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가 된 응원문화, 유행이 된 먹방인증…프로야구 1200만 관중시대 이끈 ‘흥행 원투펀치’
유새슬 기자 2025. 9. 30. 10:41
“레크리에이션 시간 같아”
야구 몰라도, 타팀 팬이어도 OK
“승부 뒤집힐때 환호하는 현장감 최고”
취식 허용, 자유로운 입·퇴장도 장점
“구장별 맛집 투어”“혼관도 괜찮아”
관람료 싼 편 “가성비 스포츠” 꼽기도

1982년 출범한 한국프로야구가 2025년 출범 44년 차를 맞았다. 지난해 최초 1000만 관중을 달성한 프로야구는 올해 누적 관중 2억 명, 단일 시즌 12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30도가 넘는 불볕더위에도 얼굴에 쿨링 패치를 붙이고 손선풍기를 든 관중들로 전국 5개 야구장이 전석 매진되는 날이 잦았다. 과거 중년 남성 팬이 주를 이뤘던 야구는 어떻게 ‘국민 스포츠’로 거듭났을까. 스포츠경향은 프로야구 1200만 관중 시대를 연 야구팬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확장된 팬층과 달라진 팬 문화를 마주한 각 구단의 시선을 들여다본다.
야구장 풍경이 달라졌다. 관중석이 텅 비고 팬층이 한정적이었던 과거는 이제 없다.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유니폼을 입고 부모 손을 잡은 어린아이부터 부모님을 모시고 온 30대 자녀까지, 형형색색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은 특정 세대와 성별에 국한되지 않는다. 팬 문화도 바뀌었다. 경기 시작 수 시간 전부터 야구장 근처는 선수들의 출근길을 보기 위해 모여든 팬들로 붐빈다. 입장한 관중은 유원지에 온 듯 포토카드 기계에서 사진을 찍고 ‘핫한’ 먹거리를 사고 인증샷을 찍는다. 당일 경기하는 두 팀이 아니라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었어도 괜찮고 심지어 축구 유니폼도 괜찮다. 팬들이 직접 말하는 ‘야구장에 가는 이유’는 아주 다양하다.

야구장을 찾은 팬들은 현장 응원 문화가 하나의 놀이가 됐기 때문에 ‘직관’을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화 팬인 노은서씨(22세)는 “함께 응원하는 사람들과 같은 순간을 공유하면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경기 중 주변 사람들과 함께 응원하면서 흥분이 고조되고 승부가 뒤집히는 순간 팬들과 함께 환호하는 순간은 중계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재미”라며 “다른 팀 팬인 친구와 함께 응원을 갔을 때는 한화가 잘할 때마다 일그러지는 친구의 표정이 그렇게 웃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노씨는 “원정 경기도 응원을 다니는데 그 지역을 여행하고 새 구장을 경험하고 싶기 때문이다. 구장마다 먹을거리도 다양하고 선수 응원가와 팬 문화도 조금씩 달라서 앞으로도 다른 지역으로 원정 응원을 가고 싶다”고 했다.
연애할 때 두산 경기를 같이 많이 보러 다녔다는 40대 부부는 마침 집과 가까운 인천에서 열리는 주말 두산 원정 경기를 보러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 아빠 김모씨(43)는 “가끔 아이를 데리고 오려고 한다. 아이가 야구 규칙을 완벽하게 알지는 못한다. 경기 중 옆에서 설명해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고민했는데 아이가 좋아하더라. 아직 선수는 잘 모르고 그냥 춤추러 오는 것 같다”며 “‘두린이’인 아이가 나중에 커서 배신을 해도 괜찮다. 그래도 같이 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 김군(11)은 “작년부터 야구장을 오기 시작했는데 소리 지르고 노래 부를 수 있어서 재밌다. 레크리에이션 시간 같다”며 웃었다.
