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기초수급자가 되는게 꿈인 이 분

영화 '결혼, 하겠나' 기자간담회
10월 17일 용산 CGV에서 영화 ‘결혼, 하겠나’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김진태 감독, 이동휘, 한지은, 차미경 배우가 참석했다.

영화 ‘결혼, 하겠나?’는 오랜 연애 끝에 ‘우정(한지은)’과의 행복한 결혼을 앞둔 ‘선우(이동휘)’, 아빠(강신일)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게 되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치료비를 해결하기 위한 가족들의 고군분투를 그린 생계형 코미디다.
부산 사투리 현지인처럼 맹연습

이동휘는 꾸준히 독립영화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중 하나다. ‘결혼, 하겠나’에서는 아버지와 티격태격하지만 속 깊은 정을 나누는 착한 아들 선우를 맡아 열연했다. ‘국도극장’에서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 엄마를 보는 아들의 모습,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에서 보여준 오랜 연인과의 현실 연애와 이별을 겪은 청년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정성스럽게 쓴 시나리오가 와닿았다. 선우와 우정이 길에서 싸우는 모습만 읽어도 둘의 오랜 연애 스토리가 느껴지는 듯했다. 현실적인 캐릭터와 평범한 이야기에 끌렸다”며 “우정은 선우의 등대 같은 존재였다”고 한지은과 호흡도 칭찬했다.

어딘가에 있을 법한 현실적인 캐릭터 선우를 구축하기 위해 “일단은 감독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토대로 출발하려고 했다. 무엇보다 강신일 선배님의 모습 때문에 선우로 이입하는데 수월했다. 캐릭터 구현할 때 상상, 현실, 혹은 저로부터 시작되는데 이 영화는 감독님의 모습과 ‘나라면 어땠을까’ 고민하는 제 모습, 상황의 무기력함에서 출발하고자 했다”며 “과거, 원하는 대학교를 떨어져 재수학원에 다니며 미래가 보이지 않았던 때가 생각났다.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 위한 고군분투의 얼굴도 보이는듯했다"라고 말을 이었다.

부산 사람처럼 느껴지는 사투리 연기에 대해 한지은은 “부산 모라동을 배경으로 하다 보니 네이티브적인 책임감과 부담감이 있었다. 2달 정도 사투리 수업을 받았고 녹음 파일을 반복적으로 청취하며 연습했다. 현지인인 감독님의 도움도 받았다”라고 사투리 연기의 어려움을 말했다.

이어 “장르 불문하고 마음을 울리는 시나리오를 선택하는 편이다. 평범한 소재 같아도 감독님만이 표현할 수 있는 섬세함이 돋보여 웃고 울면서 빠르게 읽어 갔다. 우정이란 캐릭터가 잘 이해되었고 공감되었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도 결혼하겠다며 선우를 기다리는 우정의 행동이 판타지 같아 보이지만, 이런 캐릭터가 요즘 더 필요하다고 본다. 함께하는 데 의미를 둔 우정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며 참여 계기를 밝혔다.

여러 영화 드라마에 개성 있는 캐릭터를 보여준 차미경은 “김진태 감독과 장.단편을 함께 한 인연이 있다. 작품의 신뢰가 있어 출연하게 되었다. 팔도 사투리를 해본 경험자로서 사투리에 정서를 입히는 게 어렵다는 점을 안다”며 부산 출신으로 덕을 봤다고 답했다.

또한 현실적인 엄마를 연기하며 “대한민국 엄마라면 공감할 부분이다. 아들 둘이 있는데 큰일 생기면 대범해지더라. 작은 일에는 힘들어하지만 큰일에는 지원군이 되어주는 엄마는 누구나 공감해 줄 수 있는 캐릭터다”라고 공감 포인트를 말했다.

현실적인 주제로 바라본 가족의 모습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모라동’에서 ‘결혼, 하겠나?’로 변경된 이유에 대해 김진태 감독은 “‘모라동’이란 제목은 혼자만의 이야기처럼 생각 들어 제작사와 배급사와 의논 끝에 수정되었다. 부산스러운 제목을 이동휘가 던져 차용하게 되었고 영화제 버전과는 같다”고 답했다.

결혼, 기초수급자, 요양병원 등 생활밀착형 소재와 발전 방향에 대해 김진태 감독은 “소재와 아이디어는 자전적인 경험에서 살을 붙여 출발했다. 7년 전 아버지가 몸이 좋지 못해지면서 기초수급비 절차를 알게 되었다. 어려운 시간을 지나면서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깨닫게 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현실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선우는 ‘가난은 전염병 같은 거라 모질게 행동해야 한다’는 작은 아버지의 말을 듣고 아픈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보내려고 한다. 더불어 어렵게 시간 강사에서 전임 교수가 될 기회가 돌아왔지만 3천만 원이란 수입 때문에 그것마저 포기한다. 초반 결혼을 앞둔 커플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깔아 코믹함을 강조하는 듯했지만 결국 진지한 가족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관객이 오해할 수 있는 여지에도 뚝심있게 주제를 던진 이유 대해 김진태 감독은 “‘결혼, 하겠나?’는 청년 세대가 미래를 꿈꾸고자 하나, 현실 고민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다. 미자(차미경)가 뿌려 놓았던 작은 씨들이 경비 아저씨(유재명)에 의해 거두어지게 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선우도 부족하게 살다 보니 베푸는 게 인색한 친구였다. 여러 일을 겪고 조금씩 변화는 성장과정을 담고 싶었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이상과 차가운 현실의 차이, 또 청년세대의 유리천장 아이러니함이 담기길 바랐다”며 주제의식을 설명했다.

한편, 영화 ‘결혼, 하겠나?’는 부산 모라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가족에게 일어날 수 있는 재난 같은 현실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듯하다. 후반부 모든 상황의 화살이 쏠리는 선우의 심정을 대변하듯 울분을 토해내는 이동휘의 연기가 압권이다. 개봉은 오는 10월 23일이다.

글: 장혜령
사진: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결혼, 하겠나?
감독
출연
박소진,유재명,김진태,남현우,신민섭,윤수주,기세훈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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