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후각이 망가진 사람의 이야기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인간의 감각 중 가장 오래 기억되는 것은 냄새라고 한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비슷한 냄새를 맡으면 과거에 만난 사람들, 그들과 함께 한 기억이 떠오른다.
코로나19에 걸려 냄새를 맡지 못하던 주인공은 후각을 되찾은 뒤 원인 모를 악취를 맡기 시작한다.
동성애, 페미니즘 등 한국 문단에서 유행하는 소재에 집중해온 김지연은 '태초의 냄새'에서는 코로나19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냄새와 기억, 인간의 관계 천착
현대문학 PIN 시리즈의 49번째 소설, 김지연(사진·40)의 신간 ‘태초의 냄새’는 코로나19의 후유증으로 후각에 이상이 생긴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코로나19에 걸려 냄새를 맡지 못하던 주인공은 후각을 되찾은 뒤 원인 모를 악취를 맡기 시작한다. 그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애인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동성애, 페미니즘 등 한국 문단에서 유행하는 소재에 집중해온 김지연은 ‘태초의 냄새’에서는 코로나19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주인공과 애인은 방역 지침을 어기며 여행을 떠나고, 방역 지침을 위반한 또 다른 인물과 마주치며 갈등을 겪는다. “과장하거나 억지 부리지 않는 구체적인 일상의 장면들이 그 자체로 읽는 즐거움을 준다”(천희란 소설가, 책 작품해설 중)는 평처럼 소설은 무난하게 진행된다. 김지연은 매일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현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쓰려다보니 코로나19 사태를 생략할 수 없어 적극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물들이 악취를 맡은 장소와 시간을 기록하며 ‘유령 냄새’의 지도를 만드는 행위는 특히 흥미롭다. 주인공과 애인은 나름의 논리와 기억으로 ‘유령 냄새’의 원인을 가정한 뒤 지도를 그리며 그 정체를 탐색해 나간다.
냄새의 의미에 대한 천착은 이 소설을 받치는 축 중의 하나다. ‘그날 마신 와인에서는 죽어가는 곤충 냄새가 났다’로 시작하는 소설은 냄새로 남는 기억, 인간이 풍기는 고유한 냄새 등 작품 전체를 후각으로 관통한다. “외할머니도 그렇게 말한 적 있었다. 오래 산 사람은 자신만의 냄새를 갖게 마련이라고...살다 보면 점점 더 자신에게 꼭 맞는 냄새를 갖게 된다고...아주 풀풀.”
코로나19 사태라는 전례 없는 팬데믹을 겪은 대중들, 코로나19에 감염되고 후각을 잃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소설에 공감을 느낄 것으로 생각된다. 소설이 코로나19라는 강력한 소재에 의존하고 있는지, 소재주의를 극복하는 그 이상을 창출하는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외국인 입맛엔 신라면보다 이것?…해외서 매출 80% 폭증했다는데 - 매일경제
- 운동권의 타락, 결국 돈이었다…거장이 해부한 대한민국 - 매일경제
- “미리 사재기했는데 큰일이다”…2차전지 핵심 ‘이것’ 가격 폭락중 - 매일경제
- 음란 영상 보며 골프장 캐디 추행한 80대…라운딩 일행 누군가보니 - 매일경제
- “女후배 동의 받았다”…명문대 커뮤니티에 올라온 성관계 영상 ‘충격’ - 매일경제
- 인천검단 아파트 붕괴 LH·GS건설, 입주자 보상금 9100만원 제시 - 매일경제
- 그돈이면 싼타페·쏘렌토 대신…‘국산차값’ 독일차, 신형도 가격파괴? [카슐랭] - 매일경제
- “유럽 1번 갈 바에 한국 5번 간다”...日 관광객이 우리나라에 몰리는 이유 [여행가중계] - 매일
- “월화수목토토일”…‘주 4일제 도입’ 이 회사 대표, 1년後 한다는 말이 - 매일경제
- 천하의 앙리도 놀란 정상빈의 멀티골 활약! 황선홍호, 프랑스 U-21 안방서 3-0 대승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