OB베어스 시절부터 두산 팬이었다는 김장원씨(65)는 “옛날에는 야구장이 텅텅 비었었다. 지금은 표 사기도 어렵다고 하니 참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딸이 표를 대신 끊어주면 가끔 아내나 친구들하고 온다”며 “구장 관리가 참 잘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안전 요원들이 많이 배치돼있고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화장실도 깔끔하게 관리가 잘 되더라”고 했다. 김씨는 “응원가도 많이 따라부르는데 노래가 어렵거나 율동이 격하지 않아서 나이 많은 사람도 충분히 따라 할 수 있다. 젊은 사람들과 문화를 같이 나눈다는 생각이 들어서 같이 젊어지는 기분이다. 야구를 전혀 모르는 친구들도 몇 번 데리고 왔었다”고 말했다.
식음료 섭취가 자유롭고 입·퇴장에 큰 제약이 없어 ‘직관’의 문턱이 낮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수원시민 함선희씨(54)는 “KT 창단 때부터 딸과 응원을 다니고 있다. 지방으로 원정 응원도 간다”며 “KT가 수원의 자부심이라는 팬심이 있다. 오늘도 나는 먼저 와있고 딸은 퇴근하고 경기장으로 오기로 했다”고 했다.
SSG 유니폼을 입은 박정진씨(34)는 “퇴근하고 바로 왔는데 30분 정도 늦었다. 저녁은 와서 먹으면 되고 외부 음식도 가져올 수 있어서 편하게 왔다갔다 한다. 여자친구는 곧 온다고 한다. 여자친구가 SSG팬이라 몇 번 같이 다니기 시작했는데 이젠 나 혼자도 다닌다. 관중이 다 같이 노는 분위기여서 ‘혼밥’보다도 혼자 놀기 난이도가 낮다”고 말했다.
경기 시간은 다른 스포츠에 비해 긴 편이지만 가격은 비교적 저렴하다. 김성원씨(22)는 “두산에서 통산 3000만 관중 기념 프로모션으로 외야석을 3000원에 팔길래 티켓을 샀다. 꼭 몇천 원을 아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이렇게 싸면 이날은 야구나 볼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집이 서울이고 티켓값이 교통비보다 싸니까 안 올 이유는 없지 않나”며 “관중 이벤트도 재밌고 경기가 다 끝난 다음에 콘서트나 불꽃놀이도 한다. 경기 끝나고 친구들이랑 맥주 한잔하고 헤어지면 주말이 순식간에 지나간다”고 말했다.
젊은 팬층의 유입을 늘린 요인으로 SNS를 빼놓을 수 없다. 먹거리나 선수들의 팬 서비스 영상이 공유되고 이것이 현장 팬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다. 한화 팬인 남자친구와 대전을 찾은 LG 팬 김은빈씨(26)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야구장 가는 게 유행이다. 어느 야구장을 가면 무엇을 먹어야 한다는 영상이 SNS에 많이 올라온다. 오늘 대전구장에서도 SNS 추천 음식을 샀다”고 했다. SSG 선수들 사인이 적힌 유니폼을 입은 윤모씨(23)는 “선수들의 퇴근길까지 기다려서 유니폼에 사인을 받았다. 이렇게까지 팬서비스 좋은 스포츠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선수와 거리가 가깝고 내야석에 앉으면 선수들 표정도 다 보여서 현장감이 더 좋다. 별로 비싸지도 않다. 포스트시즌에 가면 티켓을 구하는 게 더 힘들어질 텐데 그건 걱정된다”고 했다.
박정진씨는 “2000년대 초반까지 좋아하는 가수의 CD를 모으는 것이 팬 문화였다면 지금은 유니폼으로 바뀐 게 아닐까 싶다. 가격이 저렴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취미거리로 크게 비싸다는 생각도 안 든다. SNS 알고리즘으로 포토카드나 티셔츠에 사인받는 야구팬들 영상이 많이 뜬다. 어느 정도의 선만 넘지 않는다면 건전한 문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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