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특별함을 부여하는 아키모스피어 박경식 디자이너
일상과 이상, 자연과 퓨처리즘, 부드러움과 강렬함의 절묘한 조합. 이질적인 요소들의 결합에서 오는 생경한 아름다움을 공간에 풀어내는 박경식 디자이너. 그는 압도하는 프로젝트와 마주했을 때 오히려 상상력과 영감이 피어오른다고 말한다.
수필가 알렝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일상의 사물에 새로운 매력을 부여하는 것. 사실 우리 앞의 세계는 바닥이 없는 보고이지만, 익숙함 때문에 우리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한다”라고 썼다. 공간의 목적도 그러하지 않을까. 박경식 디자이너는 우리의 공간이 중요한 일상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고 얘기한다. 누적 방문객 10만 명을 달성한 더 현대 언커먼스토어부터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 환경을 예측한 네이버 신사옥, 자연을 들인 오피스 하나은행 본점 영빈관까지. 박경식 디자이너가 특별한 경험을 부여해 주는 건축·공간 디자인에 대해 말했다.
Q. 아키모스피어에 대해 소개를 한다면?
아키모스피어는 이름 그대로 건축(Architecture)과 분위기(Atmosphere)에서 비롯된 말이다. 어떤 공간에 갔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료나 디테일이 어떠한지,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로 공간을 기억하지 않는다. 보통 ‘분위기가 좋다’라고 기억하며 추억한다. 아키모스피어는 직능적 역량을 발휘해서 상업적으로 효용이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나가고 있지만, 결과적으론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집단이다'라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 만든 이름이다.
Q. 네이버 1784 로비 프로젝트는 오피스임에도 불구하고 로봇과 일상이 공존하는 혁신적인 설계가 인상적이다. 어떤 컨셉으로 접근했나?
네이버 1784는 네이버의 새로운 신사옥 내 메인 로비 공간으로서 자리하고 있다. 네이버의 정체성을 대외적으로 어필하는 컨시어지 공간인 동시에 로봇 카페, 식당 등의 첨단 기술 융합을 실현하는 장으로 해야 할 역할도 하고 있다. 아키모스피어가 설계 단계에서 고려한 솔루션은 로봇의 해체와 조립을 통해 공간을 유연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었다.
먼저 로봇과 인간의 관계성을 설정하고 공간 환경을 설계, 가구와 벽체 등을 모듈 형태로 만들어 공간이 언제든 자유롭게 변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공간 설계는 네이버가 보유한 로봇, AI 등의 다양한 기술을 실험하는 테스트 베드 환경으로서, 그 본질적인 정체성을 공유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보았다. 로봇이 인간과 얼마나 더 자유롭게, 유연하게 공유할 수 있을지를 예측할 수 있는 자리인 거다.
Q. 네이버 하면 생각나는 브랜딩 컬러가 녹색인데 전체 컨셉을 파란색으로 통일했다. 그 이유가 있다면?
네이버라 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떠오르는 것은 녹색 브랜딩 컬러일 거다. 하지만 최근에는 파란색을 포함해 다른 컬러도 네이버에서 눈에 띄기 시작했다. 파랑은 도전, 젊음을 상징하는 컬러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내가 아침에 동터오려는 그 푸른 빛을 무척 좋아한다. 이러한 것들을 염두에 두고 어필을 했는데 받아 줘서 다행이었다.
Q. 설계할 때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나?
예술가나 디자이너들이 자주 사용하는 '영감을 받는다'라는 표현은 실제로는 굉장히 수동적인 개념이다. 대신 '영감을 받을 준비를 한다'로 생각하면 더욱 좋을 거다. 영감을 얻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전략적인 준비와 노력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프로젝트를 위해 리서치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머릿속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이렇게 새롭게 얻은 아이디어를 프로젝트와 연결하여 구체화하는 것이 바로 디자이너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Q. 네이버뿐만이 아니라 더 현대에 위치한 언커먼스토어는 또 명확한 컨셉을 가지고 있다. 어떤 기획으로 시작했나?
언커먼스토어는 미래 유통의 강자라는 컨셉을 가지고 아키모스피어, 아마존 웹서비스, 더 현대 서울 TF팀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들과 함께 미래를 예측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먼저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큰 의미로는 시대에 맞는 소비환경을 제시한다는 의미가 매우 컸다. 디자이너의 역할이란 공간 안에서 다양한 내러티브를 상상하고 그 내러티브가 구현될 수 있게끔 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기술을 재료로써 쓴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어야 했다.
언커먼스토어는 60년대 레트로 퓨처리즘을 반영했다. TV 브라운관처럼, 공간 전체는 60년대 레트로 디자인의 시그니처 요소인 '띠'를 두르는 조형 원리가 적용됐다. 산업 소재인 아크릴과 금속을 사용해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과거의 감성을 재조명해 색다름을 주었다.
Q. 아키모스피어에 오는 클라이언트는 어떤 이들인가?
아키모스피어가 프로젝트를 선정하는 기준은 딱 하나다. '디자인의 가치를 믿는 사람'이다. 클라이언트는 우리의 역량을 이해하고 아키모스피어도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역량을 드러내고. 그래서 아키모스피어도, 클라이언트도 디자인 가치를 통해 좀 더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에 핵심을 잡고 있다.
Q. 박경식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공간이란?
공간을 경험하는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지 못하면 좋은 공간도 만족감을 주기가 어렵다. 그래서 아키모스피어는 클라이언트와 더 많은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고 개인에 맞는 공간을 장치화하려고 한다. 그들이 공간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을 때가 디자인과 공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본다.
Q. 우리가 집을 바꾸고 싶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집을 바꾸고 싶다면 가구 배치를 변경해 보는 건 어떨까. 여러 가지를 조합해 보면 나에게 맞는 배치를 찾을 수 있을 것. 이때 뻔하지 않은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Q. 공간과 건축에 대한 정의나 규정을 스스로 내려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는데, 박경식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건축이란 무엇인가?
건축은 그 시대, 문화, 사람들의 가치관과 이야기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건축은 현시점에서의 '우리'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공간과 건축환경이 가져야 할 방향성 역시 이 시대가 주는 이야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키모스피어도 그런 부분들에 방점을 두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아키모스피어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디자인을 진행할 때 많은 사람과 소통하며 진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아키모스피어는 마인드맵이라는 사고 정리 툴을 활용해 클라이언트와 소통하며, 그들의 생각과 마음을 설계에 반영하고 있다.
EDITOR 박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