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대신 배임죄 폐지"...'이사 충실' 입법 이뤄질까

이재명 당대표가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식 시세표를 뒤에 두고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법개정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사는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상법 382조의3를 ‘이사는 회사와 총주주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로 고치는 개정안이다.

단지 ‘총주주를 위해’라는 문구 하나가 더해지는 것이지만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사들이 직접 주주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게되면 이사회 구성을 비롯한 기업 지배구조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상법 개정을 담당하는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는 법제사법위원회다. 그런데 정무위원회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올라와 논의되고 있다. 김남근·신장식·한창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장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안’도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에까지 확대한 법안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상법 개정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다만 적극적인 개정 반대 당론을 정하는 대신 의원들의 자유 투표에 맡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규정하면 기업에 혼란이 올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앞줄 오른쪽)이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간담회를 하기 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경영계 건의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 사진=더불어민주당

재계 만난 이재명, 상법 개정 대안 ‘배임죄 폐지’ 거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 있는 경총회관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소속 기업인들과 만났다. 이날 경영계는 상법 개정에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이사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면 정상적인 경영 활동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헤아려달라"고 말했다.

이어진 비공개 대화에서 이 대표는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판단에 배임죄를 적용하지 않도록 배임죄 폐지까지 열어놓고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답을 했다. 상법 개정에 대한 반대 급부로 배임죄 폐지를 꺼내든 셈이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상법개정안에 대해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 기업의 가치도 제고하고 시장의 투명성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며 “다만 배임죄 적용이나 배당 소득 문제. 주주 가치 제고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면 상법 개정에 대한 수용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이번 정기국회 안에 반드시 상법 개정을 해서 지배주주들의 지배권 남용을 막고 주식시장이 정상화되는 길을 찾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 사진=금융위

금융위 "상법 개정, 연내 방향 나올듯"

금융위원회도 정부 입법을 준비할 모양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11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상법 개정 논의에 대해 "(논의가) 아주 오래 가진 않을 것"이라며 "현재 관심이 높고 법안도 발의됐고 여러 사람을 논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안엔 어느 정도 (방향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 입법안의 준비 여부를 묻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정부도) 가이드라인이라도 제출해 입법 논의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법무부는 보다 신중한 모습이다. 법무부가 최근 박주민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상법개정안 검토 의견서’에 따르면 법무부는 "정부는 관계부처 및 각계 의견 수렴해 보다 실용적인 주주 보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개정안은) 전체 주주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이사에게 주주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과하려는 취지로서 그 입법 취지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정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