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사업자들이 중국 온라인 해외직구 플랫폼과 소액면세제도를 악용해 부가가치세 납부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형식적 수출입 구조를 내세워 세금을 회피하는 이른바 '영세율 꼼수'가 사실상 탈세로 이어질 수 있어, 과세당국의 실질과세 원칙 적용과 법 집행 강화가 요구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소주시)는 26일 "중국 알리익스프레스 등 온라인 직구 플랫폼과 소액면세제도를 활용해 동일한 상품을 세금을 내지 않고 저가에 유통하는 사례가 확인됐다"며 "조세의 형평성과 유통 질서를 크게 왜곡시키는 구조적 문제"라고 밝혔다. 소주시는 지난 2일 국세청에 탈세 혐의 관련 민원을 접수하고, 실태조사 및 조치 촉구에 나섰다.
국내 사업자가 '위탁판매수출' 방식으로 자사 제품을 중국으로 수출한 뒤, 이를 미화 150달러 이하의 자가사용 소액물품으로 포장해 다시 한국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 핵심이다. 중국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수입세율이 평균 1.3% 수준까지 낮아진 데다, 지리적 접근성과 저렴한 물류비를 바탕으로 이러한 거래에 최적화된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소주시는 "표면적으로는 수출입 외관을 갖췄지만, 실제로는 동일한 사업자가 세금 부담 없이 제품을 국내에 공급하는 구조"라며 "조세 회피와 부당한 경쟁을 초래할 수 있는 명백한 탈루 행위"라고 주장했다.
최영석 소주시 자동차소비자위원회 부위원장은 "공정한 유통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부가가치세의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며 "국세청은 조세회피 목적의 거래형식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에 상응하는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적으로도 이 같은 구조는 문제의 소지가 크다.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은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둘 이상의 행위를 거쳐 세법상의 혜택을 부당하게 받은 경우, 그 실질 내용에 따라 세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대법원은 "부가세법상 '영세율'은 수출의 실질이 있을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조항"이라며 영세율 적용을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혀왔다.
특히 이번 사안의 핵심은 ‘형식적 외관과 실질의 괴리’에 있다. 부가세법은 자가사용 소액물품에 대해 관세와 함께 부가세를 면제하고 있으나, 해당 거래가 국내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구조로 이뤄졌다면 면세 적용은 위법 소지가 있다. 중국 직구 플랫폼은 이러한 '외관 수출'을 가능하게 하는 통로로 악용되고 있는 셈이다.
조지윤 소주시 조세소비자위원장(변호사)은 "국내 소비자는 가격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면세 유통 구조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되는 반면, 정직하게 세금을 내는 국내 유통망과 제조업체는 경쟁에서 밀려난다"며 "이제는 형식이 아닌 실질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에 따르면, 한중 FTA 발효 이후 한국산 수입품 중 0% 세율을 적용받는 품목 수는 2023년 3932개에서 2025년 6540개로 늘어났고, 평균세율은 1.3%까지 낮아졌다. 이로 인해 중국 경유 수출은 수출입 비용보다 부가세 절감 이익이 더 큰 구조를 만들며 조세회피 유인을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소주시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탈세를 넘어, 유통시장 질서와 공정 경쟁 환경을 훼손하는 중대한 조세정의 문제라며, 과세당국의 조속한 조사와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국세청이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이 같은 편법 수출입 구조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내리고, 유사 사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