 19번째 우승과 함께 이번 대회 상금 5000만 원을 추가한 김가영의 통산 상금은 9억6130만 원에 달한다. 한 번의 우승만 더 이뤄지면 여자 선수 최초로 총상금 10억 원 고지를 밟는다. 현재 프로당구 남녀부 통틀어 총상금 10억 원을 돌파한 선수는 다비드 마르티네스(스페인·크라운해태, 10억3550만 원) 단 한 명뿐이다.

이번 경기에서 가장 주목할 장면은 0-2로 끌려가던 상황에서의 대응 방식이었다. 김가영은 3세트부터 난타보다 안정적인 다득점 운용으로 리듬을 되찾았고, 4세트의 19이닝 초장기전을 버텨내는 집중력으로 흐름 전체를 가져왔다. 당구는 미스 하나가 상대 기회로 직결되는 심리전이다. 0-2 열세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기 페이스를 지켜내는 능력 — 이것이 김가영이 단순히 '강한 선수'가 아닌 '이길 줄 아는 선수'임을 증명하는 핵심이다.

통산 19승이라는 숫자는 기록 그 이상의 맥락을 품는다. LPBA 출범 이후 어떤 선수도 이 수치에 근접하지 못했다. 시즌마다 우승 후보가 새로 등장하지만, 결승 테이블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는 이름은 결국 김가영이다. 팬 커뮤니티 일각에서는 그의 독주가 리그 흥행에 해가 되지 않느냐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김가영을 이길 수 있는가'라는 질문 자체가 LPBA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 물음은 이번 시즌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총상금 10억 원이라는 목표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국내 여성 스포츠 선수 개인 통산 상금의 상징적 기준점이 될 수 있는 수치다. 다음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그는 마르티네스에 이어 10억 클럽의 두 번째 문을 여는 선수가 된다. 이미 종목 최강자임을 증명해온 그가 이제 종목의 경계를 넘어 더 넓은 화제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시즌은 이제 막 시작됐고, 김가영은 이미 최선두에 서 있다.

통산 19승, 총상금 9억6000만 원. 숫자만 보면 이미 당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채운 선수다. 다음 우승이 그의 것이 될 때, 그 순간을 지켜보는 팬들은 무엇을 느끼게 될까. 이변을 기대하는 사람도, 독주의 완성을 기다리는 사람도 — 결국 모두 같은 결승 테이블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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