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후각이 망가진 사람의 이야기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3. 11. 2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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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감각 중 가장 오래 기억되는 것은 냄새라고 한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비슷한 냄새를 맡으면 과거에 만난 사람들, 그들과 함께 한 기억이 떠오른다.

코로나19에 걸려 냄새를 맡지 못하던 주인공은 후각을 되찾은 뒤 원인 모를 악취를 맡기 시작한다.

동성애, 페미니즘 등 한국 문단에서 유행하는 소재에 집중해온 김지연은 '태초의 냄새'에서는 코로나19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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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소설 ‘태초의 냄새’ 리뷰
냄새와 기억, 인간의 관계 천착
중편소설 ‘태초의 냄새’를 출간한 김지연 소설가 <본인 제공>
인간의 감각 중 가장 오래 기억되는 것은 냄새라고 한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비슷한 냄새를 맡으면 과거에 만난 사람들, 그들과 함께 한 기억이 떠오른다.(프루스트 현상) 그렇다면 냄새를 맡을 수 없게 된 사람은 세계를 어떻게 인식할까? 후각을 회복한 뒤에도 견디기 힘든 악취에 시달리게 된다면?

현대문학 PIN 시리즈의 49번째 소설, 김지연(사진·40)의 신간 ‘태초의 냄새’는 코로나19의 후유증으로 후각에 이상이 생긴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코로나19에 걸려 냄새를 맡지 못하던 주인공은 후각을 되찾은 뒤 원인 모를 악취를 맡기 시작한다. 그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애인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동성애, 페미니즘 등 한국 문단에서 유행하는 소재에 집중해온 김지연은 ‘태초의 냄새’에서는 코로나19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주인공과 애인은 방역 지침을 어기며 여행을 떠나고, 방역 지침을 위반한 또 다른 인물과 마주치며 갈등을 겪는다. “과장하거나 억지 부리지 않는 구체적인 일상의 장면들이 그 자체로 읽는 즐거움을 준다”(천희란 소설가, 책 작품해설 중)는 평처럼 소설은 무난하게 진행된다. 김지연은 매일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현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쓰려다보니 코로나19 사태를 생략할 수 없어 적극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물들이 악취를 맡은 장소와 시간을 기록하며 ‘유령 냄새’의 지도를 만드는 행위는 특히 흥미롭다. 주인공과 애인은 나름의 논리와 기억으로 ‘유령 냄새’의 원인을 가정한 뒤 지도를 그리며 그 정체를 탐색해 나간다.

냄새의 의미에 대한 천착은 이 소설을 받치는 축 중의 하나다. ‘그날 마신 와인에서는 죽어가는 곤충 냄새가 났다’로 시작하는 소설은 냄새로 남는 기억, 인간이 풍기는 고유한 냄새 등 작품 전체를 후각으로 관통한다. “외할머니도 그렇게 말한 적 있었다. 오래 산 사람은 자신만의 냄새를 갖게 마련이라고...살다 보면 점점 더 자신에게 꼭 맞는 냄새를 갖게 된다고...아주 풀풀.”

코로나19 사태라는 전례 없는 팬데믹을 겪은 대중들, 코로나19에 감염되고 후각을 잃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소설에 공감을 느낄 것으로 생각된다. 소설이 코로나19라는 강력한 소재에 의존하고 있는지, 소재주의를 극복하는 그 이상을 창출하는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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