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 16세의 나이에 거장 임권택 감독에게 발탁돼 한국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데뷔작으로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까지 밟았으니 그야말로 ‘될성부른 신인’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의 배우 인생은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2000년 개봉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에서 성춘향을 연기했던 이효정의 이야기다.

1983년생인 이효정은 중학교 시절 학생 잡지 모델로 발탁된 뒤 CF 등에 출연하며 연예계와 인연을 맺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1학년 때 <춘향뎐>의 춘향 역 오디션에 지원했고, 1200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으로 낙점됐다. 상대역 이몽룡 역시 당시 단국대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이던 신인 조승우였다.

두 신인을 앞세운 <춘향뎐>은 판소리 ‘춘향가’와 영상을 결합한 임권택 감독의 야심작이었다. 훗날 이 작품은 한국영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장편 경쟁부문에 진출하는 기록까지 세웠다. 이효정은 배우로서 사실상 첫 작품부터 세계 최고 권위 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은 셈이다.
하지만 화려한 데뷔 뒤에는 당시에도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킨 촬영 과정이 있었다.

문제가 된 것은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묘사한 장면이었다. 촬영 당시 이효정은 만 16세의 미성년자였지만 작품에는 신체 일부가 드러나는 노출과 두 사람의 첫날밤을 표현하는 장면 등이 포함됐다.
이효정은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영화를 찍기 전까지만 해도 <춘향전>에 이처럼 진한 사랑 묘사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취지로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특히 노출 촬영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 때문에 거부하기 어려웠다는 취지의 발언도 전해졌다. NG를 내면 눈물부터 흘릴 만큼 촬영 자체가 어린 신인 배우에게 상당한 부담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영화 개봉 후 논란이 터졌다. 당시 국무총리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미성년자인 이효정의 노출 및 정사 장면 촬영이 청소년을 성적으로 부당하게 이용한 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는지 검토했고, 제작진에 대한 고발 여부까지 논의했다.
반면 임권택 감독은 부모의 동의를 받고 촬영했으며 고전 원작에 충실한 예술적 표현이었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실제 <춘향뎐>은 12세 이상 관람가로 개봉했다. 현재 한국영상자료원 역시 작품의 관람등급을 12세 이상 관람가로 기록하고 있다.
논란에도 이효정에 대한 당시 영화계의 기대는 컸다. 개봉 직후 여러 드라마와 광고에서 출연 제의가 들어올 만큼 주목받았고, 이효정 자신도 인터뷰에서 안성기 같은 ‘국민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밝히기도 했다.

같은 해에는 SBS <좋은 친구들>의 인터랙티브 드라마 코너 ‘페퍼민트’에도 출연했다. 그러나 이후 이효정의 연예계 활동은 사실상 중단됐다. <춘향뎐>에서 함께 데뷔한 조승우가 <후아유> <클래식> <말아톤> 등을 거쳐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성장한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연예계를 떠난 뒤 이효정은 학업에 집중한 것으로 전해진다. 2004년에 연세대학교 법학과에 진학한 사실이 알려지며 다시 한번 화제를 모았고, 이후 별다른 연예 활동 없이 일반인의 삶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효정이 <춘향뎐> 촬영 당시 노출 장면에 상당한 심적 부담을 겪었던 것이 이후 활동 중단의 이유가 아닐까 하는 추측들이 꾸준히 거론돼 왔다. 화려한 출발과 달리 너무도 짧게 끝난 이효정의 배우 경력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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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무비 에디터 김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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