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자동차 경매 플랫폼 Cars & Bids에서 1991년형 혼다 시빅 Si가 한화 약 1,600만 원에 낙찰되는 일이 발생했다. 단순히 고가 낙찰이 문제가 아니라, 그 차량이 무려 30만km 이상을 달린 오래된 차량이라는 점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일명 고철값이라고 생각할 법한 차량이 고가로 팔린 이유는 단순한 실용성을 넘은 감성에 있다.
해당 차량은 108마력을 내는 1.6리터 자연 흡기 엔진과 5단 수동변속기를 탑재하고 있다. 지금 기준에서는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숫자가 아닌 감성에서 진정한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이 차량은 단지 이동 수단이 아니라, 90년대의 디자인 언어와 운전 감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월의 흔적 간직
더 큰 의미 가진다
이 차량의 실내는 투톤 패브릭 시트, 크랭크 방식의 수동 창문, AM/FM 라디오와 카세트 플레이어가 포함된 오디오 시스템 등 지금은 보기 힘든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시보드 일부와 도어 트림에는 약간의 마모 흔적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원형을 유지한 상태다. 시간이 멈춘 듯한 분위기를 간직해, 복고 감성에 목마른 구매자들을 집중시켰다.
외관 역시 인상적이다. 리오 레드로 불리는 선명한 붉은색 바디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고유의 색감을 어느 정도 잘 유지하고 있다. 14인치 스틸 휠, 진흙 가드, 후면 와이퍼 등 당시의 경제형 해치백 특징도 살아있으며 몇몇 스크래치와 칩, 작은 눌림 자국이 존재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세월의 흔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완벽한 복원보다는 살아있는 시간이라는 상징성이 더 큰 의미를 갖는 것이다.
이 차량이 단순히 오래된 자동차에 그치지 않고 경매에서 고가로 낙찰될 수 있었던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유명 자동차 유튜버 'Doug DeMuro'의 영상에 출연했다는 점이다. 유튜브 출연을 통해 하나의 콘텐츠로서의 가치가 생겼고, 그로 인해 차량은 스토리를 가진 클래식카로 재조명되었다. 감성과 추억이 결합한 결과라 여겨진다.
숫자로는 못 매긴다
시빅 Si의 진정한 가치
1.6리터 엔진은 108마력, 135Nm의 토크를 낸다. 요즘 기준에서는 결코 인상적인 수치는 아니다. 그러나 5단 수동 변속기를 통한 직접적인 조작감은 자동화된 오늘날의 차량과는 비교할 수 없다. 운전의 새로운 감각과 재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판매자는 경미한 오일 누출과 배기 부식이 있다고 언급했지만, 자연스러운 세월의 흔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전에도 S2000 같은 고성능 차량이 비슷한 가격에 거래된 적이 있다. 하지만, 시빅 Si가 같은 수준에서 평가받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행거리만 보면 가성비와는 거리가 멀지만 감성과 스토리 그리고 시대적 상징성이 높은 가치를 만들어냈다. 자동차가 단순한 기계 그 이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최종 낙찰가 12,100달러는 30년 이상 된 소형 해치백의 가치를 재정의한 순간이다. 이동 수단을 넘어 자동차를 감성과 기억으로 여기는 이들에게 특별한 존재임을 증명한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클래식카는 그 시절의 감성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