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리포트] 뭉쳐서 강한 네이버

중복상장 규제변화, 카카오 성장전략 수정 필요

AI·주주환원등 네이버 핵심전략 시장 평가 우위

플랫폼시대 생존전략, 쪼개기에서 질적통합으로

최근 금융당국이 그동안 자본시장 고질병으로 지적돼 온 중복상장을 ‘원칙 금지’하는 초강수 규제를 예고했다. 이는 과거 저금리 고성장기에 애용됐던 이른바 ‘카카오식 성장 모델’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플랫폼 기업이 핵심 사업부를 떼어내 별도 법인으로 상장하고 자금을 조달하며 성장하던 방식이 주주가치 훼손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구조개혁 대상이 됐다. 이제 카카오식 성장을 추진하는 기업에게는 단순한 규제 회피 차원을 넘어 근본적인 전략 재검토가 필요한 중대 분기점이 되고 있다.

덫에 걸린 카카오, 네이버 ‘원바디’의 힘

카카오는 그간 ‘성장-분사-상장’이라는 일괄된 패턴으로 몸집을 불려왔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등 핵심 사업을 분사한 후 상장하며 단기간에 거대 그룹으로 성장해왔다. 카카오 분할 상장이 절정을 이루던 2021년 카카오 3개 자회사의 시가총액이 80조원을 상회하며 모기업 카카오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규제의 칼날이 중복상장을 정조준하면서 이 전략은 이제 독이 됐다. 모회사인 카카오의 기업가치가 할인되는 ‘홀딩스 디스카운트’는 심화됐고, 계열사 간 이해 충돌과 의사결정의 효율성마저 떨어졌다는 평가다.

반면 네이버는 핵심 사업인 커머스, 클라우드, 콘텐츠 등을 본체 내부에 두거나 100% 완전자회사 형태를 유지하며 ‘원바디(One Body)’ 전략을 고수했다. 이는 중복상장 규제가 강화될수록 빛을 발한다. 네이버는 핵심 사업의 이익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온전히 본사 주주의 몫으로 돌아가는 구조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투자자 관심이 집중되던 2021년 2분기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네이버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2026년 3월 현재 네이버 시장가치가 카카오보다 1.6배 이상 앞서고 있다.

내실 중심의 질적 성장이 만든 격차

네이버의 강점은 내부 축적에 의한 자본조달과 그룹 대표회사 중심의 지배구조에만 머물지 않는다. 사업 포트폴리오의 질적 측면에서도 카카오를 앞선다는 평가다. 네이버 쇼핑은 단순한 중개 플랫폼을 넘어 ‘도착보장’ 서비스와 ‘브랜드 솔루션’을 통해 치열한 이커머스 생태계 확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2025년 기준 네이버의 매출액은 12조3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1% 성장했다. 서치 플랫폼(4조1689억원)과 커머스(3조6884억원) 부문이 각각 5.6%, 26.2% 증가하며 성장을 주도했고, 핀테크(1조6907억원), 콘텐츠(1조8992억원), 엔터프라이즈(5878억원) 등으로 균형 있는 성장세를 보였다.

네이버는 성장성뿐 아니라 수익성 측면에서도 영업이익률과 당기순이익률이 각각 18.3%, 15.1%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고마진의 네이버 플랫폼(광고·서비스) 부문 비중을 57% 이상 유지하고, C2C·콘텐츠·엔터프라이즈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29%, 파이낸셜 플랫폼 14%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의 질적 개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 역시 2025년 매출액이 8조99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0% 성장했다. 하지만 플랫폼 매출(4조3180억원)은 10.9% 증가했지만, 콘텐츠(3조7810억원) 부문이 -0.5% 역성장했다. 특히 각고의 구조조정 노력으로 2025년 영업이익률 9.0%, 당기순이익율 6.5%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네이버에 비해 수익성과 성장성 모두 뒤처진다.

카카오가 ‘선물하기’ 등 관계 기반 커머스에 국한된 성장의 한계를 보인 것과 달리, 네이버는 ‘검색-쇼핑-결제’로 이어지는 플랫폼 내 ‘완결형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미래 먹거리 AI와 주주환원의 명암

특히 B2B 영역인 클라우드와 AI(하이퍼클로바X) 부문의 성과는 네이버의 장기 생존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매년 매출의 약 20% 이상을 R&D에 투자하며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을 고도화해 왔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과 금융권의 ‘소버린 AI’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카카오 역시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자체 LLM(카나나)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 리스크와 계열사 정리 작업에 에너지를 소진하며 미래 먹거리인 AI 경쟁에서 한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플랫폼 그룹의 재무 성과 격차는 비즈니스 성장 전략과 거버넌스 안정성의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는 평가다. 카카오는 쪼개기 상장으로 시장 투자자나 전통 비즈니스와 끊임없이 충돌하며 부정적 기업 이미지가 축적돼 왔다. 여기에 창업자의 사법 리스크와 계열사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가 겹치며 어려움이 가중됐다. 반면 네이버는 최수연 대표 체제 아래 전문경영인 시스템을 공고히 했다. 네이버의 거버넌스 안정화는 자본시장 투자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한 네이버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2025~2027년 기간 중 평균 연결 잉여현금흐름(FCF)의 25~35%를 주주환원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2025년에만 3936억원의 주주배당을 추진하며 중복상장으로 구주주 가치를 훼손해온 카카오와 대비를 이룬다.

카카오는 그동안 적자 지속뿐 아니라 성장 재투자를 이유로 주주환원이 미흡했다. 최근에는 잉여현금흐름의 20~35%를 배당과 자사주 소각에 사용하는 중장기(2026~2028년)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카카오에 대한 투자자 반응은 아직 냉담하다. 중복상장 금지 기조가 강화될수록 투명한 지배구조와 확실한 주주환원 결과를 보여주는 기업으로 시장의 관심은 쏠릴 수밖에 없다.

‘통합 생태계’로 사업 본질 가치 집중해야

앞으로 국내 자본시장은 ‘문어발식 확장’이 아닌 핵심 사업 중심의 ‘통합’의 시대로 전환될 것이다. 중복상장 원칙 금지는 플랫폼 기업들에게 외부 조달에 의한 몸집 불리기보다 본업의 가치 증진에 집중할 것을 요구한다.

카카오가 흩어진 계열사를 수습하고 적자 탈피에 에너지를 소진하는 동안 네이버는 이미 구축된 ‘통합의 생태계’ 위에서 질적 성장의 가속도를 높일 수 있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결국 중복상장 원칙 금지라는 규제 한경 변화는 카카오의 위기보다 네이버의 기회를 더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허정수 전문위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