꽂힌다… 눈길은 변우석에게, 마음은 구교환에게

안진용 기자 2026. 5. 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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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속 ‘극과 극’ 두 남자

TV 속 두 남자가 대중의 눈과 마음을 홀리고 있다. ‘21세기 대군부인’의 이안대군(변우석)과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의 황동만(구교환)이다. 이안대군이 ‘나와 다른’ 빼어난 외모를 바탕으로 판타지 드라마 속 주인공의 매력을 발산한다면, 황동만은 팍팍한 현실 속에서 존재 가치를 찾기 위해 발버둥 치는 ‘나와 닮은’ 모습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양새다.

변우석과 아이유가 함께 이끄는 MBC ‘21세기 대군부인’은 11%대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 중이다. K콘텐츠 경쟁력 분석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 기준, 이 드라마는 TV·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통합 화제성 부문에서 3주째 1위다. 그 중심에는 단연 변우석이 있다. 2년 전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로 신드롬 같은 인기를 누린 그의 복귀작이라는 수식어 효과는 강력했다.

이 드라마는 “변우석이 곧 장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전히 연기력이 여물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변우석을 볼 수만 있으면 괜찮다”는 반응이 적잖다. 모델 출신답게 빼어난 비율을 자랑하며 한복을 접목시킨 왕족의 현대식 패션을 효과적으로 소화하는 모습에 “눈이 정화되는 느낌”이라는 반응이 쏟아진다. 제작진 역시 1회 시작부터 변우석의 샤워신을 보여주고, 가운 사이로 복근을 드러내는 등 변우석의 외모를 십분 활용하고 대중은 이를 적극적으로 소비한다. ‘백마 탄 왕자님’이라는 콘셉트답게 진짜 백마를 탄 장면도 삽입됐다.

다소 빤한 로맨스물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21세기 대군부인’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거대 OTT 디즈니+에서도 흥행 1위(비영어권)를 기록 중이다. 재벌과 왕족을 앞세운 서사가 국내 팬들에게는 다소 진부하지만 해외 팬들에게는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간다는 의미다.

‘모자무싸’의 황동만은 ‘21세기 대군부인’의 이안대군과 정확히 반대 지점에 선 인물이다. 20년째 데뷔를 꿈꾸는 감독 지망생은 ‘40대 무직남’과 다르지 않다. 대학 시절 영화 동아리에서 출발한 ‘8인회’ 구성원 중 유일하게 데뷔하지 못한 그는 늘 삐딱하다. 판판이 선후배들의 작품에 난도질을 하고, 면전에 대고 “그런데 넌 글이 왜 그래?”라고 지적하기 바쁘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 ‘카톡방’에서 홀로 30개가 넘는 채팅을 배설하듯 올리는 그를 가리켜 극 중 인물은 “걸어 다니는 시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현실에서 황동만 같은 인물은 ‘비호감’ 1순위다.

하지만 황동만을 마냥 미워할 순 없다. 20년 도전해도 안 되면 포기하라는 제작사 대표에게 “내 인생이 왜 네 맘에 들어야 하는데요?”라고 되묻는 장면은 고단한 삶을 사는 현대인 모두가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사표 속 글귀다. 나이 마흔이 되도록 자기 앞가림 못 하는 동생을 타박하는 형이 “원하는 게 뭐냐?”고 묻자 “난 불안하지만 않으면 돼”라고 아이처럼 우는 황동만은 거울 속 내 모습 같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모두가 알고 있다. 인생에서 ‘불안감을 없애는 것’은 성직자도 이루기 힘든 득도의 끝이라는 것을….

급기야 황동만의 동료는 그들이 모이는 아지트의 문 앞에 ‘황동만 출입금지’를 써 붙인다. 그러나 ‘왕따시키기’라고 함부로 손가락질할 순 없다. 모두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속내를 숨기고 사는 세상에서, 자신의 무가치함을 정당화하려는 듯 “너도 무가치하다”고 분탕질 치는 황동만의 모습을 참고 넘기기 힘든 까닭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의 제목에 빗대 “모두가 동만이의 무례함과 싸우고 있다”(@scott****)면서도 “황동만 캐릭터가 짜증 나서 접을까 했는데 점점 이해하고 있는 나를 발견함”(@JOEL******)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황동만은 20년째 무엇 하나 이룬 것이 없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고, 이안대군은 왕족이지만 적장자가 아니라는 한계를 품고 있다. 두 캐릭터는 상반된 위치에 놓여 있지만 이처럼 지금의 청춘들이 공감을 가질 만한 아픔을 품고 있기에 호응을 얻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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