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대신 조카가 꼬치 파는 명동 노점상...불법 ‘3자 영업’ 단속 현장
남편 없다고 대신 장사…’제3자 영업’ 여전
상인들 “영업 방해 말라”며 격한 반응 보여
물가 단속은 한다지만…정확한 기준 없어 한계
서울 중구 명동 중심가 노점상에서 새우꼬치를 팔고 있던 2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31일 구청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장사를 하다 적발됐다. 노점상 인허가를 받은 이모 대신 A씨가 장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른바 ‘제3자 영업행위’였다. 노점상 운영권을 타인에게 대여해주는 불법 ‘전대행위’도 의심됐다. 문제를 지적당하자 A씨는 아무런 말도 없이 구청 관계자가 건넨 서류에 서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급감했던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돌아오면서 서울 시내 주요 관광지의 ‘바가지 물가’가 문제로 지적되자 서울시가 특별점검에 나섰다. 메뉴판 등에 표시된 가격대로 돈을 받는지, 불법 적치물을 세웠는지, 허가받지 않은 상인이 장사하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 보려는 것이다.
1일 중구청에 따르면 전날 명동 일대 137개 노점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한 결과 △불법 적치물 4건 △제3자 영업행위 3건 △가판대 표찰 미부착 1건 △주변 청결 미흡 1건 등 총 9건을 적발했다. 명동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혔던 제3자 영업행위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점상은 사전에 구청 승인·허가를 받은 한 사람만 영업이 가능하다. 허가를 받지 않는 다른 사람이 운영하거나 승인되지 않은 종업원을 고용하는 것도 금지된다. 1회 적발 시에는 시정명령으로 그치지만 2회 적발 때는 영업정지, 3회 적발 때는 허가 취소가 된다.

이날 멜론·사과·수박 등 과일음료를 팔던 40대 여성 B씨도 남편 명의로 된 노점상을 운영하다 적발됐다. 휴대전화만 놓아둔 채 자리를 떠나 있거나 아예 가게 문을 닫아버리는 등 단속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쓴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중구청은 이들 상인에 대해서는 사후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제3자 영업행위와 불법 전대행위가 명동 일대에 성행하고 있는 것은 2016년부터 시행된 ‘노점상 실명 허가제’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명 허가제 이전까지 만연했던 전대행위나 제3자 영업행위가 여전히 명동 노점상들 사이에서 관례처럼 남아있다는 것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2~3년간 명동 노점상이 정상적으로 운영하지 않아 실명 허가제와 이에 대한 실태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전 영업 행태가 잔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민들도 이번 특별점검을 환영했다. 이날 명동 거리에서 만난 시민 이모(25)씨는 “코로나 팬데믹이 사실상 종식되면서 외국인 관광객도 늘기 시작하는데 합리적인 선에서 청결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고, 인근 화장품 가게 직원은 “불법 영업 단속을 하지 않으면 이전처럼 노점이 난립해 눈쌀을 찌푸리는 상황이 연출될 것 같다”고 했다.
일부 상인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명동거리에서 유아용 장난감을 판매하던 50대 여성은 “먹고 살기 위해서 장사하는데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건 영업 방해 아니냐”고 따졌다.
◇ 바가지 물가 단속한다지만…구체적 기준 세우기 어려워 ‘한계’
이번 특별점검은 바가지 물가 단속보다는 제3자 영업행위 등에 초점이 맞춰져 진행됐다. 지난달 3일부터 같은달 14일까지 중구청이 명동 일대에서 별도의 ‘물가 단속’에 나선 뒤로 노점상들이 먹거리 가격을 내려 추가 단속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명동 상인들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바가지 물가라고 지적된 반건조 오징어를 비롯해 핫바·붕어빵·회오리감자·군만두 등 가격을 1000~2000원 인하했다. 또 명동상인복지회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표시된 가격보다 더 비싸게 돈을 받는 사례가 적발될 경우 해당 상인을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중구청은 향후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함께 명동 일대 화장품 가게가 묶음 판매 등을 통해 정가 대비 과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을 단속해 적발 시 과태료 처분을 내리는 등 지속적인 물가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음식값으로 얼마를 받아야 바가지 물가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명동 등 관광특구로 지정된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기본적인 물가가 높은 데다 임대료도 비싸 먹거리 가격도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 공정거래 종합상담센터에 따르면 작년 기준 명동 상권 평균 월세는 1㎡당 17만4400원, 통상임대료는 1㎡당 30만5500원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강남에서 월세가 가장 비싸다는 강남역 1층(월세 12만1300원, 통상임대료 14만3600원)보다 더 비싸다.
이에 따라 물가 단속에 나서는 지자체도 명확한 기준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지자체가 한다는 물가 단속은 판매하는 먹거리에 대한 정확한 가격을 표시해 놨는지를 점검하는 ‘가격표시제’ 시행 여부에 한정돼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가격을 이것보다 낮게 책정하라든가 높게 책정하지 말라고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가격표시제를 통해 시가보다 과하게 책정되는 것이 공개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관광지라는 것은 감안했을 때 일반적인 시가와 비교해 높지 않은 상황이고 가격표시제도 정착돼 있다는 판단에서 첫 단속으로 물가 단속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가로 바가지 요금이 이슈화되면 명동상인복지회 측에 합리적인 가격에 영업할 수 있도록 사전에 여러차례 공문을 보내 협조 요청을 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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