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해도 독자기술은 남는다”…한화 뚝심의 로켓 ‘천무’ 동남아 홀렸다는데
말레이시아와 수출MOU 이어
9월 필리핀 전시회서도 호평
김승연·김동관 전폭적 지원에
기술·납기·가격 경쟁력 확보
27일 방산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과거 브라질에서 도입한 구형 다연장로켓 ‘애스트로스 II’ 36문을 교체하는 국방 현대화 전략을 추진중이다. 내년 2분기까지 각국 정부와 방산업체로부터 사업 제안서를 받을 예정이며, 2026년께 최종 사업자가 결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독자 개발한 다연장로켓 ‘천무’를 앞세워 말레이시아의 다연장로켓 도입 사업을 따내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5월 말레이시아 방산 기업 ‘WBG’와 천무 수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데 이어 이달 25~27일 열린 필리핀 방산전시회 ‘ADAS 2024’에 참가해 천무 세일즈에 나섰다. 특히 이 전시회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섬이 많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지대함 요격이 가능한 천무 실물을 전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해상 방어 능력이 필요한 국가들을 위해 바다에서 이동하는 함정까지 맞출 수 있도록 정밀도를 개선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천무의 말레이시아 수출이 성사될 경우 폴란드,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4번째에 해당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무가 유럽과 중동을 넘어 동남아 방산시장까지 넘보게 될 수 있었던 배경엔 독자 개발을 주장한 김승연 회장의 ‘뚝심’이 있었다. 국방부가 ‘K-136 구룡 다연장 로켓’을 대체하는 내용의 차기 군단급 화력무기체계 확보 계획을 발표한 직후인 2005년. 당시 한화 방산계열사의 경영진과 주요 임원들은 다연장로켓을 자체 개발하는 방안에 대해 회의적인 결론을 냈다. 방위사업청이 사업 규모와 투자비를 결정하고 방산업체가 개발을 맡는 기존 무기체계 개발 문법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체가 먼저 사업비를 투자해 무기체계를 개발한 전례가 없는 상황에서 실패할 경우 수백 억원에 달하는 투자비가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질 위험도 있었다.
김 회장의 뚝심은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으로 이어졌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에 반대한 러시아가 군대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국경을 위협할 무렵인 2021년 김 부회장은 그룹에 ‘유럽 시장조사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시 유럽 내 무기체계 수요가 폭증할 것을 예견한 것이다. 유럽 전역에 임직원을 파견해 각국 군 당국과의 대화 채널을 구축하는 한편 현지 방산업체들의 생산 역량과 기술 동향을 수집했다.
대를 이은 뚝심은 통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수개월만인 2022년 10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정부와 천무 218문을 수출하는 약 5조원 규모의 1차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올해 4월에는약 2조 5000억 원 규모로 천무 72문를 수출하는 2차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선제적인 시장 조사와 대응을 늦췄다면 수출 성과는 없었을 것”이라며 “국내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자체 개발 무기체계로 해외로 진출해야한다는 판단이 적중한 사례”고 말했다.
한편 최근 김 부회장은 함정 수출 확대를 위한 현지 세일즈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김 부회장은 압둘라 빈 반다르 알 사우드 사우디 국가방위부 장관을 만나 협력 범위를 지상 방산 부문에서 함정 부문까지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최근 사우디는 김 부회장의 제안에 따라 자국 해군의 잠수함 획득 사업에 한화오션의 최신예 잠수함인 ‘장보고-III 배치-II’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부회장은 폴란드의 잠수함 획득 사업인 ‘오르카 프로젝트’ 수주를 목표로 지난해 폴란드 방산전시회에 직접 참석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에 한화오션의 잠수함 역량을 적극 알렸다. 오르카 프로젝트는 폴란드 해군이 신형 잠수함 2~3척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규모만 약 3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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