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리더의 책상 위에서 움직인다

조회 482025. 4. 6.
한 나라를 넘어 세계의 운명마저 좌우하는 결정은 어디에서 내려질까? 해리 트루먼 미국 전 대통령이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명패를 ‘결단의 책상’ 위에 둔 것처럼 중대한 결정은 바로 리더들의 책상 위에서 이루어진다.
책상은 움직이는 법이 없지만 그 위에서 내려진 결단은 시대를 크게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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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
결단의 책상 Resolute Desk

1855년, 미국과 영국 간 긴장 상태가 최고조인 시기에 북극해를 항해하던 미국 포경선 한 대가 표류하는 영국 선박 ‘HMS Resolute’를 발견해 구조에 성공했다. 포경선 선장은 이 배를 제3자에게 매각하려 했지만 영국 정부가 소유권을 주장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4만 달러에 배를 구입해 영국 빅토리아 여왕에게 선물로 보냈다. 1880년, 여왕은 감사의 표시로 이 배에서 분리한 목재로 만든 책상을 미국 대통령 러더퍼드 버처드 헤이스에게 선물했다. 이후 이 책상은 배의 이름을 본떠 ‘Resolute Desk(결단의 책상)’라 불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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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의 문턱에서
쿠바 미사일 대응

1962년 10월, 세계는 핵전쟁의 문턱에 서 있었다. 소련의 쿠바 미사일 배치는 미국 동부 해안을 직접 겨냥한 위협이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침공이나 공습 대신 해상 봉쇄라는 절제된 접근법을 선택하고 서명했다. 이후 소련과의 비공개 협상을 통해 양측 모두 미사일을 철수하는 합의에 도달했다. 위기의 순간에 케네디 대통령이 보여준 냉철한 판단력은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했을 뿐 아니라 국제관계에서 대화와 외교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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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머스크 부자의 ‘결단의 책상’ 점령기

2025년 2월 시사 주간지 <타임>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결단의 책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표지에 담았다. 같은 달 그의 아들 ‘X Æ A-12’가 책상에 코딱지를 묻히는 장면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면서 ‘결단의 책상’이 전 세계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2월 22일 자 <뉴욕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책상 손질을 이유로 ‘결단의 책상’을 임시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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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를 털고 일어난 독수리
9·1 1테러

2001년 9월 11일, 이슬람 무장 단체 알카에다가 이끄는 충격적인 비행기 납치 테러 사건 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결단의 책상’ 앞에서 미국의 운명을 바꾸는 연설을 했다. 교육정책 홍보를 위해 방문한 플로리다의 한 초등학교에서 비극적 소식을 접한 그는 사건 당일 저녁 국민 앞에 서서 “미국의 결의는 흔들리지 않는다”라고 선언했다. 부시 대통령의 연설은 ‘테러와의 전쟁’시대를 천명하는 것으로, 미국 외교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불러왔다. 그의 연설은 혼란 속 미국인들에게 큰 위안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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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엘리제궁
K 책상 K Desk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영부인 브리지트 마크롱이 대통령 집무실인 ‘살롱 도레(Salon Doré)’의 현대적이고 실용적 변화를 위해 맞춤 제작한 책상이다. 짙은 웬지 나무 소재의 세련된 검은색, 가죽 데스크 매트와 광택 있는 구리 서랍이 어우러져 모던한 감성을 자랑한다. 루이 15세 시대의 화려하고 전통적인 책상과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이다. 책상을 직접 디자인한 프랑스 디자이너 티에리 르메르는 “마크롱 여사가 미적 아름다움뿐 아니라 실용성을 높이 평가했다”라고 전했다.

마크롱의 큰 그림
2024 파리 올림픽 유치

센강 위에서 펼쳐진 파리 올림픽 개막식은 마크롱 대통령의 힘찬 서명에서 출발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장 토마스 바흐가 “마크롱은 올림픽을 자신의 프로젝트로 만들었다”라고 극찬할 만큼, 그는 파리 올림픽 유치에 남다른 열정을 쏟았다. 2024년 파리 올림픽은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새로운 건설은 최소화하며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 결과, ‘프랑스를 선택하라(Choose France)’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파리 올림픽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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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마크롱의 책상 선택

이전 프랑스 대통령들은 곡선미와 화려함이 돋보이는 로코코 양식의 루이 15세 스타일 책상에서 중요한 문서를 읽고 서명해 왔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이러한 역사적 전통성을 살려 공식 언론 행사 때마다 이 책상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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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크렘린 궁전
푸틴의 미팅 책상 Vladimir Putin’s Meeting Table

1990년대 보리스 옐친 대통령 시절에 제작돼, 푸틴 대통령이 세계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자주 활용하면서 주목받았다. 길이 6m의 단일 너도밤나무로 만들어졌으며, 표면에는 흰색 래커 마감과 금박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졌다. ‘푸틴의 미팅 책상’은 크렘린궁 내부를 1917년 러시아혁명 이전 모습으로 되돌리는 복원 프로젝트의 일환 중 하나였다. 오늘날에는 제정러시아 시대의 웅장함을 담아낸 현대 러시아 외교의 상징이 되었다.

러시아 WTO 가입
동서 무역의 새 다리

2012년 7월 21일,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에서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비준 법안에 서명했다. 18년간 이어진 협상 끝에 이루어진 역사적 순간으로, 러시아는 WTO의 156번째 회원국이 되었다. 유럽연합(EU)은 이를 환영하며 “러시아 경제 현대화와 브뤼셀-모스크바 간 협력 확대의 중요한 단계”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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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퀴리날레궁전
뷰로 플라 Bureau Plat

17세기 프랑스에서 시작된 ‘뷰로 플라’ 책상은 왕실과 귀족들의 지위를 상징하는 예술품이었다. 고급 목재와 가죽 상판, 금속 장식(Ormolu)으로 제작되었으며, 특히 곡선형 다리(Cabriole Legs)가 특징이다. 현 이탈리아 대통령 세르지오 마타렐라가 루이 15세 시대에 제작된 프랑스식 뷰로 플라 책상을 사용 중이다. 수세기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권력과 우아함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취임 후 첫 주요 서명
퀴리날레궁전 개방

2015년 6월,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은 퀴리날레궁전을 “이탈리아 국민 모두의 집”이라고 선언하며 일반 대중에게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나폴레옹도 로마에 머무르는 동안 거처로 삼고자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던 이 궁전은 이제 평일에 투어 예약을 하면 볼 수 있다. 이탈리아 국민들은 자국의 풍부한 예술적, 역사적 유산을 더욱 가까이서 느낄 수 있게 됐다.

ㅣ덴 매거진 Online 2025년
에디터 김진우(tmdrns1111@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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